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주거용 부동산 구입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뉴질랜드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온 커다란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이다.
7월 말에 뉴질랜드 통계국(Stats NZ)은, 지난 분기 ‘주거용 부동산 소유권 이전(home transfers)’ 통계를 발표하면서 외국인들과 관련된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에 발표된 자료와 함께 국내 언론들의 관련 기사들을 중심으로 달라진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추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알아본다.
<점유율 하락한 외국인의 부동산 명의 이전>
이번에 발표된 통계국 자료는 부동산의 ‘매매(sales)’가 아닌 명의 변경을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단순히 집을 사고 파는 행위뿐만 아니라 ‘결혼 정산(marriage settlements)’이나 ‘가족 사망’, 또는 ‘경계선 변경(boundary changes)’이나‘ 피신탁인 변경(trustee changes)’등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이 관련된다.
지난 6월 말까지의 2/4분기를 대상으로 한 이번 통계에서는 뉴질랜드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지지 않은 순수한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거용 부동산 명의를 취득한 것이 전체 명의 변경 건수의 2.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분기 점유율인 3.3%에 비해 약간 감소한 것인데, 그러나 전국의 명의 이전 건수가 지난 분기보다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숫자는 전 분기의 1083건에서 이번 분기에는 1116건으로 소폭 늘어났다.
참고로 2/4분기 동안 주거용 주택의 명의 변경은 전국적으로 3만 9,627건이 이뤄졌으며 이를 포함한 전체적인 부동산 명의 변경은 4만 8,453건이었다.
한편 2.8%의 이들 외국인 명의 변경자들 중 1.0%는 학생 비자 또는 취업비자를 소유한 이들이었으며 나머지 1.8%가 순수하게 외국인으로서 주택 명의를 넘겨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명의 변경의 78%는 NZ시민권자>
이번 통계에서는 전체의 3/4가량인 78%의 명의 변경에서 최소한 한 명 이상의 뉴질랜드 시민권자가 주거용 부동산의 명의를 넘겨 받는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는 뉴질랜드 영주권을 가진 이들이 한 명 이상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최근에 입국한 사람들이 집을 구입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에 거주했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도 포함됐다.
참고로 작년 한 해 동안 영주권을 받고 뉴질랜드로 입국한 인원은 1만 3,856명이었다.
한편 외국인과 뉴질랜드 시민권자, 그리고 영주권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명의 변경 중 11%는 ‘회사(companies)’나 ‘법인(corporate entities)’으로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분류됐다.
이 범주에 드는 회사나 법인을 소유한 이들 중에는 뉴질랜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도 있겠지만 외국인들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료는 따로 없었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경제학자는, 이 범주에 드는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외국인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대 15%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 큰 변화 없는 내,외국인들의 주택 명의 변경 추이>
지난 6월 말까지의 2/4분기 주택 명의 변경을 이전 4개 분기 동안과 비교해보면 각 점유율 면에서는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첨부된 ‘도표 1(Home transfers by buyer citizenship or visa status)’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도표에서 보듯 주택 명의 변경에서 외국인이 전체 중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6월 분기의 2.4%를 비롯해 이전의 15개월 동안 분기별로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3.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 시민권자들은 지난 5개 분기 중 4차례에 걸쳐 79%를 기록했고 이번 6월 분기에만 78%로 떨어지는 등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같은 기간에 9.9%에서 11%를 오갔던 시민권을 가지지 않은 영주권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으며, 회사나 법인들 역시 7.9%와 8.0%로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분야의 분기간 변동률이 가장 커봐야 1.1%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1.0%포인트에 달했던 외국인들의 5개 분기 간 변동폭은 점유율 크기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가장 컸다는 점 역시 확인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뉴질랜드 정부가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에 제한을 가한 규제 정책이 외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감소 추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도표 2
<오클랜드 도심으로 향한 외국인 주택 구입자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자료에 나타난 지역별 세부 통계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형태가 이전과 다소 달라졌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주었다.
오클랜드 도심 지역인 ‘와이테마타 지역(Waitemata ward)’에서 외국인들은 지난 6월 말까지 분기 동안 모두 321건의 주택 명의 변경을 했는데, 이는 이 지역 전체 명의 변경 건수 중 22%를 차지한다.
