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5채 경매 진행... 경매 등록 주택 사전 취소 늘어
주택 소유주들, 주택시장 둔화 속 매각 ‘눈치 보기’
시드니 지역 경매 낙찰률이 50%대를 이어가면서 부동산 시장의 둔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그나마 일부 지역의 경우 60%대의 낙찰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5일) 부동산 분석회사인 ‘도메인 그룹’(Domain Group)에 따르면 12월 첫주 경매시장에는 총 885채의 주택 경매가 진행되어 이중 530채의 주택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이전 주 58.6%에 비해 다소 하락한 57.5%의 낙찰률이다.
‘도메인 그룹’ 수석 경제학자 앤드류 윌슨(Andrew Wilson) 박사는 “부동산 시장이 기진맥진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경매 결과를 보면 시드니 서부 지역의 경우 낙찰률은 확실히 둔화되었지만 주택가격이 중간 정도 지역인 남부, 북부 노스 쇼어(north shore)와 같은 지역의 경우 아직은 60% 이상의 낙찰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슨 박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초반까지 높은 주택가격을 의식, 주택을 매각하려고 경매시장에 매물을 등록했던 이들이 자신의 예상가보다 낮은 경매 입찰가격으로 매매를 포기하고 내년도 다시 매물로 내놓으려 한다는 점도 낙찰률 하락의 한 요인이다.
지난 주 경매시장에 매물로 등록됐던 주택 가운데는 잠정가격이 낮아 경매를 포기하거나 또는 토요일 경매 이전, 사전 판매된 매물이 3분 1에 달했다.
‘도메인 그룹’ 분석 수치에 따르면 지난 달인 11월 500채 이상이 경매매물로 등록다가 경매를 포기했으며, 12월 첫 주말 경매인 지난주에도 상당수의 주택이 도중에 경매를 취소한 것이다.
반면 레드펀(Redfern)의 경우 새로운 기록을 보이는 등 주택시장이 여전히 강세임을 보여주었다.
‘Auction Services’ 사의 롭 트로바토(Rob Trovato) 경매사는 지난 주말 12건의 경매 스케줄 가운데 4건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매물로 등록했던 주택 소유주가 내년도에 경매를 진행하고자 한 때문이었다.
트로바토 경매사는 “이는 그만큼 주택을 구매하려는 경매시장 입찰자들이 줄었다는 것으로, 확실히 이는 내가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다르다”면서 “경매에 입찰한 이들도 이전과 달리 선뜻 가격을 제시하기보다는 다른 입찰자들의 논치를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 경매시장의 입찰자 경쟁은 이전과 같이 치열함을 보이기도 했다. 트로바토 경매사가 진행한 콩코드(Concord) 소재 클러몬트 애비뉴(Clermont Avenue) 상의 한 주택 경매는 150여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8명이 입찰, 265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 가격은 애초 이 주택의 경매 잠정가격보다 3만 달러가 높은 금액이었다.
‘Benson Auctions’ 사의 스튜어트 벤슨(Stuart Benson) 경매사 또한 지난 주말 7건의 스케줄 가운데 2건이 사전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자들의 적극적인 구매 의지가 한풀 꺾이면서 주택 소유자들도 경매시장에 매물을 등록하면서 가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벤슨 경매사는 “지난 봄 이후 경매시장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주택을 매각하려는 이들 가운데는 가격 절충에 적극 나서기도 한다”면서 “경매 스케줄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주택 소유자들도 부동산 시장이 완화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벤슨 경매사는 이 같은 진단의 배경으로 지난 주 자신이 경매를 진행했던 컨트허스트(Kenthurst) 소재 포터스 로드(Porters Road) 상의 한 주택을 언급했다. 이 주택은 223만 달러에 낙찰됐으며 이는 잠정가격보다 3만 달러 높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번슨 경매사에 따르면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이 주택의 경매 잠정가격은 250만 달러였다.
피어몬트(Pyrmont) 소재 보우먼 스트리트(Bowman Street) 상의, 해안 전망을 가진 한 테라스 주택은 이날 경매에서 잠정가격인 160만 달러에 못미치는 158만5천 달러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 주택 매매를 진행한 중개회사 ‘Morton real estate’ 사의 이안 퀴(Ian Qiu) 에이전트에 따르면 이 주택은 지난해 145만1천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퀴 에이전트는 “주택시장은 확실히 둔화되었지만 구매자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라이카트(Leichhardt) 소재 알렌 스트리트(Allen Street) 상의 3침실 외 1개 스투디어를 가진 주택은 단 한 명이 입찰에 응해 125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소유주가 매각을 포기해 유찰됐다. 중개회사 ‘Callagher Estate’ 사의 이안 도슨(Ian Dawson) 에이전트는 관심을 보인 두 그룹과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125만 달러 이상을 제시한 이들이 없었으며 주택 소유주 또한 이 가격에 판매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보인 부동산은 레드펀(Redfern) 소재 조지 스트리트(George Street) 상의 2층짜리 창고 건물로 낙찰가는 361만5천 달러였다. 이는 잠정가격보다 31만5천 달러가 낮은 금액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