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초도 낭비 없이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이 휴게소는 낮에 더 붐볐다. 당연한가? 많은 트럭이 드나들기 때문에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자리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5시가 되기를 기다려 출발했다.
험한 길이었다. 주로 40번 도로로 가다 65번 도로로 빠진다. 아칸소에 이렇게 산이 넓은 줄 몰랐다. 80마일이 넘는 거리를 등판각도 7도의 길을 오르락 내리락 갔다. 히마찰은 경량 트럭이라 그런지 오르막에서 힘이 딸렸다. 짐이 무겁기도 했지만 어떤 구간에서는 7단 기어를 넣고 시속 15마일로 기어갔다. 연비가 엄청 떨어졌다.
프라임에서는 매주 연비 통계를 보내온다. mpg로 표기하는 연비는 갤런당 몇 마일을 달렸는지 나타낸다. 뒤의 숫자는 플릿의 평균값이다. 첫 주는 8.52 / 8.59, 그 다음 주는 8.09 / 8.61, 가장 최근엔 7.85 / 8.62가 나왔다. 한 번도 플릿 평균을 넘은 적은 없다. 그래도 첫 주는 평균치에 육박했다. 이상한 것은 내가 히마철 운전에 적응해 갈 수록 연비는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운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나? 오르막 구간을 많이 달렸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는 아직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GPS에서 알려주는대로 가는 편이다. 수련 기간 중에 네이슨은 종종 코스를 바꿨다. 신호등이 많은 국도 구간이나 언덕 구간을 피해다녔던 것 같다. 지금 가는 이 코스도 네이슨이라면 피했을 것 같다. 덕분에 경치 구경은 잘 하고 있다만은.
스프링필드로 곧장 이어지는 65번 도로는 전에 네이슨 집에 갈 때 이용했다. 네이슨은 언덕이 많아 트럭에 힘든 길이라고 얘기했다. 당시에는 네이슨의 픽업 트럭으로 70마일로 달리던 때라 실감하지 못했다. 오늘 직접 트럭을 운전하고 가보니 알겠다.
꼬박 6시간이 걸려 프라임 본사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들어갈 때는 인바운드 베이에서 항상 트레일러 검사를 한다. 정비요원이 내 트레일러를 검사하더니 트레일러샵에서 점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 이거 새벽에 배달가야 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알았다.” “트럭 세차장 건너편 야드에 트레일러 내려놔라. 끝나면 전화 주겠다.”
트럭 세차장에서 히마찰 탄 이후로 두 번째 세차를 했다. 젊은 친구였는데 꼼꼼히 신경 써서 세차했다. 지난 번 껄렁한 아저씨랑은 달랐다.
트레일러를 내려 놓으려는데 자리가 없다. 야드를 몇 바퀴 도는 동안 야드 자키 트럭이 다니는 게 보였다. 내 트레일러 찾는 것 같은데. 화물이 든 트레일러 야적장(野積場)에 자리가 없어 못 대고, 운전연습장 바깥 쪽 도로에 내려 놓기로 했다. 야드 자키가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이 트레일러 찾고 있냐?” “트레일러샵 28번 베이에 대야하니 여기서 내리지 말고 나를 따라와라.” 그를 따라 트레일러 샵으로 가서 트레일러를 내렸다.
점검할 동안 내 볼일을 봐야 한다. 밥테일로 밀레니엄 빌딩 앞 주차장에 갔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다. 밀레니엄 빌딩에 모든 편의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리가 잘 안 난다. 오늘은 딱 한 자리가 남았다. 앗싸.
샤워 도구와 빨래감을 챙겼다. 빨래를 넣고 샤워를 했다. 빨래와 건조까지 1달러 50센트에 할 수 있다. 샤워가 끝난 후에는 건조를 시켰다. 샤워는 30분, 건조는 50분 돌아간다. 건조할 동안 트랙터샵으로 갔다. 엔진오일 한 통과 그리즈 팩 4개를 받았다. 네이슨은 트레일러 새로 연결할 때마다 그리즈 팩 2개씩 썼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핏스톤에서도 그렇고 몇 개 주지 않았다. 내가 더 달라고 해서 2팩 정도 더 받았다. Fifth wheel에 기름기만 있으면 굳이 그리즈를 안 해도 되는 모양이다. 트레일러와 연결되는 부위인 fifth wheel이 건조하면 마찰로 인해 운전감이 나빠지고 드라이버 타이어 마모가 심해진다. 심할 때는 트레일러 전복(顚覆)의 원인이 된다고 배웠다. 받은 그리즈 팩이 몇 개 안 되니 대부분 그냥 연결해 썼다. 어떤 경우에는 그리즈팩으로 윤활을 했는데 발송처에 가니 드랍 앤 훅이어서 다른 트레일러로 바꿔야 했다.
