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찍고 조지아로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사우스 캐롤라이나 페이지랜드(Pageland)에 위치한 월마트 물류센터에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정문 통과, 도킹, 트레일러 분리, 서류 절차 등 배달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잘 처리했다. 조금씩 발전 중이다.
그 다음 배달이 들어왔다. 노스캐롤라이나 몬로(Monroe)에 위치한 Tyson 육가공 센터다. 타이슨은 거대 식품 유통 기업이다. 마침 출근 시간이라 많은 노동자들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왔다. 입구가 헷갈려 옆 고철상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내 운전시간은 여기까지다. 네이슨이 몰 차례다. 트레일러에 실린 케이지에 든 닭들의 마지막 모습이 보였다. 2단으로 넓게 쌓은 거대한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생명체에서 육류로 탈바꿈 할 것이다.
이곳도 드랍앤훅이었다. 공장 밖에 있는 야적장에 빈 트레일러를 세워 두고 다시 공장으로 들어와 배달할 물건이 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냉동기 연료가 별로 없다. 연료를 채워서 가야 한다. 아무 주유소에서나 넣으면 안 된다. 회사 네트워크에 있는 주유소라야 한다. 그래야 할인 가격에 주유한다. 검색(檢索)해보니 샬롯이 가장 가깝다. 샬롯으로 이동했다. 샬롯 시내 사진을 찍어 페북에 올렸더니 얼마 후 노창현 국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침 샬롯에 계시다고. 그때 나는 이미 조지아 주를 달리고 있었다.
자다가 일어나니 조지아 주 Whitehall forest 트럭스탑이다. 네이슨이 30분 휴식을 위해 왔다. 그런데 트럭이 입구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이런 경우는 별로 없는데. 화장실을 가려고 트럭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 가니 주차장에 난리가 났다. 트럭 한 대가 주차를 못 해 통로를 전부 막고 있었다. 저게 내 모습일 수도 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도 그 트럭은 여전히 주차를 시도하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운전사들과 트럭스탑 경비 직원들까지 와서 그를 도와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맞은 편에 주차한 트럭이 마침 밥테일이었는지 뒤로 후진 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운전사들은 핸들을 이리 돌리라 저리 돌리라 코치했다. 겨우 그 트럭은 주차를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트럭스탑 입구 교통은 혼란을 빚었다. 성급한 트럭 운전사들은 출구로 들어오기도 했다.
한 트럭스탑에서 교대했다. 시간이 촉박한 모양이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중간에 쉬지 않고 7시간 30분 가량을 연속으로 달렸다. 그 사이 나는 유튜브로 북미 정상회담 뉴스 실황을 들으며 달렸다. 운전 중이라 화면을 보지는 못 하고 소리만 들었다. 역사적인 악수 장면에서는 힐끗 화면을 잠깐 봤다만.
트럭스탑에 들러 주유하고 30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한 3시간 정도 더 달리면 텍사스 주 뉴캐니 (New Caney) 월마트 물류센터에 도착한다.
텍사스 폭풍우
한 번도 출구를 놓치지 않고 중간 배달지에 도착했다. 중간에 고속도로 입구가 공사로 막혀 있어도 다음 진입로(進入路)를 이용해 들어갔다. 운도 좋았고 조심도 했다.
네이슨은 배달 시간에 늦을까봐 엄청 신경 썼다. 배달 실패를 기록할까 싶어서다. 그는 아직 한 번의 배달 실패 기록도 없다.
텍사스 주 뉴 캐니 월마트 물류센터에 도착하니 트럭이 입구에 줄줄이 늘어섰다.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닥에 후진을 하려는데 마음이 급했던지 네이슨이 비키라더니 직접 핸들을 잡았다. 성질 급한 사람 같으니라고.
하적을 기다리며 부모님께 화상통화를 드렸다. 전에는 살이 빠져서 보기가 좋다고 하시더니 이제는 너무 많이 빠지는 것 아니냐 걱정하신다. 오늘은 부모님께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다.
9시가 넘어서야 최종 배달지를 향해 출발했다. 밤새 운전한 나는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자다가 깨어 보니 목적지가 바뀌었다. 아마릴로 트럭스탑에서 다른 프라임 트럭과 트레일러를 교환하기로 했단다. 솔로 운전사가 시간이 안 돼 그렇다는 것이다. 텍사스 북서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멕시코 국경 인접 도시인 라레도까지 내려간다. 아마릴로에서는 한 13시간 걸린다. 솔로 운전사는 11시간 이상 운전할 수가 없어 시간을 맞출 수 없다. 팀 드라이버에게는 넉넉한 시간이다.
