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중요성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2시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한 트럭스탑에서 출발했다. 트럭 세차장까지는 2시간 거리. 이 일대에 24시간 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찾아가보니 다름아니라 예전에 네이슨과 TNT 막바지 때 가본 적이 있다. 한 남자가 세차장 바로 옆 주차한 캠핑 트레일러에서 잠을 자기에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도착해 전화하니 잠시 후 나왔다. 트레일러 세척을 마치고 타이슨 몬로 가공시설로 향했다. 밤이었지만 전에 와본 적이 있어 찾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가져간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화물이 든 트레일러로 연결하는 과정도 순조로웠다. 한 번 경험이 있다는게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처음이었다면 무척 헤맸을 것이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트럭스탑에서 주유를 하는데 트레일러 번호가 입력이 안 된다. 다른 펌프로 옮겨도 가보고 건물 내 카운터에서도 해 봐도 마찬가지다. 디스패처에게 연락해보니 내가 출발할 때 전화를 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 화물을 운반하는 상태가 아니어서 주유 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분명 모든 절차를 취했다. 퀄컴 메시지도 보내고 전화 통화도 했다. 뭔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다.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야 주유가 가능했다.
버지니아주를 통과하는 동안 세 번이나 중량측정소(Weigh Station)에 들어가야 했다. 지나는 모든 측정소에 들어갔다. 전례 없는 일이다.
일을 마쳐야 하는 오후 4시가 가까워져 온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한 휴게소. 도착하자마자 간단히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좀 부족하여 컵라면 끓여 먹고 쓰러지듯 누워 잤다. 그간 피로가 누적(累積)됐었다.
배달지인 뉴왁까지는 약 5시간 거리. 10시 배달 약속이니 9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아침 출근 시간 정체를 예상해 6시간 잡으면 새벽 3시 출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 하는 곳이다.
새벽 3시 알람이지만 중간에 몇 번 깼다. 결국 2시에 일어나 늦은 일기를 쓰고 출발 준비했다. 예상보다 길이 안 막혀 뉴왁(Newark)에 일찍 도착했다. 이 곳의 고속도로 진출구는 공사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인지, 끝난게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좁은 길을 트레일러 바퀴가 부딪히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면서 회전했다. 한 블락 떨어진 도로에 트럭을 세우고 걸어가 체크인 수속을 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어 럼퍼 사무실로 갔다. 65번 닥에 대라고 했다.
마당이 생각보다는 넓었지만 앞에 비스듬히 서 있는 트레일러 두 대가 문제였다. 각도가 안 나온다. 근처 다른 트럭에 다가가 도움을 청했다. 그는 영어를 잘 못했다. 그래도 무슨 뜻인지는 알아듣고 내려서 도와줬다. 그 덕분에 겨우 트럭을 댈 수 있는 각도를 만들었다. 고맙다는 소리를 할 새도 없이 그는 사라졌다. 어제의 경험도 있고 해서 닥킹에 만전을 기했다. 트레일러에 파손을 줄만한 시설은 없었다.
럼퍼피는 245달러였다. 이걸 내가 내리면 이 돈을 내가 받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컴데이터 수표를 끊어 가져다줬다. 이곳은 지게차가 아니라 소형 전동 지게로 화물을 내렸다. 그래서 내리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어쨌든 무사히 배달을 마쳤다.
근처 가장 가까운 트럭 세차장으로 향했다. 입구를 잘 못 찾아 두 바퀴 돌았다. 이곳도 전에 네이슨과 와 본 곳이다. 마당에서 어렵게 턴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을. 트레일러 세차를 하는 동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저지시티 트로피카나에서 펜실베이니아 로베소니아(Robesonia)로 가는 화물이다. 배달 시간이 내일 새벽 3시 30분이다.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글렌에게서 자기 같으면 10시간 휴식 끝나고 물건 받으러 갈 거라고 문자가 왔다. 이미 3시간 넘게 휴식을 취했다. 세차장까지 거리가 2마일을 넘지 않아 아직 off duty 상태다. 원래 나는 얼른 물건을 받고 휴게소나 트럭스탑에서 쉬었다 출발하려했다. 생각해보니 이 근처 휴게소나 트럭스탑에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 밤에 이동하는 것이 좀 걸리긴하지만 글렌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지난 번 트로피카나 갈 때 어렵게 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잘 갈 수 있겠지.
