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규모 1천30억 달러, 운영 기금으로 950억 달러 쓰여져
호주인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자선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 주 호주사회에서 중요한 사회 활동을 하는 자선공익단체의 자선금 규모를 담아낸 보고서가 발표, 눈길을 끌었다.
호주 자선기관 감독기관인 ‘호주 자선공익위원회’(Australian Charities and Not-for-Profits Commission. ACNC)가 지난 주 발간한 ‘2014년 백서’에 따르면 연간 기부금은 일반인의 예상을 뛰어 규모이다.
ACNC 백서를 인용, 지난 주 금요일(4일) ABC 방송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지난해 호주 자선기관의 수입은 무려 1천30억 달러에 달하며 이 중 950억 달러가 운영비용으로 쓰여졌다. 또한 호주 취업 인구 10명 중 1명이 이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50억 달러의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518억 달러는 관계자들의 임금 등에 사용되었으며 45억 달러는 기부금에, 약 387억 달러는 기타 비용으로 소요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자선단체 활동’ 분야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존재, 상위 5개 자선공익단체가 전체의 80%에 달하는 수입을 거둬들였다. 전체 단체의 3분의 2정도는 연간 기부금 수입 25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로 분류됐다.
이번 백서는 지난 2012년 설립된 ACNC가 처음 발간한 것으로 관련 분야의 중요한 통계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자선공익단체들은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활동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아울러 이번 백서에 따르면 현재 호주 전역에 총 5만4천여 개의 자선공익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 전체의 연간 기부금 수입은 1천3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수입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약 420억 달러에 달하며 68억 달러가 일반인들의 기부금이다. 기타 각 단체의 수익사업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은 545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백서는 지난 20년 동안 급속도로 팽창해왔던 관련 자선산업 분야에서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계기로 제작됐다. 호주 시민들은 전 세계에서 자선단체 기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NC는 이번 백서 발간이 일반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CNC의 수잔 파스코(Susan Pascoe) 위원장은 “백서를 통해 일반시민들도 이 분야에서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각 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또 이들의 목표가 무엇이고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등록된 자선공익단체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ACNC에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백서는 자선공익단체의 ‘센서스’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 분야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1달러가 기부되었을 때 이중 몇 퍼센트가 실제 수혜자에게 돌아가는지는 단순한 모델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 유명 크리켓 선수 출신의 셰인 원(Shane Warne)씨가 설립한 ‘쉐인 원 재단’(Shane Warne Foundation)의 경우 지난 2011년과 2013년 사이, 1달러 기부금 가운데 16센트만이 실제로 혜택받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씨는 “10년 전 재단이 설립된 이후 모금된 780만 달러 중 50% 이상이 실제 수혜자에게 돌아갔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독립 기관연구센터’(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헬렌 앤드류스(Helen Andrews) 연구원은 “원 재단의 경우 1달러를 기준으로 극히 일부분이 수혜자에게 제공된 것만으로 평가될 수는 없다”며 “이 수치는 항상 변화가 많다”고 지적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물론 관계기관이 본격적으로 조사에 들어가면 재단의 잘못 운영된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재까지 외부로 공개된 문서에 의해서는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자선공익 분야에 대한 규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이번 ACNC의 백서 출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여러 측면에서의 데이터를 공개한 획기적인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녀는 이번 백서를 통해 확보한 각종 정보를 통해 자선공익 관련 규제가 지금까지 통용됐던 ‘1달러당 몇 센트’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이들 단체의 활동을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앤드류스 연구원은 이어 “백서의 모든 데이터들이 흥미롭다”면서 “이 분야의 연간 수입 규모가 1천억 달러 이상의 산업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랐다”고 밝혔다.
스타라이트 재단(Starlight Foundation)의 루이스 백스터(Louise Baxter) 대표도 백서의 발간을 환영하며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일반인들이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명성 제고야말로 꼭 필요한 일”이라며, “우리 재단도 기부금이 한 푼도 헛되이 쓰이는 일 없도록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스터 대표는 이어 “단순히 1달러당 몇 센트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돌아갔는지를 따지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 같은 평가는 장기적 차원에서 자선단체 활동의 효율성 제고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지적했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