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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하는 주재국 대사를 현지 교민들이 거부하고 규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교민 단체인 시드니 촛불행동 회원 50여 명은 현지 시간으로 어제 오후 5시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 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채상병 사망과 관련 수사 외압 의혹들을, 특검을 통해 낱낱이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 현지 교민들이 직접 나서, 이 신임 대사의 부임에 심각한 모멸감을 느낀다며, 이를 반대하는 규탄집회를 연 것이다.

 

이 대사가 호주 교민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주재국 대사는 본국을 대표해 파견되는 국가의 얼굴이다. 이국 땅에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을 수 있는 신망있는 인사가 부임해야 하는데, 범죄 피의자가 수사를 피해 도피하듯 대사로 부임하는 모습을 볼 때, 교민사회로서도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대사의 임기가 끝난 것도 아니다. 김완중 전 대사는 2022년 12월 말 호주 대사로 임명됐었다. 대사가 호주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도 없고, 호주 정부와 불편한 관계이긴 커녕 방산 관련 조력을 잘했기에 방산에서 그만큼의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외교부는 김완중 대사가 지난해 12월로 정년이 지났으며, 법령상 정년 초과근무 가능직위인 호주대사로서 통상적 수준에서 정년을 초과해 근무한 후 교체됐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불과 1년여 전에 임명할 땐 그걸 몰랐다는 얘긴가. 

 

인천공항에서도 특급작전이라도 벌이듯 급하게 출국한 이종섭 신임대사는 호주에 도착해서도 바로 대사관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임명부터 출국까지 외교 관례와 상식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하는 것부터가 외교의 상식을 어긴 것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호주의 가장 큰 언론사에서도 이 사건을 주목했다.

12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은 "이종섭 한국 대사, 한국에서 부정행위로 조사 중인데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한 군인의 사망과 관련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지난 주말 한국 법무부는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이 부임지로 떠날 수 있도록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수색 임무 중 작년 7월 사망한 채 상병 사망에 대한 한국 해병대의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계속 조사하고 있었다"고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했다.

 

어떻게 한국을 대표해서 외교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또 대사의 중요한 임무중 하나가 교민사회와 교류인데, 앞으로 교민들과도 떳떳이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외교부 내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외교관들도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한 전직 외교관은 “호주는 외교를 대단히 잘하는 나라이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잘 알고 있다. 호주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지만, 속으로는 당연히 비웃을 것이다.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대사 임명”이라고 했다.

 

이종섭 신임 대사는 국방장관 시절인 지난해,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를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이후 경찰에 넘긴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 등 외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일 정부의 대사 임명 발표 뒤 MBC 보도로,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이미 이 신임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 금지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후 법무부는 출국금지심의위를 거쳐, 수사에 협조하기로 약속했다는 이유로 이 대사의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줬다.

대통령실은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상태를 몰랐다며 호주 대사 임명과 수사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출범했던 윤석열 정부. 그런데, 왜 이 정부 들어서는, 이런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것일까? 국민들이 이상한건지, 윤석열 정부의 기준에 국민들이 부합하지 못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 대사를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향해 국민들은 또다시 묻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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