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결혼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남녀 공히 독서하는 여자, 남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어쨌든 책 읽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하루 10분 이상 책(만화책 포함)을 읽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었다. 지독하게 책을 안 읽는다는 얘기다.
독서 캠페인 ‘2012’는 “하루 20분씩 책을 읽으면 1년에 12권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독서를 통해 인격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책을 통해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우고 그것을 활용해 행복한 삶을 누린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정규 교육이 끝나도 평생토록 배우며 산다. 그 중심에 독서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고난과 부딪히며 경험을 통해 배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경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타인의 경험을 배운다. 그 경험을 전수 받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공을 초월한 방법이 바로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신체의 건강을 똥 색깔로 판명되듯이 책 읽기의 건강은 책 싸기로 알 수 있다. 싸기는 곧 생각하기. 쓰기. 말하기 등으로 구현된다. 누구나 책을 읽다 보면 불현듯 책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모든 사람들이 책을 쓸 소재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 표현은 본능이다. 표현된 것만이 생각이다. 그리고 표현은 말과 글, 마음으로 한다. 그러니 말과 글, 마음으로 표현한 것이 생각이고, 그 생각이 책이 되고 때로는 예술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누구나 자기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라 고 했다. 사람의 한 평생이 70쪽 책이라면, 앞 40쪽은 본문이고, 뒤 30쪽은 주석이라고 한다. 삶을 쓰는데 40년, 삶을 추억하는데 3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삶이란 주어진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소설이어야 한다’고 노발리스는 강조하고 있다.
모든 글 쓰기가 힘든 것은 아니었다.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건조한 논문이나 이성적인 사고가 필요한 전문 칼럼은 오히려 쓰기가 편하다. 살아가면서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속내를 밝히는 산문은 글 쓰는 이의 삶의 모습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치장하고 꾸민다고 해도 속에서만은 어쩔 수 없이 속살을 보여줄 수 밖에 없다.
서점에 가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봇물처럼 나와 있다. 대부분이 대학 입시의 논술도 있어서 주로 작문법에 관한 서적들이다. 한기호의 ‘디지털 시대의 책 만들기(한국출판 마케팅연구소: 2001)’을 한 번쯤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출판 마케팅연구소 소장으로 ‘창작과 비평’에서《소설 동의보감》《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른, 잔치는 끝났다》《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며 출판계 최초로 ‘출판마케팅’ 분야를 개척했다.
1998년 삶의 방향을 바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설립해 격주간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를 창간했으며, 한국 최초의 민간 도서관 잡지인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저서로『출판마케팅 입문』, 『희망의 출판』,『디지털과 종이 책의 행복한 만남』,『우리에게 온라인 서점은 과연 무엇인가』,『e북이 아니라 e-콘텐츠다』,『디지털 시대의 책 만들기』,『한국출판의 활로, 바로 이것이다』,『디지로그 시대 책의 행방』,『열정시대』, 『책은 진화한다』,『위기의 책, 길을 찾다』,『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베스트셀러 30년』등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
그는 글 쓰는 요령, 즉 작문법을 이야기 하지 않고 출판 시장 분석과 책이 잘 팔린 이유를 파악하고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는 책 만들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의 글을 출판하기에 앞서 정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상업성이냐, 아니냐?
자서전이 아니면 자기의 자랑이 아닌 독자에게 감흥을 주는 이야기의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글 쓰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획, 편집, 인쇄, 배급 등은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즉, 아웃소싱(outsourcing)이 가능하다. 출판업처럼 아웃소싱이 잘 되어 있는 업종도 없다. 그리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스토리(내용)만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헤밍웨이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 있다. 작가는 물 위로 보이는 빙산처럼 전체 경험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 지극히 작은 일부만 작품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물속에 잠긴 90%의 빙산은 아낌없이 밑거름으로 남겨 두라는 뜻이다. 꺼꾸로 해석하면 충분한 밑거름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뜻도 된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 명나라 때 동기창은 글씨와 그림에 서 향기가 나려면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여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일생 동안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먼저 독서를 많이 하고, 그리 고 일기나 서평 등 습작을 많이 해야 한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서점에 가서 책을 사서 읽자!
칼럼니스트 김영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