근처 트럭스탑으로 왔다. 이곳도 지난 번 네이슨과 왔다가 자리가 없어 그냥 갔던 곳이다. 공간은 좁지만 빈 자리가 몇 곳 있어 주차를 시도했다. 각이 안 나와 밖으로 나와 한바퀴 돌았다. 두 번째 시도한 곳 역시 각이 잘 안 나온다. 보다 못한 누군가가 트럭에서 내려 나를 코치해줬다. 내가 낑낑대는 사이 트럭이 많이 밀렸다. 그도 각도가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트럭스탑은 유료주차다. 12시간에 12달러, 24시간은 24달러다. 밤 11시에 출발할 요량으로 12시간 주차비를 지불했다. 여기서 안 막히면 1시간이면 집에 갈텐데.
발송지와 배달지의 정보와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발송처인 트로피카나에서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픽업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다면 10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 여기서 9시에 떠나야겠다. 배달지를 구글맵 위성 사진으로 확인했지만 출입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사진을 스캔해 페북 프라임 리퍼 그룹 게시판에 올렸다. 금방 답이 달렸다. 그 역시 사진을 스캔해 위치를 표시해줬다. 길 건너에 괜찮은 식당이 있으며 주차도 된다는 얘기와 함께. 온오프라인으로 많은 도움을 받는다. 댓가 없이 도움을 주는 이들 덕분에 내가 트럭킹을 할 수 있다. 세상은 서로 돕고 살아가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나도 언젠가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공짜 쿠키
현재 시간 오전 10시 40분. Robesonia, PA
10시간 휴식이 끝나길 기다린다. 짐 내리는 동안 쪽잠을 잤다. 배달을 마치고 배달처 바로 앞에 주유소에 주차했다. 이곳은 트럭스탑도 아닌데 트럭 주차공간이 있다. 주차하기 쉬운 곳인데도 어렵게 댔다. 내 주차 실력은 퇴보하는 것 같다.
어제 밤 10시 30분 쯤 트로피카나로 향했다. 가민은 잘못된 코스를 알려주었다. 일단 무시하고, 퀄컴과 구글맵이 같은 코스를 안내하길래 따랐다. 무리 없이 도착했다. 한 번 와본 곳이라 익숙하다. 빈 트레일러 내려놓고 운반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드라이버 타이어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운전이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언덕길에서 다운쉬프팅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새벽 3시 조금 전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트럭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었다. 미리 구글맵과 페북 게시판으로 위치를 확인한 것이 도움이 됐다. 출입문 초소에서 체크인 수속을 하고 기다렸다. 30번 닥으로 가라고 연락이 왔다. 여러 트럭들이 몰려 들어왔다. 주변 트럭들 때문에 정확하게 셋업을 못 했다. 후진은 셋업이 90%다. 헤매기 시작했다. 트럭들이 더 몰려 오고 이리저리 오가느라 아수라장이 됐다. 나는 도움을 청할 여유 조차도 없었다. 프라임 트럭을 모는 털보 기사가 나와 후진을 도와줬다. 처음부터 잘못된 세팅으로 각도가 안 나와 트럭을 빼서 마당을 한바퀴 돈 후 다시 댔다. 그의 도움으로 간신히 닥에 트레일러를 댔다. 그는 내게 운전한 지 얼마나 됐냐고 물었다. 솔로 2주 됐다고 했다. 그는 축하한다고 말했다. 자기는 8개월 됐다며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했다. 후진할 때 누가 뭐라해도 상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시간이 애매하다. 오후 7시에 픽업이다. 이곳에서 10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하기로 했다. 주소가 낯이 익다 싶어 확인해보니 지난번 취소됐던 월마트 배달건이다. 뉴저지에서 오하이오로 간다. 계속 동부에서 머문다. 북동부 지역은 네이슨도 그랬고 다른 트럭기사들도 대게 꺼렸다. 교통은 복잡하고 배달지는 좁고 힘든데다 트럭 편의 시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는 경로에 트레일러 세척장이 없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경유하기로 했다. 새벽 시간에 운행을 멈춰야 하는데 어디서 10시간을 쉴 지 모르겠다.
