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칼럼] 부동산 버블에 따른 쓴 맛 경험이 한 몫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에서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홈 에퀴티도 쌓이고 있지만 홈오너들이 이를 섣불리 건드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퀴티는 주택값에서 은행 대출액을 제한 순수 자산이다.
지난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홈오너들의 에퀴티 총량은 2011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지만 활용은 저조한 편이다. 이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이자율 상승의 영향이 크다. 변동 이자율에 따라 자칫 빚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십수 년 전에 미국을 휩쓸었던 모기지 위기 악몽이 홈오너들의 마음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당시 부동산 시장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집값은 35%나 곤두박질 쳤고, 이에 모기지를 안고 있는 대다수 홈오너들은 집 가치보다 모기지 빚이 더 많은 ‘깡통주택’에 살아야만 했다. 특히 부동산 버블 전에 한껏 늘어난 집 에퀴티를 빼내어 신용카드 빚을 갚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한 이들은 가슴앓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뉴욕 기반의 투자 은행 웨스트우드 캐피탈 매니저인 단 앨퍼트는 주택 담보 융자인 홈 에퀴티 론에 발목 잡힌 사람들의 묵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근래들어 금융계는 홈오너들에게 에퀴티 활용을 슬며시 부추기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대출 금융사 렌더스는 올해 1사분기 홈에퀴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 증가했다는 내용을 담은 우편 홍보물을 홈오너들에게 보냈다. 렌더스 외에 다른 금융사들도 홈에퀴티 라인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한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연방은행 자료를 기준으로 홈오너 에퀴티 총량은 2009년보다 150%가 증가한 6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S&P 코어로직 케이스 실러 데이타에 근거, 미국 집값이 2012년 이래 연 7% 증가했다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집값 상승 외에 홈오너들이 주택융자를 열심히 갚아 나가는 추세도 에퀴티 증가에 한 몫 한다.
또 미국 홈오너십은 부동산 버블 이전의 69%에서 64%로 감소됐다. 이같은 상황도 홈오너들이 에퀴티 사용을 주저하는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전에 주택담보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이들이 현재는 세입자로 있을 것이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에퀴티 론을 가장 쉽게 사용할 만한 성향의 그룹이 더이상 홈오너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형 모기지 은행 중 하나인 U.S.뱅콥의 모기지 세일 매니저인 캐더린 커슈너는 홈오너들이 주택시장 굴곡을 거치며 홈에퀴티가 매우 빨리 증발해 버릴 수 있고, 대출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계는 일부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에퀴티를 그냥 두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가령 주택을 담보로 얻는 융자 상품인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의 경우 주택 관련 용도로 사용하는 부분에는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수리나 개조를 해가며 살아가야 하는 홈오너들은 다른 활용 자금이 없을 경우 자연 홈에퀴티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