이는 결국 이 지역에서 당시에 이뤄진 명의 변경 5건 중 한 건에는 최소한 외국인이 한 명 이상 관련됐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동안 이 지역에서 명의를 넘겨 받은 뉴질랜드 시민권자는 전국 평균보다 훨씬 낮은 4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외국인 점유율은 이전 3월 말까지 분기의 225건, 19%에 비해 건수와 점유율 양 부문에서 모두 증가한 수치이며 이런 증가 추세는 작년 내내 이어진 바 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외국인의 점유율이 3.3%에서 2.8%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 지역에서만 이처럼 증가한 것은, 주택 구입에 나선 외국인들이 이전보다 더 도심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클랜드 도심이나 퀸스타운과 같은 특정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놀랍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6월 말까지의 통계에서 오클랜드 전체 지역에서 외국인으로의 명의 변경은 이전 3월 말 분기의 7.3%(678건)에서 오히려 6.5%(741건)로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읽혀진다.
이처럼 외국인 주택 구입자들이 와이테마타로 몰리는 현상은 첨부된 ‘도표 2와 3(Home transfers by buyer citizenship or visa status, Waitemata local board area, June 2017 to June 2018 quarters)’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도표4(Home transfers to people without NZ citizenship/resident visa, percent of total, selected geographic areas, June 2017 to June 2018 quarters)’를 통해서는 각 지역별로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현황을 볼 수 있다.
<"누가 '외국인'인가?">
한편 이번 자료와 관련된 언론 기사들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외국인들의 무분별한 주택 구입 행태를 비난 하면서 이와 동시에 뉴질랜드 정부의 관련 정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일부 독자들은 특히 중국인들이 국가의 허가 없이 해외재산을 취득하는 것이 그 나라 자체에서는 불법이라면서, 이들은 부정으로 축재한 돈을 빼돌려 이 같은 짓을 저지르고 다닌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집값이 급등해 내국인들의 주택 구입 기회를 빼앗고 나아가서는 렌트비마저 올라가는 등 삶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 같은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를 비롯해 전 세계에 곳곳에서 터져나왔던 불만들이었다.
또한 뉴질랜드는 기존 사회기반시설이 대규모 이민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주택과 외국인의 주택 투자 문제를 이민 정책과 결부시켜 이민 축소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이번 자료를 발표한 통계국 역시 자주 나오는 질문 항목을 별도로 만들어 발표했다.
특히 관련 통계를 작성할 때 구분하는 ‘외국인(overseaspeople)’의 정의에 대해서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애써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통계국은‘외국인’은 관련 법률인 ‘Overseas Investment Act 2005’의 기준에 따른 분류이며, 세무 관련 자료인‘land transfer tax statement’에 의해 명의 변경에 대한 기초자료를 획득한다고 밝혔다.
또한 통계국은 주택 명의가 회사나 법인으로 변경되는 경우 해당 기관을 소유한 이들이 뉴질랜드 시민권자인지 또는 외국인인지 여부는 통계 기초자료인 ‘land transfer tax statement’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개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을 통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지를 통계로 확인할 수 는 없는 실정이다.
통계국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에서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현황은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계국 자체에서도, 현재 국가 전체적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주거용 부동산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으며, 다만 분기마다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집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택 구입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
이처럼 통계국이 다른 자료들에 비해 훨씬 조심스럽게 주거용 부동산의 명의 변경 통계를 상세한 해석까지 붙여 내놓고 있음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여론이 여전히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민으로 이뤄진 국가이자 이민이 국가 경제의 큰 버팀목이 되기도 하는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민 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의 흥망은 물론 정권 자체까지도 바뀔 정도로 이민은 항상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돼왔다.
그러나 지난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내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민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민들과 외국인 투자자들 간 큰 사회적 갈등 이야기됐다.
이번 통계를 대한 한 전문가는, 과거 한때 뉴질랜드 이민은 호주로 재차 떠나기 위한 뒷문 같은 역할을 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2011/12년 영주권을 받았던 이들은 89%가 지금도 거주 중이며 이는 10년 전에 비해서 80%나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다면 집을 살 권리 보장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면서 “‘외국인’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가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향후에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외국인들을 어떻게 구별하고 관리할 것인가가 뉴질랜드 정부에 던져진 정치와 사회 경제적 숙제임을 지적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외국 투자자들이 바뀐 행보를 보인다 할지라도 주거보다는 투자가 목적인 그들의 습성상 뉴질랜드 국민들 입장에서는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은 앞으로도 외국인들에 대한 불만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