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현지에 수준 높은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박소정) 주최의 제9회 ‘호주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가 오는 8월9일 시드니에서 개막, 4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사진은 올해 선보이는 22편의 작품 중 하나인 영화 <기억의 밤>의 한 장면.
한국 영화계 최고 스타들 출연작, 최고 흥행작 두루 포함
주시드니한국문화원(원장 박소정, 이하 ‘문화원’)이 주최하는 제9회 ‘호주한국영화제’(Korean Film Festival in Australia)가 오는 8월9일부터 9월23일까지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그리고 캔버라에서 개최된다. 최근 개봉한 흥행작들과 유명 영화제의 화제작까지,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다룬 22편의 영화들이 호주 한국 영화 팬들을 찾아온다. 지난 호에 이어 제9회 호주한국영화제의 라인업을 키워드로 미리 만나본다. <편집자 주>
기억을 쫓고 지난 과거에 쫓기는 추격 스릴러 3편
<기억의 밤>, <사라진 밤> 그리고 <7년의 밤>
추리물을 좋아하는 스릴러 팬이라면 온종일 긴장감과 쫄깃함을 선사하는 <기억의 밤>과 <사라진 밤>를 기대해 볼 만하다. 강하늘, 김무열 주연의 <기억의 밤>은 장르와 형식의 한계가 없는 천재적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의 작품으로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히치콕 스릴러 형식을 연상시키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기억의 밤>은 납치됐다가 기억을 잃어버린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형과 낯선 형에게 의혹을 품기 시작하는 동생이 서로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야기 재주꾼”이라고 평가받은 장항준 감독은 8월17일(금), 극장을 찾아 관객과 직접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사라진 밤>은 스페인 스릴러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단 하룻밤 동안 밀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재벌가 여인의 시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리물이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숨긴 채 살다가 자신이 죽인 부인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남편 역에 김강우, 허술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단서로 진실을 파헤쳐 가는 형사 역의 김상경, 그리고 강렬한 아우라로 남편을 휘어잡는 여성 재력가 김희애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의문의 밀실 스릴러를 이끌어 간다.
이와 함께 <7년의 밤>은 한국의 대표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원작 소설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주체 못 하는 광기로 가정 폭력을 일삼는 사이코패스 ‘영재’ 역을 맡은 장동건과 운전 중 우발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딸을 죽인 ‘현수’ 역의 류승룡, 두 배우의 분노와 에너지가 스크린 위를 폭주한다. 방대한 스토리, 성악설 그리고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 내는 <7년의 밤> 원작은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소설’ 1위를 차지했던 만큼 소설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찰떡궁합 커플과 독보적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청년 경찰>, <바람 바람 바람>, <머니백>, <챔피언>
현재 영화제 페이스북에서 공개된 예고편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인 <청년 경찰>은 강하늘과 박서준의 브로맨스가 빛나는 코믹 액션 영화다. 두 훈남 배우들이 선보인 찰떡궁합은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청춘 수사 액션물’에 유쾌한 활기를 더한다. 이론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희열’과 몸으로 먼저 반응하는 ‘기준’이 경찰대에서 겪는 좌충우돌 신입생 이야기는 두 배우의 완벽한 콤비 플레이로 관객들에게 젊은 웃음을 선사한다. 앞서 소개한 <기억의 밤>과 <청년 경찰>에서 정 반대 모습을 선보인 강하늘의 연기 스펙트럼을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바람 바람 바람>은 20대의 풋풋함을 아름답게 표현한 <스물>로 300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병헌 감독의 후속작이며 사랑을 해도, 안 해도 외로운 부부 이야기를 다룬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이다. ‘바람’이 20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인 ‘석근’이 자신의 매제 ‘봉수’를 그 세계에 입문하도록 도와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감독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촌철살인들이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또 다른 작품 <챔피언>은 일명 ‘마요미’로 불리며 영화계의 독보적인 마성의 캐릭터로 입지를 굳힌 마동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부산행>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팔뚝 액션을 원 없이 선보인다. 실버스타 스텔론의 <오버 더 톱>(1987)을 보고 오랜 기간 팔씨름 선수 역을 꿈꿔왔다고 했던 마동석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팔 근육 하나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머니백>은 서로 다른 이유로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모인 7명의 코믹 액션 영화다. 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그리고 김민교까지, 충무로를 대표하는 실력파 캐스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갖가지 다양한 군상들을 충실하게 그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악착같이 돈을 좇는 각 캐릭터의 애환이 예상치 못한 공감과 통쾌한 웃음을 전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기억의 밤', '사라진 밤', '7년의 밤', '머니백', '바람 바람 바람', '청년 경찰'.
갑자기 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엄마와 아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해 가족을 구해야 하는 아빠
국내 대표 여배우 임수정이 주연한 영화 <당신의 부탁>은 처음으로 그녀가 엄마 역할을 맡아 생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다. 임수정은 갑자기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남편의 16살 아들을 떠맡게 되면서 처음으로 ‘엄마’가 된 주인공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하루아침에 ‘아줌마’를 ‘엄마’로 부르게 된 중학생 역을 소화한 배우 윤찬영 또한 아역답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로 임수정과 앙상블을 이룬다. 영화의 핵심은 가족, 구체적으로 ‘엄마’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엄마’와 ‘아들’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가고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 관람 후 <당신의 부탁>의 영어 제목 <Mothers>의 의미를 추측해 보는 것도 영화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이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하루>에서 배우 김명민과 변요한은 각자 교통사고로 잃은 딸과 부인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두 남자 캐릭터를 맡았다. 반복되는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한 두 배우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반복적으로 가족을 읽는 감정 연기까지 훌륭히 소화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CNN 선정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하나
전 세계 공포 체험의 성지를 배경으로 한 <곤지암>
지난 2012년, CNN의 세계 7대 소름 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한국의 곤지암 정신병원은 1996년 폐원한 이래 최근까지도 대표적인 괴담의 주 무대가 되고 있다.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한국 오락 프로그램들이 한 번쯤은 촬영을 시도할 만큼 국내에서 공포 체험의 성지로 유명하다. <기담>(2007)과 <무서운 이야기>(2012) 등 공포영화를 주로 연출해 온 정범식 감독은 <곤지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체험 공포’를 기획했다. 서로 다른 6개 기종의 19대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하고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몸에 착용해서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편집함으로써 관객들도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사실적인 공포감을 선사한다. 또한 배경 음악과 효과음마저 쓰지 않고 배우들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낸 현장음 만으로 ‘날것’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한편 올해 영화제 티켓은 공식 홈페이지(www.KOFFIA.com.au)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영화제에 대한 기타 자세한 정보는 한국문화원 (02 8267 3400) 및 영화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koreanfilmfestiv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제9회 호주한국영화제 주요 정보
-시드니 : 8월9일~18일, Dendy Cinema(Opera Quays)
-브리즈번 : 8월15일~16일, Elizabeth Picture Theatre
-멜번 : 9월6일~13일, ACMI
-캔버라 : 9월21일~23일, Palace Electric Cinema
-예매 : www.KOFFIA.com.au
-가격 : 1매 성인 $16, 할인 $12 / 4매 성인 $40불, 할인 $30
-Cinema Talk : 8월17일(금) 오후 6시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상영 후 감독 Q&A 진행), 8월18일(토) 오후 6시50분 <소공녀> 전고운 감독(상영 후 감독 Q&A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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