[서평] "부모 세대 삶의 무게와 발자취 맛볼 수 있는 책"

(달라스=뉴스코리아) 켈리 윤 기자 = 험난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흔히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책 한 권은 족히 될 것’이라고들 표현한다. <8달러의 기적>은 바로 이 우리네 부모의 너무나 파란만장하고 험난했던 드라마같은 삶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서전이다.

한인이라면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장까지 가슴 울렁거림을 가지고 읽을 수 밖에 없는 일대기의 주인공은 재미과학자 한도원 박사다. 그는 미국 최초 경구 피임약인 노개스티메이트(norgestimate)를 개발한 재미과학자다. 존슨앤존슨 제약사의 석좌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미국 내분비학계에서 많은 연구를 이끌었고, 1990년에는 존슨앤존슨사에서 수여하는 최고 메달인 ‘존슨 메달’을 받아 더욱 그 유명세를 날렸다.

현재도 그가 개발한 오르소트리사이클린은 오르소 제약사의 최대 판매 제품이라고 한다. 이 상을 수상함으로 한도원 박사는 고향을 떠난 지 43년만에 드디어 북한을 방문해 친동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은 지난 2015년 미국 내에서 <코리아위클리>와 한국의 <오마이뉴스>, 그리고 재외언론인협회 홈페이지 등에 인기리에 연재되었고, 결국 지난 2016년 12월 15일 <8달러의 기적>이라는 타이틀로 책으로 엮여져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책이 출간된 지 얼마되지는 않지만 벌써 한국의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등 유명 서점에서는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고,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특급셀러’ 등으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 현재 ‘자기계발’ 또는 ‘성공담’ 부문 추천서적으로 상위권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 섬세한 감정표현과 유려하고 생생한 기록 <8달러의 기적> 겉표지(북오션, 264쪽, 15000원).

<8달러의 기적>을 접한 많은 사람들은 한도원 박사의 삶 속에 임한 수 많은 ‘기적’에 놀라면서도, ‘성공한 한인’에 대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전하는 또 하나의 자서전이 아니라, 한 박사가 온 몸으로 겪어 온 긴 세월을 후대에게 섬세한 감정과 함께 진솔하고 사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낀다.

한도원 박사의 자서전 <8달러의 기적>은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교훈과 감동을 자아내며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젊은 누군가에게는 큰 격려와 힘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을 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한도원 박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듯이 유려하고 생생하게 기록한 김명곤 기자의 필치에도 감탄하게 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인생

일제 제국주의 말기, 북녁땅의 부유한 집안 3남 3녀의 장손으로 태어난 16살의 소년 한도원은 서울 명문고에서 공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1947년 8월 14일 어두운 밤, 평북 후창의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혈혈단신 남하를 단행했다.

모든 돈을 다 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내려온 서울에서 경복고 편입에 성공했고 찹쌀떡을 팔아가며 고학을 했다. 그러던 중 북한에서의 탈출과 남한 고학 과정을 쓴 글이 학교잡지에 실리고, 이것이 계기가 돼 육군대령의 후원을 받게 됐다. 그러다 얼마 후 터진 6.25 전쟁으로 마산으로 피난을 가게 됐고, 그의 영어실력 덕분에 미 장교식당 감독관을 거쳐 19세의 젊은 나이에 미해병대 장교가 됐다.

기적의 연속 가운데, 한 박사는 유엔한국건단에서 일하게 됐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 엔지니어의 유학 권유에 미국 유학의 꿈을 꾸며 여러 대학들에 편지를 보내 입학허가서를 요청했고, 결국 1955년 사우스 웨스트 미주리 주립대학에 도착해 그리던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한도원 박사의 수중에 있었던 돈은 당시 8달러로 이후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며 치열한 공부의 과정에 뛰어 들었고, 농공학 학사와 교배학 석사, 내분비학 박사를 거쳐 존슨앤존슨의 계열사인 오르소 제약사까지 입사하게 된다.

결국 1970년 시니어 과학자가 되고, 1993년에는 학자로서 최고인 석좌 연구가에 오르게 됐다.

한도원 박사의 자서전을 읽고 많은 독자들은 그의 인생이 한편의 영화와 같다고 말하고, 또 그의 인생자체가 암울한 한국의 현대사를 그대로 그리고 있다고도 표현한다.

그러나 한 인간에게는 너무도 벅찼던 삶의 고비 고비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시대를 성찰하면서 진지하고 또 성실하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한도원 박사의 삶을 통해 우리네 부모 세대 인생의 무게와 삶의 발자취도 그대로 맛볼 수 있으며, 아울러 흙수저와 금수저를 논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