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이스라엘적인 주"가 걷는 길... 디샌티스 주지사, 유별난 유대감 과시
 
▲ 지난 4월 27일 75주년 독립기념일 기조연설차 이스라엘을 방문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수상과 만나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실 공개 사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 직후 미 전역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롯한 플로리다 정치인들의 이스라엘 지지의 목소리는 어느 지역보다 높다.

플로리다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플로리다 정치인들의 이스라엘 지지는 더욱 확고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주정부는 지난 몇 주간 어느때보다도 이스라엘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보여주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5일 플로리다 주정부는 미국 최초로 주립대학 내의 친팔레스타인 단체의 해산을 요구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이자 친이스라엘 정책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후 이스라엘을 들어 "우리의 가장 위대한 동맹국들 중 하나"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라엘에 자원을 보내고 하마스와 연관 있는 이란 기업들을 제재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스라엘에 발이 묶인 미국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지원했다.

디샌티스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플로리다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이스라엘 아메리칸 공동체가 있으며, 특히 지난 몇 년간 정통파 유대인들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하고 "이곳의 모든 유대인들은 본국의 실종된 사람들을 알고, 불행하게도 살해된 사람들을 알고 있다. 사우스 플로리다에 있는 우리의 유대인 공동체의 고통은 너무나 크다"라고 동감을 표시했다.

유대인들 역시 플로리다에 큰 호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유대인 잡지 <모자이크>는 플로리다를 "대서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명명하며 "유대인들이 살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라고 불렀다.

"플로리다는 대서양의 예루살렘"

플로리다와 이스라엘의 이같은 결속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탬파베이타임스>는 이스라엘과 플로리다 사이의 정치, 문화, 경제적 유대를 논하며 '위대한 동맹'의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했다.

탬파 유대인연맹(JCCS)의 대외정책 책임자인 잭 로스는 "플로리다-이스라엘 관계는 오래됐고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이는 역대 정치인들이 짜낸 구조"라고 전했다.

유대인 사업자들은 1900년대 초중반에 걸쳐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한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유럽의 유대인들은 세계 2차 대전 와중에 그리고 전쟁 후에 대서양을 건넜고, 많은 이들이 중미나 남미쪽으로 이주한 후 관광업 등에 종사했다.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이주한 수천 명을 포함해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살던 유대인들의 상당수는 결국 마이애미 지역으로 이주했다. 지역 유대인연맹은 마이애미를 "문제가 많은 나라들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엘리스 섬"이라고 불렀다

마이크 드리케스 마이애미주재 이스라엘 총영사관 부영사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낯선 곳을 경험하고 싶은 장소로 꼽는 지역은 마이애미"라며 "'군 제대후에 마이애미로 가길 원한다'는 가사가 있는 히브리어 노래까지 있다"라고 소개했다.

현재 주 마이애미총영사관 관할지는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 그리고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이다. 날씨와 계절에 따른 유동인구를 포함하여 관할지역 내 유대인 인구는 80만명에서 100만명 사이이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에 친구와 친척들이 있기 때문에 영사관은 매일 미국 정가에 소식을 전하며 기부금과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있다. 드리케스는 "우리 유대인들은 개인적인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 매우 잘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끈끈하게 맺어진 이스라엘과의 사업관계

이같은 유대관계는 특히 공화당원이자 강력한 친이스라엘 성향을 띤 릭 스캇 전 주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가 집권하면서 강화됐다. 디샌티스는 최근 10년 동안 플로리다로 이주한 사람들의 수, 특히 뉴욕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수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주자의 상당수는 정통파 유대인들을 포함한 유대인이며, 이들은 부분적으로는 플로리다의 '스쿨 초이스' 프로그램으로 자녀가 유대인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비즈니스 또한 이스라엘과 플로리다의 상호관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탐사 임무에는 탬파에 미국 본사를 둔 이스라엘 회사인 스템라드가 설계한 보호 재료가 포함됐다.

