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천명한 지 3년 만에 '기습 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단계로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때 음속의 10배 이상 속도(섭씨 20도 기준 시속 1만2천350㎞)로 비행한 것으로 파악돼, 북한이 무기 판도를 바꿀 '차세대 게임 체인저' 개발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 속도 '음속의 10' 이상 도달사드·패트리엇 무력화 가능성

1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고체연료 기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를 전날 감행,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은 해당 미사일이 약 1천㎞를 비행해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분석했으며, 일본 방위성은 최고 고도 약 50㎞ 이상으로 최소 500㎞를 비행했다고 평가했다.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한미일이 실시간으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지만 '분석'은 각국이 직접 하는 만큼 초기 판단에 차이가 발생했을 수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저고도로 변칙 기동을 하면서 지구 곡면률의 영향으로 일본측 이지스구축함 등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 활공 비행 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북한은 같은 해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첫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2022년 1월 5일과 11일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네 번째인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 자세한 성능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과소평가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은 중간 단계의 시험인 만큼 일부러 미사일의 비행시간과 속도, 고도, 사거리 등을 밝히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의 속도는 음속의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시속 6천120km 이상)로 날아갈 수 있고 추적과 요격이 어렵다는 점에서 무기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만약 북한이 마하 10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면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PAC)-3로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과 괌 미군기지, 주일미군기지 등에 배치된 최신형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요격탄의 속도는 마하 4∼5가량이다. 마하 10 이상으로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PAC-3로 막아내기는 어렵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과 괌 등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사드 요격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8 정도 알려졌다.

또한 IRBM의 사거리는 3천∼5천500㎞로,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평양에서 직선거리로 3천500㎞)을 물론 오키나와에 집중된 주일미군기지도 타격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사드와 패트리엇 요격망을 돌파하며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동향을 추적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 액체고체로 바꿔 '기습 공격' 능력 배가

미사일 연료를 기존의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하고 있는 북한은 이를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최초로 적용했다.

2021년 9월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은 액체연료를 담은 용기를 끼워 넣어서 사용하는 연료 계통 '앰풀화' 기술을 쓴 액체연료 기반이었다. 2022년 1월 두 차례 발사 역시 액체연료를 사용했다.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은 발사 전에 연료 주입이 필요하지만, 고체연료는 연료 주입 단계가 필요 없어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은 'KN-23'(이스칸데르), 'KN-24'(에이테큼스), 'KN-25'(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사거리 300∼1천㎞)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1천∼3천㎞)인 '북극성-2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천500㎞ 이상)인 '화성-18형' 등이 있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가운데, 이번에는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까지 고체연료로의 전환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3일 심야에 고체연료 IRBM 시험발사를 단행했지만, 이 미사일은 지상으로 1∼2㎞도 올라가지 못한 채 공중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시험발사는 고각으로 발사되지 않았는데도 사거리(1천㎞)가 IRBM의 사거리(3천500∼5천500㎞)에 미치지 못해 아직은 개발 중인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번 시험에서 북한 매체는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성능을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며 "이는 '극초음속'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중장거리급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그 자체에 더 방점을 뒀던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액체연료는 긴 시간 연소하지만 고체는 짧은 시간 연소하면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추력(물체를 밀어 앞으로 내보내는 힘)을 발생시킨다"며 "그런 특성 때문에 고체 추진체로 바꾼 게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반기 안에 '탄두'에 보다 초점을 맞춰 고체연료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 재발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2022년 1월 두 차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원뿔형의 탄두부를 갖춰 '과연 극초음속이 맞냐'는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극초음속이라 주장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활공체(HGV)가 아닌 기동식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북한이 2022년 1월 공개한 발사 장면 사진을 보면 탄두는 원뿔 형태에 가깝고, 탄두부에 작은 날개가 달린 모습이었다. 2021년 9월 첫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활공 탄두부가 날렵한 글라이더 형태였던 것과 차이가 있다.

군 당국은 전날 발사된 극초음속 미사일을 원뿔형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영근 센터장은 "북한은 열병식이나 무기전시회에서 자신들이 실제로 원하는 모습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제시해왔는데, 오늘 관영매체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전시회에 등장했던 것과 모양이 다르다"며 "올해 6월 안에 실질적으로 원하는 형태의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 재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ttps://m.yna.co.kr/view/AKR2024011504225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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