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아트필름페스티벌에서

 

Newsroh=클레어 함 칼럼니스트

 

 

지난 5월, 깐느영화제에서 우연히 알게된 지인의 초청으로 슬로바키아의 한 영화제를 찾게 되었다. 내겐 낯선 슬로바키아 시네마를 발견하고, 새로운 영화인들을 만나는 설레임에 들뜨며, 독일에서 12시간에 가까운 기차여행에 몸을 실었다.

 

코시체아트영화제(Art Film Fest Košice)는 슬로바키아내 최대 영화제로, 코시체(Košice)라는 동부의 도시에서 열린다. 코시체는 공식적으로는 자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라지만, 거주인구는 25만명에 불과하고, 모든 영화관과 중앙역을 도보로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아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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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기자기한 영화제에서 아시아시네마 섹션(Eastern Promises)을 담당하는 크리스티나(Kristina Aschenbrennerova) 프로그래머를 만나보았다.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보기위해 자비(自費)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그의 아시아 영화 사랑은 유별나다. 올해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 8년차인 그를 누구라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면, 빛나는 그녀의 눈빛과 흥분된 목소리에서 열정이 물씬 느껴진다. 나의 경험으로 미뤄보아, 슬로바키아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는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 영화제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을 때에는 무슨 일을 하는가?

 

“사실 나의 본업은 슬로바키아 영진위 (Slovak Film Institute)다. 주로, 슬로바키아 영화의 홍보를 위해, 해외의 영화제에서 다양한 부대행사를 조직하는 일을 맡고 있다. 두가지 일은 서로 연결되어있고, 모두 즐겁게 하고 있다.”

 

- 코시체아트영화제(Art Film Fest Košice)의 지나온 발자취를 대략적으로 소개해달라.

 

“코시체아트영화제는 1993년 TrenčianskeTeplice라는 작은 온천 도시에서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 당시 '바로크'가 주제였던 것 같다. 점점 국제영화제로 그 규모가 커지면서 두 부분의 경쟁부문과 아울러 여러 상도 수여하기 시작했고, 근처 도시 Trenčín에서도 행사를 추가로 상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부의 두 도시에서 영화제 규모를 감당할 수가 없어, 2016년 동부에 위치한 코시체로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 아시아시네마섹션 (Eastern Promises)에 소개되는 영화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고 있는지.

 

“이 섹션은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실제론, 8년전에 시작되었다. 극동지역과 동남아 각국의 영화중에서 주로 관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영화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주류관객들도 좋아할 만한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서 영화제용 아트하우스 이외에도 극장에서 상영했던 상업영화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물론, 평단의 반응도 고려해왔다. 최근에는, 각국의 시대분위기나 국민정서를 반영하는 작품들을 주로 선정하는데, 어쩔수없이 주로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다. 전체 섹션의 특성과 개별적인 작품의 개성이 조화롭고 균형이 맞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비슷한 문제나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작품들이 서로 소통하는 스타일로 하려한다. 또한, 전체적인 무드의 균형을 위해서, 코메디나 오락성이 높은 영화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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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시네마의 어떤 특징에 개인적으로 매혹되는가.

 

“비애감 (파토스, pathos)와 감정적 긴장감을 잘 활용하는 방식이 맘에 들고, 동시에 이런 미니멀리즘을 유지한다. 매혹적이다. 그리고 스타일로 보자면, 시네마토그라피와 영화의 촬영방식 (조명)도 맘에 들고, 재미있는 편집방식도 좋아한다.”

 

- 아시아영화의 프로그래머로서 해온 그간 일들중, 돋보이는 성과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가?

“유럽내에서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영화제 네트워크가 있는데, 존경하는 이들과 같이 어울려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NAFFE 네트워크 (Network of Asian Film Festival in Europe)에는 우리 영화제 이외에도 현재 중국 비주얼영화제 (Chinese Visual FF), 카메라 재팬 (Camera Japan), 프랑스 Vesoul 아시아영화제, 이태리 우디네 영화제 Udine, 폴란드 바르샤바 (Five Flavours Warsaw)등이 포함되는데, 모두 유럽에 아시아 영화를 소개한다는 한 목표하에 아직 성장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8년간 아시아 영화를 슬로바키아에 소개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특히, 초반에는 계속해서 슬로바키아의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벅찼다. 배급의 가능성이 전무하더라도 우리가 영화제에 소개하고 싶은 열망만큼은 간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또한, 흔한 재정 문제를 언급할 수 있겠다. 대작(大作)인 경우 상영료가 비싸고, 필름 프린트를 국내외로 운송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미지의 시네마에 대한 편견들과 싸우는 것도 어려웠다.”

 

- 한국의 감독이나 배우들중 특히 선호하는 이가 있다면.

 

“<쉬리>역의 한석규가 내 첫사랑이었다. 그후로, 이병헌인데 그는 배우로서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고,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황정민의 탁월한 연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강동원도 훌륭한 배우다. 감독의 경우는 설명하기 좀 복잡하다. 물론 재능있는 많은 남성 감독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여성 감독들에 좀 더 관심이 많다. <질투는 나의 힘>과 <파주>를 연출했던 박찬옥 감독,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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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슬로바키아 감독들이 있다면?

 

“슬로바키아 고전영화중에는 미니멀리즘 스타일과 디테일에 강한 Peter Solan 감독과 훌륭한 촬영감독 Stanislav Szomolányi과 함께 작업한 Štefan Uher 감독의 영화들은 정말 아름답다. 젊은 감독들의 경우에는 해마다 놀라운 작업들이 있기 때문에 긴 리스트가 있다. 몇명만 소개한다면, Tereza Nvotová, György Kristóf, Iveta Grófová, Peter Bebjak 등의 신인 감독들의 작품들이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쉽게도, 멋진 장르영화를 선보일 감독을 기다리는 중이다.”

 

- 앞으로, 한국과 슬로바키아가 좀 더 긴밀한 협력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한국 영진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조만간 우리가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찾아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면 좋겠다. 상대국의 영화에 대해 더 배우고, 홍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무척 만족스러울 것 같다. 문제는 하급 공무원들이 주로 이런 대화를 나눌텐데 우리의 상사들을 설득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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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시체아트영화제 개막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로 영화제 개폐막식에는 유력 정치인들의 연설이 주가 되는데, 이번 영화제에서는 정치인들의 연설이 전무하고 피아노 연주, 시낭송이 많았던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슬로바키아의 정부는 영화계를 지원만하고 간섭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부산영화제와 다이빙벨 스캔들은 잘 알고 있으니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물론, 개별 행사의 성격과 연도별로 정부의 대처방식에 차이가 있다. 올해에는 대부분 예술가들과 업계 관련자들이 상식에 호소하고 목소리를 크게 냈다. 최근 <다이빙벨>같은 영향을 끼친 영화는 없었다고 본다. 소위, 정치적인 영화라고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에 잘 맞춰 우리 정부도 포용해왔다. 재정지원과 관련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영상펀드 (Audiovisual Fund)로 정부예산에서 충당하지만, 그 선정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물론, 정치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나이브하다.”

 

 

*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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