2021년 주정부는 칼루사해치 강을 따라 발생하는 녹조류와 싸우기 위해 이스라엘의 녹조 완화 회사와 협력했다. 지난 8년 동안 우주 프로그램 '스페이스 플로리다'는 이스라엘 혁신청과 협력하여 공동 항공 우주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1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2016년에 탬파 유대인 연맹은 의약, 농업, 국방 기술 및 기타 산업 분야의 무역 파트너십을 촉진하기 위해 플로리다-이스라엘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를 출시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이스라엘 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미국 및 라틴 아메리카에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 벤처 펀드를 개발하고 있다.

주지사실이 지난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플로리다와 이스라엘 간의 양자 무역은 2022년에 6억 5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 5년 동안 양자간 상품 무역은 65% 늘었고, 10년 동안에는 176.1% 증가했다.

이스라엘은 플로리다 주에서 19번째로 큰 외국 투자자이며, 플로리다 내 이스라엘 계열사는 총 6억 47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플로리다에는 24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50개 이상의 이스라엘 회사가 있다.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텔아비브까지 직항편이 운행되고 있다.

드리케스 부영사는 "최초의 기술기업들이 미국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뉴욕과 실리콘밸리를 택했으나 이제는 마이애미를 포함한 플로리다 지역이 IT 분야에 매우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애미 소재 플로리다 유대인 박물관(Jewis Museum of Florida) (위키피디어)
 
"디샌티스, 미국에서 가장 친이스라엘적인 주지사"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관련된 사안에 매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마스가 공격을 당하던 날 아침, 디샌티스는 2024년 주요 대선 후보 중 가장 빠른 반응을 보였다. 디샌티스는 트위터로 알려진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이스라엘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힘으로 대응할 의무가 있다"라며 "나는 이스라엘과 함께한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디샌티스는 스스로를 "미국에서 가장 친이스라엘적인 주지사"라고 부르며, 플로리다를 "가장 친이스라엘적인 주"라고 묘사했다

디샌티스는 하원의원 재직시 적어도 다섯 차례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이후 두 차례 공식적인 정부 업무로 방문했다. 그는 2019년 각료회의를 위해 거의 100명에 달하는 플로리다 대표단을 예루살렘으로 데려갔다.

올해 4월 27일에는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독립 75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했다.

디샌티스는 반유대주의 증오범죄를 표적으로 하는 법안들에 서명했으며,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관한 강력한 교육기준을 추진했고, 유대인 학교 보안을 위해 1800만 달러의 자금지원을 승인했다.

그는 에어비앤비와 벤&제리의 모회사가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결정과 관련하여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투자를 중단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두 회사는 방침을 바꾸었다.

디샌티스는 지난 10월 7일 테러 공격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을 '반유대주의자'로 규정하고 미국이 그러한 '유독한 문화'에서 오는 난민들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하마스와 그 정권 하의 사람들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유대인 표에 매달리는 디샌티스

이같은 디샌티스의 유별난 이스라엘 지지는 정치와 뗄 수 없다. 2021년 브랜다이스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플로리다 유권자 중 약 66만 5천 명, 즉 유권자의 3.9%가 유대인이다. 전통적으로 표 차이가 크지 않은 주에서는 유대인 표가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전국 유대인 유권자의 33%가 공화당원이다. 이는 2018년 26%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는 유대인 유권자의 40% 이상이 공화당에 입적했다. 그리고 2022년 디샌티스는 유대인 투표의 45%를 차지했다.

유대인 지지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도 끌 수 있는 이득을 줄 수 있다.

레이크랜드 소재 프리 라이프 채플 목사이자 플로리다에 90만 명의 신도를 둔 단체 '크리스천즈 유나이티드 포 이스라엘(Christians United for Israel)'의 주 이사인 스콧 토마스는 "강한 친이스라엘 복음주의적 관점과 마음이 플로리다 도처에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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