아마릴로까지 150마일 정도 거리는 내가 운전했다. 최근 들어 우리 트럭은 시속 60마일로 운행한다. 60마일이 연비가 가장 좋게 나왔다. 60마일이면 운전하기에 여유로운 속도다.
아마릴로를 한 시간 정도 남기고 앞쪽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오른쪽으로 검은 구름이 짙게 깔린 것이 비가 내릴 모양이다. 왼쪽으로는 구름이 없었다. 도로의 방향에 따라 구름 쪽으로 향해 가기도 하고 구름을 벗어난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구름 속에서는 번개가 춤을 췄다. 핸드폰으로 홍수 경보 메시지가 들어왔다. 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곤란할 것 같다. 다행히 도로는 구름 가장 자리를 따라 뻗었다. 가장 자리를 가는데도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트레일러 쪽에서 쾅 소리가 나서 뭔가 싶었는데 길가에 우박이 떨어진다. 비구름을 뒤로 하고 벗어났다.
아마릴로 트럭 스탑에서 주유를 하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프라임 트럭을 만났다. 그는 이미 트레일러를 분리한 상태였다. 옆에 트럭을 주차하고 트레일러를 분리해 새로운 트럭에 연결했다. 이 모든 과정이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순조로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늘었구나. 그래도 아직은 서툴고 어설프다.
모레 오전 7시까지 배달이라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기로 했다. 샤워하고 데니스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내가 살 작정이었는데 네이슨이 나가서 먼저 계산했다. 트럭으로 돌아와서 얼마 안 있어 폭풍이 몰아친다. 조금만 늦었으면 물에 빠진 생쥐 꼴 될 뻔 했다. 비가 옆에서 들이치는데 저러다 트럭이 옆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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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까지
83번 국도를 달리다
“그나저나 길, 어제 후진 아주 잘 했어. 필요한 그대로 딱 됐어.”
아침에 출발하는데 네이슨이 어제 후진에 대해 칭찬을 한다. 뭘 그냥 난 너한테 배운대로 했어. 나도 기분이 좋아져 겸양의 덕담(德談)을 주고 받는다. 어제 후진은 90~95% 정도 만족이라고 할까.
배달지에서 철야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 8시 쯤에 출발했다. 나는 6.13 지방선거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TK를 제외한 전국에서 압승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 동구에서도 최초로 민주당 구청장이 탄생했다. (정정 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최종 확인) 대구도 30년 이내에 정권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이 보인다. 지금 20대 젊은이라면 30년 후를 바라보고 지금부터 바닥을 다지기 바란다. 어떤 후보는 8전 9기만에 당선되기도 했더만.
중간 시골 어느 마을 주유소 공터에 트럭을 세웠다. 시간이 충분하니 여기서 쉬었다가 6시쯤 내가 운전해서 가기로 했다. 주유소 옆에 Golden Chick이라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있다. 메뉴 중 치킨 샐러드가 있길래 사 먹었다. 신선한 야채 섭취가 부족해 가급적 기회 있을 때마다 먹으려 한다.
6시에 출발했다. 83번 국도를 따라 거의 멕시코 국경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중간에 산악지대가 있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다소 가파른 내리막길을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해 내려오는데 계기판에 즉시 엔진을 멈추라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마침 네이슨도 이때 깬 상태였다. 놀라서 즉시 트럭을 길가에 대라고 했다. 트럭을 멈추고 시동을 끈 후 엔진룸을 열어 봤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냄새나 연기가 나지도 않았다. 네이슨은 라지에이터 냉각수를 조금 보충했다. 얼마 후 시동을 켜니 아무 이상이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자정 무렵에 최종 목적지 전에 인근에 위치한 프라임 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레일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 네이슨은 이 트레일러가 멕시코를 넘어 갔다 오기 때문에 검사한다고 했다. 때로 트레일러 바퀴가 빠진 상태로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내일 오전 7시 배달이다. 여기서 쉬었다 갈까하다가 바로 가기로 했다.