주유소 주차장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가게에 들러 우유, 커피, 종이 접시를 샀다. 트럭스탑보다 조금 싸다. 트럭으로 돌아오는데 프라임 트레일러를 단 다른 회사 트럭이 배달을 마치고 주차장에 들어왔다. 트럭 기사는 트레일러 문을 열더니 무엇인가를 들고 내쪽으로 왔다. 직감적으로 반품이란 것을 알았다. 쿠키 네 상자였다. 클레임이냐고 물었다. 접수를 거부했다고 한다. 포장 박스가 파손된 경우 종종 그런 일이 생긴다.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 그에게는 76개의 쿠키 상자가 있다고 했다. 나는 한 상자를 받아 들었다. 겨우 한 개? 하나 더 들었다. 나머지 두 개는 옆 트럭 기사에게 갔다. 그는 다시 트럭으로 가더니 큼지막한 박스 두 개를 들고 어딘가로 갔다. 제품이 반품되면 트럭 기사들이 다 쓸 수 없기 때문에 트럭스탑에서 다른 기사들에게 나눠준다. 주변에 교회나 자선단체가 있으면 기부도 한다. 이도저도 아닐 때는 트레일러 세척장에 가서 치워달라고 한다. 세차장 직원들이 좋아라하며 나눠가진다. 나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침 커피를 산 터라 곁들여 먹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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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없이 실전 후진주차 성공
오후 2시에 10시간 휴식이 끝났다.
뉴저지 Vineland로 가는 코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세차장으로 향했다. 길은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를 번갈아 탔다. 일반도로에서는 교통량이 많아 매번 신호등마다 서야 했다. 대형 트럭으로 정지에서 출발하려면 꽤나 번거롭다. 보통 3단이나 4단에서 출발하는데 바쁘게 손발을 움직여 5단, 6단을 지나도 시속 15마일 정도다. 7단 정도 가면 시속 25마일 정도 나온다. 한 시간 내내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세차장에는 2시간 정도 지나서야 도착했다. 스누코 주유소 주차장에 있었다. 베이로 향하니 베이 옆으로 대라고 했다. 베이 옆으로 대니 뒷쪽으로 대란다. 앗 거의 닥킹에 육박하는 어려운 동작을 요한다. 다행히 마당이 넓고 주차된 트럭이 적어 최대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세척비도 쌌다. 다른 곳은 50달러 정도 받는데 이 사람들은 30달러를 받았다. 비용은 회사에서 지불하니 나와 상관은 없다만.
7시 약속인데 미리 갈 수 있는 지 전화를 했다. 여러 곳을 돌아가며 통화한 끝에 5시까지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금 출발하면 적당하다. 동부지역은 교통도 복잡하고 톨도 많다. 5시 좀 넘어 도착했다. 오피스로 가니 64번 닥에 대라고 했다. 64번 닥에 대고 있자니 전화가 왔다. 55번으로 가란다. 다시 한 바퀴 돌아 55번에 셋업했다. 후진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진 상태라 이번에도 잘 안 됐다. 역시나 사람들이 와서 거들어준다. 샤워를 얼마나 안 했는지 기름진 머리에 어깨에는 비듬 투성이인 남자가 와서 코치를 해줬다. 그 후에 흑인 남자가 오더니 오른쪽으로 좀 치우쳤으니 앞으로 나갔다 왼쪽으로 붙여 후진하라고 했다. 그렇게 했다. 이곳은 좀 특이하게도 뒷문을 열지 않고 바로 닥에 댄다. 닥 안 쪽에서 트레일러 문을 연다고 했다. 얼마 있자니 직원이 와서 트레일러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붙여서 대라고 했다. 걸려서 문이 안 열린다는 것이다. 처음 비듬 남자가 잡아준 위치가 맞았다. 다시 앞으로 나갔다 위치를 옮겼다. 이게 간단한 동작인데 나는 어렵다. 내 의도와 달리 트레일러 후미(後尾)가 향한다. 내가 뭘 잘 못 생각하고 있나?
내가 실은 물건은 과일이었다. 향긋한 냄새가 났다. 짐은 얼마되지 않았다. 텐덤 타이어를 6번 핀에 맞추고도 18,000 파운드 정도 나왔다. 짐이 앞쪽으로 몰려 있어 그런 모양이다. 드라이브 타이어도 23,000 파운드 내외였다.
