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대혁명 기념일에 파리 샹젤리제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퍼레이드에 일장기와 함께 육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을 지켜 본 재불교민들은 경악했다.

프랑스와 일본의 수교 160주년을 맞아 프랑스 국방부의 초청으로 일본 자위대가 소수의 의장대 병력을 파견했고 이들은 전범기인 욱일기를 변형한 육상자위대 깃발을 들고 행진한 것이다.

전범국가의 상징인 욱일기가 프랑스 국가 행사에서 버젓이 등장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마크롱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교민들은 프랑스존 커뮤니티를 비롯, 한국의 언론사에 이를 알렸고,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항의가 있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한인회장은 “한국 정부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일본인들의 정치적 선전장을 만들어 준 프랑스 정부에 즉각, 항의 하여야 하며, 프랑스는 수 천만명의 희생자를 내며 제국주의에 맛서 싸운 우방국들에게도 사죄하여야 할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인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일본인들에게 걸 맞는 숭고한 정신인지 다시 생각해 보고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역사적 전범국가로서 역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미래를 논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욱일기는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붙여 형상화한 일본제국주의의 깃발로 일본 자위대가 약간 변형하여 군기(軍旗)로 사용하고 있다. 태양 주위로 16개의 햇살이 퍼지는 문양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현재 육상자위대가 상징물로 사용하는 깃발은 욱광이 8개로 변형된 형태다. 

 

욱일기는 그 자체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욱일기의 상징성은 마치 나치에게 점령당했던 유럽국가들처럼 일본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었던 동아시아 주변국들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게 점령을 당했던 프랑스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나치의 문양 하켄크로이츠를 사용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프랑스 형법 제 645-1조에서도 '나치 등 반 인류행위범죄를 범한 집단을 연상케 하는 상징물 전시금지' 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욱일 문양이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인식은 매우 희박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샹젤리제 거리에서 욱일기를 휘날린 자위대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엘리제 궁에 초청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일본과 우방관계인 프랑스가 자위대를 군사퍼레이드에 초청한 것은 외교 관계상 이해할 수 있어도, 욱일기를 들고 행진하도록 한 것은 일본의 전범 피해를 당한 한국 등 다른 우방국들에 대해 무신경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처사는 유럽 국가들의 무지함과 무관심에서 나온다.

동아시아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욱일기의 의미와 전범 일본의 역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채로 수 십년이 지났다. 현재 욱일기 하면 그냥 일본을 상징하는 독특한 문양이나 디자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다양한 일본 상품이나, 이번 FIFA 온라인 샵에서도 욱일기 디자인의 제품들이 버젓이 등장해 판매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를 들고 행진한 것을 인지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한국과 프랑스 간의 문제가 아닌 데다가, 문제의 깃발이 일본 육상자위대의 공식기라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처도 하지 못하고 아직은 여론의 추이만 살피는 기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중국 필리핀 등 피해 당사국들과 함께, 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인 일본이 욱일 문양을 나치 독일처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전범국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 시켜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일본의 태평양 전쟁으로 아시아에서는 2000만명 이상이 희생되었다. 욱일기는 용서할 수 없는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다를바가 없다.

특히 세계2차대전의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의 삶을 생각한다면, 결코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