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아주 작은 일을 사랑으로 행할 뿐입니다."

(We can do no great things, Only small things with love)

 

에이즈에 걸려 버려진 사람들이 마지막 죽기 전에 잠시 쉬어다가 가는 곳. ' Home of Peace : Missionary of Charity'

그리고 감염된 사람들로부터 태어난 아이들과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모아 돌보는 고아원이라는 말을 듣고 갔던 차라 어쩐지 보는 아이들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에이즈에 걸려 있는 듯하고, 그래선지 평소에는 아이들 손도 잡고 하건 만은 왠지 꺼림칙하다. 벤치에 앉아 멍하니 쳐다보는 눈동자,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말라 버린 여인. 그 여인의 품에 파고드는 포동포동하기만 한 아기. 그리고 뭔가 영혼을 태우는 듯한 냄새. 이것이 평화의 집의 첫 인상이었다.

 

반기는 수녀는 도대체 취재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아무 것도 말해 줄 수 없다는 투다. 전체 인원이 얼마냐고 묻는 말에 그냥 쭉 돌아보라고만 말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아니다. 그녀는 그냥 형제, 자매라고만 말했다) 들어오고 죽어 나가고 하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모른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도 나이도 그리고 언제부터 이 일에 헌신했는지도 알려 주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건물 이름을 'Hope of Home'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녀는 이 다른 사람들이 잘 아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안내한 첫 번째 곳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공부방이었다. 현재 60여명의 두 그룹의 아이들이 왁짜지껄하게 떠들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그룹은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한 그룹은 인근 동네에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과 이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아이들. 선생님은 두 분. 모두 자원 봉사자들이다. 프놈펜 빈민촌에서 행복한 공부방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왁 반가운 마음이 솟는데, 한편으로는 바쁘다는 이유로 빵 한조각도 챙기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이들은 예쁘고 귀엽고 그리고 안타까왔다. 지금은 이렇게 천진난만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들이 천형에 걸려 태어난 천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따뜻한 햇볕이 드는 쪽에 앉은 아이들은 벌써 고개가 꺽어지며 힘이 딸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마 자신도 모르게 힘이 없어서 일 것이다. 눈물이 났다. 겨우 용기를 내어 안아주니 아이들이 모두 달려든다. 얼마나 정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따뜻함이 그리웠을까?

 

두 번째는 에이즈에 감염되어 이제 정말 마지막 쉼을 얻는 곳. 앙상한 손들이 나를 반긴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한다. 그래도 그 초췌한 얼굴에 자그마한 평화가 깃듦도 찿을 수 있었다. 갑자기 웅성거림이 있었다. 한 사람의 영혼이 이 지상을 떠나는 웅성거림이다. 간이 운반용 들 것에 실려 하얀 천에 덮혀 영원한 평화의 나라로 가는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이 말이다. 수녀는 아무 말이 없다. 단지 성호를 긋고 아주 짧은 기도를 했을 뿐이다. 옆에 마더 테레사의 글이 보인다. ' 신은 나에게 성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믿음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노는 곳에는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도, 언제 그들에게 득달같이 죽음이 닥칠 지에 대한 공포도 없다. 단지 그 커다란 눈망울에 배어 있는 막연한 불안감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녀는 이곳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이 모두 7명이라고 알려준다. 자원봉사자는 모른단다. 언제 들어 왔는지는 알지만, 언제 나간 지는 잘 모른단다. 어떤 봉사자는 아무 말없이 가 버리기도 한단다. 그는 이제 조금 말문이 열렸는지 알맹이 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평화의 집은 마더 테레사가 시작하여 지금은 전 세계 130개 국가에 710개의 시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은 단지 잠시의 쉼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말만 했다. 성스러움. 정말 성스러운 헌신이 내 몸에, 내 영혼에 전류처럼 퍼진 날이었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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