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캔들'의 어원은 원래 헬라어 ‘스칸달론’이다. 스칸달론은 ‘징검돌’ 혹은 ‘걸림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같은 '돌'이 사람에 따라서 ‘징검돌’이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브로큰 힐 가는 길
몇 해 전에 4박 5일 동안 기차, 버스, 4 wheel drive, 비행기로 남한 보다 70 배가 큰 호주의 1/4를 돌았다. 시드니에서 1,150km 떨어진 호주 내륙에서 가장 큰 광산 도시인 Broken hill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도중 사방을 돌아보아도 지평선뿐인 한 없이 밋밋한 평원을 달리다가 잠시 쉬어가기 위해서 화장실이 있는 Rest area에 들렸다. 놀랍게도 사람은 없고 야생의 염소들이 모여 있었다. 웬 염소 떼가 여기에 모여 있지? 했더니 빗물을 받아 놓는 물탱크가 있어서 물 냄새를 맡고 모여 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뭄으로 탱크에 물은 없고 수도꼭지 부분이 습기에 젖어 있을 뿐이었다. 불쌍하게도 양 한 마리가 혀로 습기를 핥고 있었다. 양들은 모두 비쩍 말라 있어서 모두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초췌한 모습들이었다. 도대체 한 모금 마실 물도 없는 이 황량한 땅에서 양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자연발효식 화장실이 있고 용변 후에 손을 씻을 수 있는 물을 저장해 놓은 물탱크에는 물이 있었다. 가는 길이 늦어지더라도 양들에게 물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물을 줄만한 그릇이 없었다. 그래서 급한 김에 차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있는 음식들을 꺼내놓고 물을 받아서 주기로 했다. 혹시 레인저가 보더라도 ‘사람의 손을 씻는 것 보다는 생명이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라는 주장을 할 생각으로 수도꼭지를 열고 아이스박스에 물을 받았다.
수도꼭지를 틀자마자 염소들이 서로 싸우며 달려드는데 새끼들과 약한 놈들은 먹을 기회가 없었다. 물이 한 없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질서유지 차원에서 약간의 공권력(?)을 행사해서 힘센 놈은 뿔을 잡아서 뒤로 빼고 약한 놈들이 물을 먹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친 황야에서 자라서인지 교양이 없는 염소가 물을 먹을 만큼 먹고 감사하다는 '음메' 소리 한 마디 없이 유유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세상에 태어나서 최대로 보람을 느낀 날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동영상을 찍어서 페이스 북에 올렸더니 “호주는 야생 염소가 너무 많아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좋은 일도 상황을 모르고 하면 난센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드니에서 1,150km 떨어진 호주 내륙에서 가장 큰 광산 도시인 Broken hill은 내륙 Out Back 오지의 오아시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진은 Broken hill의 입구 표지. (작가 제공)
황량하고 끝이 없어 보이는 호주 내륙의 한 복판에 있는 Out Back 오지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Broken Hill에 도착해서 놀란 것은 “과연 이런 곳에 누가 올까” 싶었는데 불구하고 숙소를 잡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영화 Mad Max의 촬영장이기도 한 120년 전에 지어진 Silverton이라는 동네에 들어가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네 옛날 감옥의 2평 감방 방문들이 10mm 두께의 철판으로 되어 있던 것이었다. 한 사람을 가두어 두는 곳에 10mm의 철판을 사용할 정도로 나무 보다는 철이 더 흔한 광산촌이었기 때문이다. 담장도 나무는 볼 수가 없고 전체가 철제로 되어 있었다. 철 구조물을 만들기가 용이해서 Mad Max를 촬영하기가 수월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을 생산하는 BHP회사가 태동한 곳이기도 해서 차에서 내려 걸으면서 땅만 보고 다녔다. 혹시라도 파다가 떨어뜨린 금이나 은 조각이라고 줍는 행운(?)이 있을까 싶어서....
브로큰 힐은 세계최대 광산업체인 BHP 회사가 130 여년 전 이곳에서 은을 채굴하면서 시작된 곳이다. 최대 인구가 3만 명까지 되었다가 BHP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서 현재는 1만7천 명 정도 거주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도시이다.
브로큰 힐은 한 해에 강우량이 230mm 밖에 안 되어서 생겨난 척박한 자연환경 배경 때문에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멜 깁슨이 출연한 MAD MAX II 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잊지 못할 사건은 브로큰 힐 시내에서 주유를 하다가 긴장이 풀어져서 경유차에 그만 휘발유를 넣은 것이다. 덕분에 700불이 들고 꼼짝 없이 하루를 더 머물 수밖에 없어서 손해가 막심했다. 조용한 곳이라고 마음 턱 놓고 긴장을 풀었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지성수 / 목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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