아까 갔던 세차장으로 가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인데다 건너편에는 300석이나 되는 트럭스탑이 더 있다. 새벽 4시까지 달릴 수 있지만 그 시간에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또 내일도 밤 운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 몇 시간 안 탔지만 일찍 끝내고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 좋다.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자는 형태로 돌아가자. 도착 5마일 정도를 남기고 고속도로 휴게소가 나왔다. 뉴저지 마지막 휴게소란다. 일단 들어가보자. 없으면 트럭스탑에 가면 된다.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았다. 오늘은 10시간 휴식을 두 번 취하네.
21일 새벽 3시, 차량 점검하고 출발했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연료 채우고 배달처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에서 10시간 휴식 후 새벽에 출발할 계획이다. 배달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7시 사이다.
메릴랜드도 넓구나. 산도 많고. 오르락 내리락 높은 고개를 넘었다. 주유소를 가기 위해 출구로 나오니 공사 중이다. 한 차선만 열려 양쪽 끝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번갈아 가며 몇 대씩 보냈다. 비포장이라 엄청 흔들린다. 과일 괜찮으려나? 주유하고 앞 유리창 닦은 후 엔진오일도 체크했다. 며칠 전 오일이 부족한 듯 하여 1갤런을 넣었는데 그때는 좀 많은 듯 하더니 오늘 보니 적당하다. 트럭스탑 주차장에 트럭을 세웠다. 주차선 가운데 딱 맞추기가 어렵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30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했다. 주차장 앞 도로 공사 구간을 지나는데 엔진룸 후드가 열렸다. 시야가 가렸다. 아까 엔진오일 체크하며 범퍼 가드만 잠그고 후드 래치를 잠그는 것을 잊었다. 트럭을 멈추고 내려 래치를 잠궜다. 비포장 공사 구간이라 서행(徐行)했기에 망정이지 고속도로에서 이랬으면 어쩔번 했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소한 실수다. 얼마 전에도 후드 래치를 한쪽만 잠그고 달린 적이 있다. 내가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배달지에서 30마일 떨어진 곳에 파일럿 주유소가 있다. 그 중간에는 트럭스탑이 없었다. 거리가 꽤 먼데도. 국도구간이라 그랬다. 마을을 지나고 좁은 산골 도로를 지나며 주유소에 왔다. 주차장 마당이 좀 좁지만 자리 여유는 있었다. 처음으로 자력으로 양쪽 트럭 사이 가운데 후진 주차에 성공했다. 시간은 오래 걸렸다. 주차장이 붐비지 않아 다행이었다. 왼쪽으로 좀 치우쳤지만 선 안에는 들어갔다.
나중에 퍼뜩 생각이 들었다. 왼쪽으로 치우쳤을 경우 오른쪽으로 앞으로 나갔다 후진하는데 이럴 경우 트레일러 후미는 오히려 왼쪽을 향한다. 오히려 왼쪽 앞으로 가야 트레일러 후미가 오른쪽을 향하고 오른쪽으로 후진이 가능하다. 전에 유투브 동영상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내일 월마트에서 닥킹할 때 시도해봐야겠다. 과연 그렇게 될는지.
아까 주유로 파일럿 샤워 포인트가 생겼다. 샤워하고 오랜만에 면도도 했다. 수염이 너무 길어도 불편하다. 트럭스탑 건너편에 달러제너럴(Dollar General)이 있다. 시골 동네에는 DG가 많다. 들어가보니 99센트 스토어에 식품부를 보강한 듯한 형태다.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많이 샀는데도 14달러 정도 나왔다. 살림이 자꾸 늘어간다. 가장 흡족한 것은 쟁반이다. 이제 밥을 좀 편히 먹을 수 있게 됐다. DG에서 산 쌀로 전자레인지에 밥을 지어봤다. 절반의 성공이다. 설익은 듯 했지만 그래도 맛있다. 긴 쌀이라 찰기가 부족하다. 다음 번엔 물에 한두 시간 불렸다가 지어야 겠다. 노국장님 부부가 주신 불고기와 김치를 반찬으로 먹었다. 햇반에 비해 수고는 들지만 갓 지은 밥을 먹는 즐거움이 크다. 또 햇반을 먹을 때는 약간 부족했다. 디럭스 사이즈를 만들기 바란다.