반복되는 실수
목적지 도착 전에 리퍼 연료를 채워야 한다. 회사 네트워크에 가입한 주유소를 검색한 후 그쪽으로 향했다. 주유소에 도착 후 주유를 하려는데 계속 사전 승인 에러가 났다. 실내 카운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러나 싶어 확인해보니 이 주유소가 아니다. 길 건너에 다른 주유소가 있었다. 그 주유소에 가서도 사전 승인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다니. 미리 출발하길 잘 했다.
카운터에 가니 멕시칸계 여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덩치 좋은 아가씨였고 다른 한 명은 매니저급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계속 스페인어로 말했다. 내가 히스패닉처럼 생겼나? 트럭넘버, 트립넘버, 트레일러넘버를 불러줬다. 뭐가 잘 안 되는지 아주머니는 이리저리 기계를 만지고 연결선을 만지작거렸다. 얼마 후 승인이 났다.
새벽 2시경 Laredo 코스트코에 도착했다. 잘생긴(?) 멕시칸 여성이 수위(守衛)였다. 발음이 또랑또랑 했다. 5시 30분에 물류센터 문을 여니 201번 닥 앞에 주차하라 했다. 자고 있으면 누가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커피점 같은데서 쓰는 무선호출기를 받았다. 주차연습을 겸한 후진을 마쳤다.
퀄컴 단말기를 보니 나는 1시간 20분째 off duty였다. 차가 움직이면 자동으로 driving으로 바뀐다. 그런데 5분 미만으로 운행하거나 2마일 이하 거리를 운행하면 driving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주유 하느라 수시로 시동을 끄고 주유소에서 배달지까지 거리도 2마일이 넘지 않아 계속 off duty 상태를 유지했다. off duty는 중요하다. driving이나 on duty는 일주일 70시간 근무에 들어간다. 한두 시간이 모자라 배달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네이슨은 주유소에 들어서기도 전에 근처 교차로에서 멈추고 off duty로 바꾼다.
자고 있자니 누가 문을 두드린다. 무선 버저도 울렸다. 하적을 시작할 수 있다. 트레일러 뒷문을 열고 후진해 도킹했다.
배달을 마치고 정문 경비실에 무선 호출기를 반납하고 서류를 받았다. 이곳의 좋은 점은 따로 사무실을 가지 않아도 경비실에서 서류 작업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문득 어제 배달지 도착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사실이 기억났다. 꼼꼼한 네이슨도 그걸 까먹다니. 배달지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그건데. 어제는 주유 때문에 둘 다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배달을 마치면 트레일러 세척을 해야 한다. 어제 갔던 주유소에서 트레일러 냉동기 연료를 채우고 인근에 있는 트럭 세차장에 갔다. 뒤로도 계속 트럭이 들어왔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이다. 직원들은 모두 멕시칸으로 보였다. 멕시코 접경 도시다보니 주민들 자체가 멕시칸계가 많다.
다음 화물을 기다려야 한다. 라레도 배달의 단점은 언제 화물을 받을 지 모른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넘어 오는 트레일러가 있어야 화물을 받는데 오래 기다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근처 트럭스탑에서 아침 식사를 샀다. 주문을 하는 동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이미 프라임 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트레일러였다. 네이슨은 아주 운이 좋다며 기뻐했다. 캘리포니아 폰타나(Fontana)로 가는 화물이다.
프라임 터미널에서 서류를 받고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서류를 보니 화물 값어치가 40만 달러가 넘었다. 뭐길래 이렇게 비싼 것인지. 보존 온도는 화씨 65도였다. 온도를 봐서 과일은 아니다. 캘로그에 가는 것인데 뭘까?
이동거리는 약 1,300마일로 26시간 거리다. 둘 다 운전시간은 충분하다.
네이슨은 이번 주면 내 수련 거리가 충족될 것으로 봤다. 어제 오늘 같이만 후진을 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 했다. 다음주면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본사 훈련팀에 전화해보니 나는 스프링필드에서 시작했기에 업그레이드도 같은 곳에서 한다고 했다. 네이슨과 함께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낮시간 동안 네이슨이 운전하고 나는 뒤에서 잤다. 멕시코 국경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티모빌에서 웰컴투 멕시코. 로밍 서비스 안내 문자가 왔다. 네이슨은 교대 전에 내가 후진을 하도록 배려해줬다. 6시 즈음 운전을 출발했다. i-10 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코스다. CB 라디오에서 트레일러가 전복돼 서쪽 방향이 막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CB 라디오는 이럴 때 유용하다. 아니나 다를까 2마일 정도 가니 경찰이 길을 막고 서비스 도로로 차량을 우회시켰다. 서비스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사고 장소가 보였다. 트레일러라고 해서 내가 모는 것 같은 53피트 대형 차량을 생각했는데 그냥 픽업 트럭이 끄는 철제 프레임 트레일러였다. 그것도 트레일러가 맞긴 하다. 사고 장소 바로 앞으로 진입로가 열려 있어 들어서려고 하니 네이슨은 서비스 도로를 더 가서 다음 진입로에서 들어가라고 한다. 그냥 들어가도 될 것 같구만. 사수가 시키는대로 따라야지.
