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전용창 공동회장으로 추대
“이제 재외언론인 단체는 ‘화단’을 가꾸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을 주는 일에 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2009년 봄대회부터 서로 갈라져 따로 따로 대회를 치러왔던 두 재외언론인단체가 18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 20층에서 개최한 통합 대회에서 국내 정계 및 언론계 초청인사들이 한결같이 토한 축사의 일성이다. 전초부터가 무척 좋았다.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대전, 천안, 강릉 등지에서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이하 재언협, 회장 김소영)와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이하 세한언, 회장 전용창)가 ‘화합과 단결’의 기치를 내걸고 개최한 2017 재외언론인대회는 시종 신뢰의 분위기가 넘치는 가운데 진행되었고, 결국 마지막 걸림돌도 거뜬히 치워내며 소망하던 열매를 일궈냈다.
갈라지는 것은 일순간이지만, 합치는 것은 그보다 몇 배나 어렵다는 것을 재외언론인들은 익히 경험해온 터였다. 모두가 원했던 통합은 파열음으로 상처가 깊었던 가장 어두운 순간에 오고야 말았다. 마치 절망과 탄식으로 시작된 탄핵정국이 새 나라를 여는 단초가 된 것처럼.
19일 오후 5시 45분 충남 천안시 목천읍 국학원 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총회는 61명의 세한언과 재언협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대통합을 결의, 일각의 회의와 우려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지난해 10월 가을대회 이후 양측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가 물밑 대화를 통해 통합을 진행해 온 지 6개월만의 열매이다.
정락석 의장의 사회로 시작한 통합총회는 ‘총회’라기 보다 기왕에 합의된 통합 내용에 대한 ‘설명회’에 가까웠다. 긴긴 갈등의 세월 후 내려진 결론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2017년 4월 19일자로 두 단체가 세계한인언론인협의회(약칭 세언협)이라는 새이름으로 완전 통합하여 문화체육관광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 김소영 재언협 회장과 전용창 세한언 회장을 공동회장으로 추대하며, 임기는 2018년 가을 대회까지 하기로 한다.’
이날 총회 결의는 통합을 전제하고 양측 각각 3명씩 6명의 통추위원들이 대회 하루 전부터 모여 두 차례의 심도깊은 토의를 통해 정비한 새 정관과 양측의 ‘공동회장’ 타협안의 일괄 타결이 가져온 결실이다.
정관 일부 조항 수정은 ‘통합후’ 적절한 시기에
하지만 이같은 결실을 맺는데 걸림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 단체는 하루 전인 18일 오후 6시 각각 별도로 가진 통합 토론회에서 회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세한언은 통추위 제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으나, 재언협 측은 공동회장의 임기(잔여임기 1년 반)와 회장 입후보자의 공탁금(5천불) 조항 등에 대한 ‘이의 제기’가 불거져 나와 일대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이어진 토론에서 공동회장의 잔여임기를 1년으로 하고, 공탁금을 낮추는 안을 비롯한 몇몇 조항들을 보완.수정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일부에서 ‘통추위에 일임하기로한 결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재수정안을 만들어 수요일 오후에 있을 통합총회에서 전체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에따라 재언협 회원들은 재수정안을 만들 5명의 태스크 포스 팀을 추천 및 자천으로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세한언 통추위 측이 ‘통추위 위임 결의사항을 존중해 달라’며 난색을 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통합이 어긋장 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결국 위기감을 느낀 20여 명의 재언협 회원들이 만찬 이후 식당 별실에서 임시 토론회를 열고 당초 통추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미비되고 불합리해 보이는 회칙 조항들은 일단 통합이 이뤄진 연후에 기회를 갖고 차차 고쳐나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린 재결의였고, 변호사가 총회현장을 방문하여 공증을 하기로 되어 있는 다음날 일정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후 양측 통추위원들도 두어 차례의 구수회의를 통해 ‘통합이 우선’이라는 대의를 따르자는 재합의가 이뤄졌고, 이날 오후 이어진 전체 총회에서 전용창-김소영 공동회장은 통합을 선포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전용창 공동회장은 감격에 겨운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김소영 재언협 회장은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새역사를 써 나가자며 대통합의 말미를 장식했다.
9년의 분열과 갈등을 불식하고 통합을 이루는 데 필요한 시간은 11분으로 충분했다. 이번 대회는 ‘아무것도 아닌 분열’이 얼마나 재외언론인들을 옥죄어 왔는지, 화해와 단결의 소망이 얼마나 큰 지를 입증한 대회였다. 회원들은 서로 깊은 악수를 청하며 감격스러워 했고, ‘남과 북의 통일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덕담들이 총회장을 메아리쳤다.
[공동취재단] 김명곤 기자 koreaweeklyf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