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할 이야기] '산삼도둑' 다큐를 보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최근 미국 TV 역사 채널에서 흥미로운 것을 보았다. 웨스트 버지니아주 어느 지역 사람들이 자신의 산에서 자연산 산삼을 남에게 도둑질 당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TV를 함께 보던 할멈은 웨스트 버지니아가 미국 어디쯤에 있으며 주민들의 주 생업이 무엇인가 궁금해 한다. 나는 미국 지도를 펴놓고 산이 많은 주라고 하면서 생업은 주로 광업이었으나 그 마저도 감소하고 있다고 일러 주었다. “우리가 앨라배마 몽고메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갔을 때는 가도 가도 허허 벌판이었지. 그런데 웨스트 버지니아는 평지는 없고 가도 가도 나무가 많은 야산만 즐비하게 나오는 곳이지.”

웨스트 버니지아 하니까 앞집에 살던 ‘마이클’이 떠올라 “그 마이클 같이 은퇴하여 조용히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가려고 웨스트 버지니아를 찾아가는 사람이 더러 있지”하고 할멈에게 말했다. 웨스트 버지니아는 마이클 부부 같이 지독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모인다고 한다. 그가 이웃이었을 때 우리는 한국인 자존심으로 집 잔디나 정원을 마이클집 못지 않게 하고 살았다. 3D 직업으로 취업 이민와서 그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말이다.

남의 산삼을 도둑질해서 먹고 사는 미국 사람들을 TV에서 보면서 할멈은 “비록 토토리묵을 저녁으로 먹고 살아도 우리는 천국에 사는 거야” 라고 하더니 우리가 이곳 올랜도에 취업 된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사실 할멈은 이 말을 여러번 하였다.

지난해 말에 주어 모은 도토리는 껍데기를 완전히 벗기고 햇빛에 잘 말려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일정 분량씩 꺼내어 묵을 만들어 먹는다. 나는 도토리묵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은 지 유식하게 말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소화제가 별로 필요치 않게 되었다. 아랫니가 하나도 없는 내가 음식을 씹지 못하고 그냥 넘기니 여러가지 소화제 없이는 살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또 병원에서 3개월 마다 하던 정기 검진도 얼마전 부터 6개월로 연장되었다. 이런 것이 오로지 도토리묵 덕이라 확실하게 말할 자신은 없지만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지금 <고발>이란 책과 어제 우편으로 도착한 <풍계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종종 남한에서 끌려간 의용군이면서도 포로 교환때 이북으로 넘어간 나의 작은 형이 다시 떠오른다.

지금 한국에는 75세 이상 노인의 35%가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부부는 비록 늙고 병들어 일손을 놓았으나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살고 있다. 할멈이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여러번 말할 만 하다.

간밤에 비바람 몰아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올해 유난히 열매가 많이 달린 망고나무에서 열매들이 떨어져 땅에 흩어져 있다. 땅에 떨어진 것을 그냥 버리기가 죄스럽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유달리 파고 들었다. 그래서 주워온 것 중 반은 얇게 썰어 햇빛에 말리고 반은 절반씩 잘라 갈치젖으로 짱아치를 담가 두었다.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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