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원 람, "본토 괴한에게 납치 당했다" 주장
경찰 조사결과 허위사실 정황 드러나
홍콩 경찰이 15일 본토 괴한에게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당원 하워드 람(林子健)을 ‘경찰 오도 혐의’로 체포했다고 홍콩 다수 언론이 보도했다.
람 당원은 최근 중국 본토인 괴한에게 납치를 당했다고 밝혀 ‘일국양제 침해’를 우려하는 홍콩인들의 ‘반중 정서’를 들끓게 했다. 하지만 진상 조사결과 그의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민주당 당원인 하워드 람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몽콕에서 본토어를 쓰는 괴한에게 납치당해 스테이플러로 21번 박히는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SCMP 갈무리)
지난 11일, 람 당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10일) 몽콕 거리를 걷던 중 본토어를 쓰는 괴한에게 납치당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괴한은 그를 감금하고 “류샤오보(劉曉波)와 어떤 관계가 있느냐”, “종교가 있느냐?”, “국가를 사랑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괴한은 계속해서 람 당원에게 “네가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인으로서 나라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며 그의 허벅지에 십자가 모양으로 스테이플러를 21번 박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콩 민주당 당원인 하워드 람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리오넬 메시의 사인과 엽서를 류샤에게 전달하려 했다며 이번 납치가 홍콩 내 민주화 운동을 반대하는 조직과 관련이 있다고 피력했다. (SCMP 갈무리)
람 당원은 또한 “나는 평소 존경하던 류샤오보가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를 좋아했다는 소식을 듣고 FC 바르셀로나에 연락해 메시의 사인과 엽서를 받았고 이를 류샤(劉霞)에게 전달하려 했다”며 “지난 7일 나는 ‘메시의 사인을 류샤에게 전달하면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고 3일 뒤 납치를 당했다”고 말해 이번 납치가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를 지켜내려는 홍콩 내 민주화 운동을 반대하는 조직과 관련이 있다고 피력했다.
홍콩 민주파는 분노했다. 홍콩 내에서 홍콩인이 본토인에게 '민주화 운동'에 대한 반발 테러를 당한 것은 명백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위반이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람 당원의 주장에 반대되는 정황이 나타났다.
홍콩 언론 팩트와이어(Fact Wire)는 람 당원의 주장을 토대로 당일 몽콕 주변 CCTV를 조사했다. 팩트와이어는 그가 납치 당했다고 주장한 시간과 거리를 중심으로 CCTV를 찾아보았지만 어떠한 특이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홍콩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으나 수사가 진행 될 수록 람 당원의 주장에 반대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괴한이 자신을 고문한 뒤 사이쿵(西貢) 해변에 자신을 버리고 갔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그가 미니버스를 타고 사이쿵에 도착한 것이 확인됐다.
람 당원은 11일 새벽, 괴한으로부터 풀려났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결과 동시간에 그가 홀로 식당에서 밥을 먹은 사실이 확인됐다. 괴한에게 납치돼 스테이플러로 21번이나 박힌 환자가 태연하게 혼자 식사를 했다는 것은 경찰로서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그가 주장한 대로 괴한의 납치가 있었다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을 당일에 입었던 옷을 그가 집에서 빨아버린 점은 경찰의 의심을 증폭시켰다.
▲홍콩 경찰은 본토 괴한에게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당원 하워드 람을 ‘경찰 오도 혐의’로 체포했다. (SCMP 갈무리)
경찰은 람 당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경찰과 일반 시민을 유린했다고 판단하고 그를 '경찰 오도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그의 집을 압수 수색했으며 그의 정신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정신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홍콩법에 따르면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하거나 거짓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1000 홍콩 달러의 벌금과 최고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타임스 한병철 기자]
http://www.hktimes.co/n_news/news/view.html?no=2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