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기르며 고생하는 동안 가혹한 단어들에 익숙해진 이 땅의 ‘아버지들’은 가족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녀에게서 듣는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아버지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은 호주한국학교 동포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쓴 사랑의 편지들.
Father’s Day, 아버지에게 전하는 동포 자녀들의 사랑
누구나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를 원한다. 미국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은 이를 ‘사랑에 대한 5가지 언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에게는 이 모두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녀를 기르며 고생하는 동안 가혹한 단어들에 익숙해져 따뜻한 말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녀에게서 듣는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아버지들에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9월 첫 주 일요일은 호주 정부가 정한 ‘Father’s Day’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감춘 채, 자녀들 앞에서 늘 웃는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있어 든든한 배경일 것이다. 올해에도 주말 한국어 학교인 호주한국학교(교장 상선희) 학생들이 그런 아버지에게 정성스러운 편지를 통해 속내를 고백했다. 학생들의 편지 일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나에게 아버지가 있습니다
장원익 / 10학년
사람들은 사느라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태어나고 학교 가고 일을 하고 돌아갑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며 걱정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납니다.
혼자서 이것을 하면 무서워요.
그런데 나에게 우리 아버지가 있습니다.
힘든 시간에 함께 계셨던 아버지,
아플 때도 곁에 계셨던 아버지,
나를 늘 도와주신 아버지.
날마다 날, 월마다 월, 년마다 년.
아버지는 나와 함께 있었습니다.
즐거운 시간에 함께 지내는 사람.
힘든 시간에도 돌봐주는 사람.
많이 고맙습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빠와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홍주은 / 8학년
사랑하는 아빠께,
아버지날을 맞이하여 편지를 씁니다.
아버지날입니다. 축하드려요!!
저는 아빠가 너무 사랑스럽고 멋져요. 아빠가 힘들게 일을 하시고 도시락을 싸고 숙제를 도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동생과 싸울 때 참 죄송했는데 이제부터 제가 아빠 말을 잘 듣고 동생과 함께 사이좋게 놀게요.
제가 어렸을 때 아빠와 함께 탁구와 축구를 했었는데 이제 시간이 없어서 멈춘 것이 참 아쉬워요. 아빠와 좋은 시간을 다시 갖고 싶어요.
저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안전해요. 아빠는 조용하시고 화를 잘 안 내셔서 좋아요. 앞으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최고의 딸이 될게요.
아빠, 사랑해요.
아빠와 같이한 시간들은 나의 보물
김주은 / 6학년
사랑하는 아빠께,
아버지날을 맞이하여 축하드리며 편지를 써요. 작년에는 아빠께 고마운 것과 바라는 것을 많이 썼어요. 이제는 조금 다른 것을 쓰고 싶어요.
아빠는 저한테 어렸을 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크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할 때도 있고 대화도 안 할 때가 있었죠. 학교 갔다 와서 곧장 방으로 가거나 아빠한테 인사하거나 “오늘 힘드셨어요?”라는 말도 못 한 것이 꽤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어렸을 때 노래와 춤을 추면서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했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못 하네요. 아빠를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기만 하니까요. 이제는 아빠와 같이 대화도 더 하고 얘기도 하고 싶어요.
아빠와 제일 기억에 남는 시간들은 그냥 아빠와 같이 있을 때예요. 특별한 것 없이 아빠와 같이 말할 때가 제일 좋아요. 아빠와 같이 한 얘기와 시간들은 다 하나씩 보물로 머릿속에 감춰 있어요.
아빠, 저희 생각만 하지 말고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빠의 인생은 저희의 인생이 아니라 아빠 것이에요. 아빠도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이뤄지게 하시는 게 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에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아빠가 요즘에 많이 힘들어 보이고 행복하지 않게 보여서 저도 더 슬퍼져요.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아빠는 힘내서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방어와 힘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김유은 / 5학년
멋진 아버지께,
아버지날을 맞이하여 축하해요.
편지를 쓰려고 하니 아빠랑 영화를 봤을 때가 제일 생각나요. ‘Sherlock Gnomes’가 되게 재미있었어요.
아빠가 수학 문제, Speech, 학교 숙제, 그리고 맛있는 것 사 주실 때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제가 아빠의 말을 주의 깊게 안 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빠가 일을 하실 때 힘드실 텐데 또 힘들게 해서 미안해요.
아빠, 저는 아빠가 모르는 사람들을 도와주실 때 감동받아요. 저는 아빠랑 꼭 외국 여행을 해서 다른 나라로 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아빠한테 떡볶이 같은 음식을 배우고 싶어요. 아빠의 떡볶이는 맛이 있고 달콤해서 좋아요.
아빠,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사랑합니다.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
하늘처럼 마음이 큰 우리 아빠
김준원 / 4학년
아빠, 안녕하세요. 준원이입니다. 이 편지는 호주한국학교에서 썼어요.
아빠가 가족을 위해서 힘을 쓰시는 일이 참 대단해요. 그래서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아빠는 하늘처럼 마음이 커요.
제가 커서 아빠께 맛있는 음식을 사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아빠가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요!
이서빈 / 3학년
사랑하는 아빠께,
아빠, 저 서빈이에요!
아버지날을 축하드려요! 제 아빠가 되어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아빠와 텔레비전 Think Tank를 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빠가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요.
아빠가 세상에서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