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화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어느 나라를 가든지 한인 타운과 차이나 타운은 꼭 있다.”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가본 나라들만 해도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자국민들끼리 끈끈하게 뭉친다는 공통점을 가진 듯 하다.
그 중에서도 큰 대륙과 인구 순위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중국은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그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본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하여 현지에 정착, 경제활동을 하며 자국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 또는 그들 자손의 집단을 화교라고 한다. 특히 화교는 동남아시아에서 비교적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 영향력은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최고라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태국의 경우 상장기업 80% 이상이 화교 기업이며 모든 경제 분야에서 강세라고 밝혀졌다. 현재 태국 경제를 보면 제조업의 90%, 방직업의 60%, 철강업의 70%, 제당업의 60%, 운수업의 70%, 상업의 80% 를 화교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국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화교들이 태국에서 어떻게 지금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태국 화교의 시초에 대한 학설은 분분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학설이 1100년대 후반 원나라 지방 호족들이 남하했다는 것이며, 태국 현대사에 따르면 라마 4세 몽쿳왕 재임 시절부터 화교의 유입이 시작되었고 라마 5세 쭐라롱콘대왕 재임 시절 본격적으로 집단 이주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근대화 작업으로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라마 5세는 ‘태국 말을 하고 태국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자국민이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화교 수용에 호의적이었고, 화교 또한 태국 말을 배우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태국 사회에 스며들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하였다. 현재 이 시기에 유입된 화교들의 3-4세 들이 태국 지배층을 구성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현재 태국의 지배층까지 파고든 태국의 화교들은 다른 나라 화교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중국인 이라기 보다는, 태국어를 쓰고 태국 이름을 가진 태국인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태국 중화총상회 주석은 현재 태국의 화교들은 이러한 세태를 자각하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명함에 모국어로 된 이름을 넣고 중국어를 배운다고 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은 모국인 대륙과의 유대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과 모든 것들이 조국애를 바탕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국의 화교들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정착한 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를 더 우선시하며 그들 사회에 더 잘 흡수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실천하였다.
뿌리를 기억하며 조국애 또한 잃지 않았다. 태국으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나 한인 사업자들이 태국인들의 습성과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종종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태국 화교의 자세가 우리 주태국 한국 교민들이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 : 교민잡지 강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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