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벽면에 무분별하게 부착되어 미관을 헤치는 열쇠 보관함

 

 

파리, 올림픽 앞두고 '흉물' 열쇠 보관함 금지 추진

 

최근 파리시가 올여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거리 미관을 해치는 열쇠 보관함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파리시는 기존 거리 곳곳에 널린 열쇠 보관함에 철거를 요청하는 스티커를 부착한 뒤 2주 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 수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결의안을 다음 달 안으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열쇠 보관함이 각 지역의 가로등 기둥, 공원 난간 등 곳곳에 부착돼 있는데, 이는 '심각한 공해'라는 비판 때문이다.

 

올해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 관광객이 파리를 찾아 숙박 공유업체를 이용하면서 열쇠 보관함의 미관 훼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열쇠 보관함은 열쇠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로, 비밀번호가 달린 작은 보관함 안에 열쇠를 넣어 숨기는 방식이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업체를 운영하는 집주인이 게스트가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도록 인근 난간이나 자전거 거치대 등에 이를 부착해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물 외벽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면 도시 미관을 헤치는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파리엔 왜 디지털 도어락 설치가 안될까?

 

프랑스인들은 누구나 다 묵직한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다닌다. 

 

한국에서는 디지털 도어락이 일반화되어 있어 열쇠로부터 해방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프랑스는 물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까지도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

 

자칫 순간적인 실수로 열쇠를 안에 두고 나왔거나 열쇠 꾸러미를 잃어버렸을 경우에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경우, 보안장치가 철저한 현관문 같으면 수 백유로의 비용까지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최근 에어비엔비 등 숙박 공유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열쇠를 전달하기 위해 문 옆에 열쇠 보관함을 달아 놓고 그 안에 열쇠를 보관하기까지 한다.

 

문 자체를 디지털 도어락으로 바꾸면 간단한 일을 이런식으로까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열쇠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에서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열쇠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은 지역마다, 문화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된 열쇠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이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변화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열쇠 시스템을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느낀다. 디지털 시스템은 해킹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편리함보다도 전통적이고 익숙한 방식을 선호한다. 열쇠를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비용 및 기술 도입의 어려움도 관건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은 초기 투자가 크고,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이 든다. 특히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나 개인이라면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또한 몇몇 국가나 지역에서는 디지털 도어락과 같은 기술의 사용에 대한 법률이나 규제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을 수 있는 이유들로 인해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열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이러한 상황이 변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처럼 여러 여건상 열쇠 문화만큼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석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