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PD가 만 개 도서관의 꿈, 삼삼옥수 캠페인에 참여한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변호사와 책과 희망이라는 판넬을 들고 있다. 삼삼옥수 캠페인은 사단법인 아름다운배움이 시작한 영어도서 기부 캠페인이다. 3권의 영어책과 배송료 3천원을 보내주시면 당신도 ‘아름다운 손’이 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움을 누군가와 나누는 장면은 ‘아름답다’ 외엔 표현할 수 있는 형용사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 이 세상에 있을까요?” 아름다운배움의 의미를 묻자 고원형 PD(Public Designer)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산하 사단법인 아름다운배움(대표 고원형)은 지난 14년간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한국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프로젝트를 다방면으로 꾸준히 추진했다. 우리나라의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지역문제(태어난 지역이 개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문제), 교육의 불평등으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국내 대학생이 멘토링을 하는 프로젝트가 아름다운배움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공동체성 회복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고 PD는 “요즘 시대의 대학생이 진짜 ‘사회’로 나가기 전 겪어야 될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붕괴되면서 공동체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어요.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들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먼저 찾아가는 경험을 통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줘요.”라고 설명했다.
▲ 캄보디아 대학생 교사가 프놈펜 침수지역 80여명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LiLi Class 발단식 (위) 프놈펜 덩까오 침수 지역 4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LiLi Class 대학생 교사 (아래)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프로젝트를 십여 년간 추진해온 고PD가 캄보디아로도 시선을 돌리게 된 이유는 그의 멘토이자 우리나라 도서관 운동의 좋은 어른이신 허순영 관장의 권유 덕분이었다. 캄보디아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직접 본 허순영 관장은 고PD에게 캄보디아에 할 일이 있다고 권유했다. 그렇게 고PD가 2019년 캄보디아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름다운배움이 캄보디아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째는 캄보디아 대학생이 직접 캄보디아 침수지역 소외계층 청소년을 멘토링하는 ‘대학생 멘토링’ 프로젝트이고, 두 번째는 꼬마도서관(Little Library) 설립이다.
캄보디아 대학생 멘토링 프로젝트는 프놈펜에서 대표적인 낙후지역 덩까오 군의 4개 학교에서 대학생 4명이 지역 학생들에게 20주동안 영어를 가르쳐주는 프로젝트다. 선발된 대학생들이 교육 과정을 짜면 현지 활동가와 아름다운배움 교육 전문가가 피드백을 주어 20주 교육과정을 완성한다. 대학생들은 장학금을 500불씩 받고, 20주간 장기 교육 봉사를 한다.
봉사활동 임에도 장학금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 봉사에 대한 개념이 아직 부족한 캄보디아에서 20주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조건이었다. 대학생 멘토링 사업은 500불 장학금, 월 1회 캄보디아인/한국인 명사 멘토링 교육, 코리안 비전 트립이 포함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시스템에 캄보디아 청년들의 반응이 좋다. 주로 SNS를 통해 모집을 하는데 지난 번 기수는 3대 1, 4대 1까지 오르기도 했다.
고PD는 “1년 반전에 캄보디아 청년 8명을 데리고 <코리안 비전 트립>으로 한국에 한달 간 적이 있어요. 당시, 한국 대학생들이 교육 봉사 하는 것을 직접 보고 캄보디아 청년들이 공동체성에 자극을 받은 것을 봤어요. 한국처럼 잘 사는 대학생들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캄보디아 대학생의 변화를 위해서 이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갈 것을 암시했다.
캄보디아 주요 활동 중 하나인 꼬마도서관(Little Library)도 지난 2년간 21호까지 늘어났다. 꼬마도서관(Little Library)는 기존의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형태다. 건물을 짓고,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것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많은 도서관을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 고PD는 책이 필요한 캄보디아 여러 기관의 빈 공간에 책을 채웠다. 그는 “캄보디아 교육기관에 책은 턱없이 부족한데 비해 한국은 양질의 책, 그림책이 정말 많아요. 이 책들을 나누면 하나의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것을 시작으로 벌써 21호 도서관이 만들어진거죠. 만 개 도서관을 짓는게 저희 꿈이에요.”라고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꼬마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작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장기 휴교 중이었던 아이들을 위해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 온라인 클래스를 신설했다. 페이스북 Little Library 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영어 그림책 영상을 무료 공개했으며 모든 영상에 캄보디아어, 한국어 자막을 삽입했다. 영어 학습지 8주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캄보디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또한 캄보디아 현지 활동가를 발굴, 육성하여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인 활동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운배움이 지난 3년동안 맺은 결실은 풍성했다. 아름다운배움의 뜻에 동참한 현지 활동가와 동남아시아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캄보디아 HR전문기업 피플앤잡스 최주희 대표가 손을 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2년 동안 21개의 도서관을 설립했으며 대학생 멘토링 프로젝트 다수 진행했다.
아름다운배움은 동남아에 전문성을 갖고 청년 장학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난 2019년 캄보디아 대표 청년단체 고고 캄보디아(GoGo Cambodia, 설립자: Sann Vathan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고 캄보디아는 캄보디아 전통스카프 끄로마 길이 최장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청년 단체로, 캄보디아 청년 애국심 고취 계몽운동, 봉사활동에 대한 폭을 넓히는데 힘쓰고 있다.
“국제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를 도와주는 거야’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사실, 사랑은 도리어 우리가 받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캄보디아는 우리를 사랑한다. 한국을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한다. 그 사랑에 우리가 이제 응답해야 하지 않나 고민한다. 캄보디아에 오래 살아온 교민들은 캄보디아 사람들을 참 답답해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낸 사랑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말이다. 이제 응답해야 할 때다. 더 많이 사랑해야 할 때다. 캄보디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도 선한영향력을 끼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말미에 고 PD의 마지막 한마디다. 받은 사랑에 함께 응답하자고. /정인솔
알차고 유익한 인터뷰 기사 잘 읽었습니다. 고 PD, 정인솔 기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