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훈이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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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미국 뉴욕주 우드스탁(Woodstock)에서 전설적인 락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깊은 수렁처럼 헤어날 길 없는 베트남전쟁과 인종갈등의 암울한 시대 분위기속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며 그들의 유토피아를 꿈꿨습니다. 히피문화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시대정신이 음악과 예술로 표출된 절정(絶頂)의 순간이 바로 우드스탁 락 페스티벌이었지요. 주민 반발과 당국의 규제로 공연장소를 찾지 못하다 막스 야스거가 제공한 73만평의 농장에서 락 페스티벌은 열렸습니다. 반전가수(反戰歌手)로 널리 알려진 밥 딜란과 지미 헨드릭스가 이끈 록페스티벌에 몰린 관객은 연인원 40만명. 우드스탁은 모든 락 페스티벌의 효시가 되었고 이 타운은 특별한 문화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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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은 뉴욕시 맨해튼에선 약 100마일(약 160km) 북쪽에 위치한 한적한 타운입니다. 지금도 인구가 6천명도 안되니 반세기전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알만 합니다. 우드스탁을 처음 가게 된 것은 수년전 미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 뉴욕원각사(주지 지광스님)가 ‘삼사순례’ 행사를 하면서 중국 사찰 장엄사와 함께 이곳에 있는 티벳 사찰을 방문한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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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원의 이름은 ‘카르마 트리야나 다르마차크라(Karma Triyana Dharmachakra KTD)’로 900년 된 카르마 카규파의 사찰입니다. 티벳불교에는 4대 종파가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라이 라마는 겔룩파의 법왕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化身)’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처럼 카규파의 법왕인 카르마파(오겐 틴레 도르제)는 ‘살아있는 부처(活佛, 활불)’로 추앙을 받습니다.

 

카르마 사원은 우드스탁을 아늑하게 품고 있는 캣츠킬 마운틴 정상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사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드스탁 마을엔 경전을 적은 오색깃발 ‘타르쵸’를 내건 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티벳 불교 신자들이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타르쵸는 티벳에선 높은 고갯마루에 돌무더기탑(라체)을 중심으로 걸려있는데 바람이 불때마다 ‘파르륵’ 떠는 소리를 티벳에선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간다’고 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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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은 문화예술타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성이 나올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쁜 자연의 풍경과 팬시 레스토랑, 예술적 영감이 번뜩이는 아트, 갖가지 매력 넘치는 상품들을 만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우드스탁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카르마 사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카르마 사원이 건립된 것은 1974년입니다. 우드스탁 락 페스티발이후 이곳은 히피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티벳 불자 등 종교적 수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찾아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티벳 사원이 조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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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사원에 가려면 우드스탁 타운에서 3km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포장이 잘된 도로가 있으니 승용차를 이용하면 됩니다. 입구 맞은편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주말이면 산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주차하고 트레일 코스를 이용하곤 합니다.

 

사원 입구엔 역시나 수많은 타르쵸가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사원으로 들어가면 마당이 있고 오른쪽에 우리네 대웅전 격인 큰 법당이 보입니다. 티벳 사원에선 천정과 벽에 화려하게 장식된 문양(文樣)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한국 사찰의 단청(丹靑)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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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중앙엔 불상과 17대 법왕 카르마파의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티벳 스님들이 부산하게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알고보니 다음날부터 닷새동안 기도 행사가 있다고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되지만 편한 시간 아무 때나 와도 좋다고 하네요.

 

부처님 전을 향해 삼배를 하고 나서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전쟁의 공포에 처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苦海)’라 했으니 살면서 병고액난(病苦厄難)을 면할 길은 없지만 우리 인간의 노력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이 있고 막을 수 있는 전쟁이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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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전 좌우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추모의 작은 랜턴들이 있습니다. 스님들이 매일 기도하며 영가의 넋을 위로하고 좋은 곳에 다시 태어나기를 희구하는 작은 불빛들입니다.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입니다.

 

마침 이날은 한국에서 장례식이 거행된 날이었습니다. 평생을 소외된 약자들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불온한 거대권력가들과 싸워온 위대한 정치인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옵니다.

 

한국이라면 마땅히 영결식장을 찾았겠지만 이역만리(異域萬里)에서 마음만 함께 할 뿐이었습니다. 마침 특별한 사찰에 왔으니 이곳에서 고인을 위한 불을 밝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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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스님께 여쭤보니 원하는만큼 일정액을 불전함(도네이션 박스)에 넣고 명함크기의 카드에 고인의 함자와 기도기간을 쓰고 랜턴에 꽂으면 된다고 합니다. 한국 사찰에서 연등을 켜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티벳 사원에서 고인을 추모하게 되니 더욱 애틋하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자유와 평화의 정신이 살아있는 우드스탁아 아닌가요.

 

존경하는 故 노회찬 의원님. 정말 당신은 멋진 정치인이었습니다.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극락정토(極樂淨土)에서 편안하소서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훈이네의 미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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