그런데 여기서 사단이 났다. 서비스 도로에 살짝 S자 곡선 구간이 나왔다. 그다지 빨리 달린 상태가 아니라 살짝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여 빠져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네이슨이 속도를 줄이라고 악을 썼다. 속도를 줄이라고 망할 브레이크를 밟아. 다시는 그러지마. 나는 아무 소리 없이 커브를 빠져 나왔다. 분위기가 썰렁했다. 네이슨은 뒷칸으로 가서 증기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운전 지적을 받는 일이야 자주 있지만 오늘은 정도가 심했다. 고속도로로 복귀한 후에도 나는 말 없이 운전만 했다. (화가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원래 운전할 때 나는 말이 없다.) 한참 침묵이 흐른 후에 네이슨이 조수석에 앉으며 나를 툭 쳤다. 자신이 생각해도 좀 민망했나 보다. 성질이 급해서 그렇지 천성은 착한 인간이다. 길 너 아까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 내가 웬만해선 겁 안 먹는데 거의 전복 직전이었다고. 그래? 아까 난 그 속도에 편안했는데? 아냐 그렇지 않아 위험했어. 그 정도가 위험했다면 그동안 네이슨이 자는 동안 더 위험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라 차마 그 소리는 못 했다. 곡선구간에선 더 주의해야겠다. 하지만 나도 애로가 있다. 진출로나 곡선을 앞두고 너무 미리 속도를 줄여도 네이슨은 질책하기 때문이다. 늦게 속도를 줄여도 질책이다. 어느 장단에 놀란 말인지. 최적의 타이밍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내와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새로 다니는 직장에 적응하느라 분주했다. 같이 일하는 여직원과 갈등이 있어 힘들어 했다. 사람 사는 세상 편한 사람만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과는 차츰 잘 지내는 듯 했다.
티켓 위기일발
텍사스와 뉴멕시코 접경 도시인 엘파소에 이르자 공사로 10번 도로가 막혔다. 우회해서 도심을 통과해야 했다. 70피트가 넘는 차량을 끌고 주변에 승용차 천지인 도심을 지나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1시간 가까이 걸려서 10번 도로로 돌아왔다. 네이슨은 그제서야 깨어났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그게 다행이다. 깨어 있었으면 옆에서 위험하다고 얼마나 소리를 쳤을 지 선하다.
두 번째 사단이 났다. 뉴멕시코 들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검역소(檢疫所)가 있다. 10번 도로로 서쪽으로 간 적이 없는 나는 그걸 알리 없었다. 그래서 도로에 차는 왼쪽 차선, 트럭은 오른쪽 차선, 차선 합류 도로 표지가 있어도 그저 공사가 있나보다 했다. 우측에 트럭 출구가 나오고 다른 트럭이 그쪽으로 갈 때도 고속도로 휴게소나 트럭 주차장이 있나보다 했다. 그런데 웬걸. 검역소다. 트럭을 몰고 승용차가 다니는 길로 온 것이다. 아 이제 드디어 티켓을 먹는 것인가. 네이슨은 내가 도로 표지를 읽지 않는다고 또 야단을 쳤다. 억울하지만 할 말이 없다. 초소에 접근하자 보안요원이 나왔다. 나는 창문을 열고 미안하다 내가 출구를 놓쳤다라고 말했다. 인상 좋게 생긴 요원은 내게 미국시민이냐고 물었다. 아니다. 영주권자다. 그린카드를 보자고 했다. 침대에 놓인 가방에서 그린카드를 찾아 보여주었다. 다음부터 표지판 잘 읽고 주의하라며 그냥 보내줬다. 네이슨은 좋은 사람을 만나 다행이지 큰일날뻔 했다며 일장연설을 했다. 내가 밤눈이 어두운 것인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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