사차원에 다녀온 파리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3시 30분에 출발했다. 30마일 가량이니 40분 정도 거리로 얼마 안 된다. 월마트 DC에 도착해 경비초소에 갔더니 내 화물 약속이 없단다. 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냐? 경비 직원은 트럭을 인근의 한적한 곳에 대고 전화를 해보라 한다. 컨펌 넘버가 있어야 들여보내 줄 수 있다. 트럭을 돌려 나왔다. 알려준 곳에 주차하고 전화를 했더니 내 화물 번호로는 하역작업 약속이 없으며 내일이나 돼야 약속을 잡을 수 있단다. 나는 분명히 오늘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로 돼있다. 그제서야 드랍이냐고 묻는다. 나는 모른다. 드랍인지 라이브 언로드인지. 드랍 컨펌 넘버는 줄 수 있다며 번호를 알려주었다. 다시 경비 초소로 가 번호를 알려줬다. 그는 서류를 내주며 어느 구역에 트레일러 내려 놓고 빈 트레일러를 찾아서 연결하라고 했다. 그럼 내 로드락은 어쩌냐? 어제 새로 트레일러를 받을 때 고정장치가 필요해 내 로드락 2개를 설치했다. 씰(seal) 때문에 트레일러 문을 열 수 없다. 진작 얘기하지. 이미 펀칭을 했다. 사무실 가서 얘기해라. 사무실 가니 아줌마 두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나랑 통화한 사람이다. 내 사정을 얘기했다. “걱정마라. 프라임 트레일러는 로드락 2개를 넣어 두도록 돼있다.” “그러냐? 그럼 됐다.”
빈 트레일러 사이에 주차해야 한다. 일차 셋업을 하고 시도했지만 잘 안 됐다. 다른 트럭의 교통에 방해가 돼 일단 포기하고 다시 2차 셋업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성공이다. 트레일러 분리 시 점검 후 퀄컴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제는 빈 트레일러를 연결해 나가면 끝이다.
그런데 빈 트레일러를 찾을 수 없었다. 바로 옆 트레일러가 냉방기가 꺼져 있어 빈 트레일러인 줄 알았는데 뒤에 가보니 씰이 붙어 있다. 야드를 아무리 돌아도 빈 트레일러는 없었다. 다시 사무실에 가보니 R 구역을 알려주며 거기 3대 정도 있을 것이라 했다. 가보니 과연 있었다. 트레일러를 열어 보니 바닥에 로드락도 2개 있었다. 그래도 내 건 산 지 얼마 안 되는 새 건데. 할 수 없지. 로드락을 챙겨 트럭 캡 뒷 면에 고정했다. 그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서 테네시 마운트 줄리엣으로 가는 화물이다. 오후 4시 픽업해서 새벽 2시 배달이다. 밤 운전 좀 안 하려고 했더니. 여기서 10시간 휴식 취하고 오후 2시에 출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0시간 휴식 후 40분 운전하고 또 10시간 휴식이라니. 아까 주차했던 한적한 이면(裏面) 도로로 나왔다. 간단한 식사 후 어제밤에 조금 부족했던 잠을 보충했다. 날씨가 선선하다. 바깥이 더 시원하다. 창문을 열고 APU를 껐다. 얼마 만에 이렇게 조용하게 자 보나? 특히 트레일러 냉방장치의 소음은 대단하다. 리퍼만의 고충이다. 과일 같은 경우는 민감한 식품군에 속해 약한 냉방으로 계속 가동해야 한다. 다른 제품들은 돌아가다 온도가 내려가면 꺼졌다가 다시 온도가 올라가면 작동하는 식이다.
스프링필드는 북서쪽에 있다. 1시간 가량 올라갔다. 남서쪽 방향으로 내려온다. 켄터키를 지나 테네시다. 7시간 정도 운전 거리니 도착할 즈음에는 작업 시간이 거의 끝난다. 아마 야간 주차 공간이 있을 것이다. 트레일러 세척장은 발송처에 함께 있다. 1시간 미리 가서 세척하고 말리면 될 것 같다.
사라진 줄 알았던 파리가 다시 나타났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다른 파리인가 싶어 봤는데 잘 모르겠다. 생김새나 하는 행동이 같은 파리인 것 같다. 4차원에 다녀온 모양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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