빨래를 찾아 정리하고 트레일러 샵으로 가니 이미 점검이 끝났다. 새벽 2시다. 트레일러 연결하고 아웃바운드에서 주유를 했다. 원래는 주유 계획이 없었는데 언덕 구간에서 연료 소모가 심했는지 ⅛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다보니 또 졸렸다. 자야지. 졸음운전은 안 한다. 길 가에 트럭을 세웠다. 옆으로 트럭이 지날 때마다 바람에 차체가 출렁거렸다. 30분 자고 가려 했는데 그냥 커피만 만들어 마시고 출발했다. 잠깐 쉰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남은 거리도 많지 않고 배달 시간도 가까워졌다. 다음 화물 예고가 들어왔는데 배달지에서 물건을 받아 미시건 주로 간다.
배달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을 좀 수월하게 하는 편이다. 공장 직원들은 주로 아저씨였는데 친절했다. 물건을 내리고 트레일러를 살펴보니 깨끗했다. 포장 비닐 조각이 몇 개 바닥에 떨어져 있어 주워 버렸다. 나로서는 다행이다. 새벽에 나가서 트레일러 세척하고 다시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나는 7시에는 업무 시간이 끝난다.
다시 정문 경비실로 가 짐을 싣기 위한 체크인을 했다. 빈 트레일러를 닥에 내려 놓고 새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해 나가야 한다. 161138번 트레일러다. 그런데 야드에서 찾아도 없다. 161148번은 있다. 혹시 이건가? 이번에도 지나가던 야드자키가 내게 물었다. 경비실에 자기 작업 리스트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161138번도 있었다. 경비 아저씨는 저쪽 야드 말고 오른쪽으로 가보라 했다. 거기 몇 대 트레일러가 있었는데 내가 찾는 트레일러도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다. 바늘을 허리에 꿰어 쓸 수는 없는 법. 급해도 할 건 해야 한다. 트레일러 점검하고, 연결하고, 각종 보고 양식 보내고, 바퀴 무게 맞추고 바쁘다. 서류 받아 나와 라이브 콜까지 하니 10분 남았다. 여기서 10분을 기다렸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트럭스탑까지 갈 것인가?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지금 갈 것인가? 선택해야 했다. 지도상에는 1.5마일 지점에 플라잉J가 있다. 이 정도 거리면 그냥 달려도 드라이빙으로 기록 안 될 수 있다.
그런데 출발하고 보니 실제 주행 거리는 1.9마일로 나왔다. 중간에 드라이빙으로 바뀌었다. 길 건너편에 트럭스탑이 보였다. 급한 마음에 들어갔는데 일반 승용차 출입구다. 주유소 마당에서 바로 유턴 후 나와 옆 트럭 출입구로 들어 갔다. 다행이다. 세차장 출입구, 트럭 출입구, 승용차 출입구 이렇게 3개나 있으니 처음 가는 사람은 헷갈린다. 트럭스탑에 도착하니 업무 시간이 끝났다는 경고 음성 메시지가 나왔다. 150석 규모 주차장인데 자리 여유는 많았다. 원래는 6마일 거리에 있는 400석 규모 트럭스탑으로 가려했다. 여기로 오길 잘 했다. 후진 주차할 공간도 많은데 귀찮아서 전진 주차할 수 있는 자리로 들어갔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다른 트럭이 먼저 들어온다. 다시 방향을 돌려 이번에는 왼쪽으로 들어갔다. 아뿔사 너무 가까이서 턴을 했나 옆 트럭에 트레일러 측면이 부딪힐 것 같았다. 최대한 우측으로 붙어 돌렸다. 앞에는 다른 트럭이 있었다. 앞 트럭 보고 빼달라고 해야 하나? 앞 트럭에 안 부딪히게 다시 왼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아슬아슬 어느 쪽에도 부딪히지 않고 앞 트럭의 왼편에 주차할 수 있었다. 다음엔 그냥 후진 주차하자. 어떤 때는 전진 주차가 더 어렵다.
오후 5시에 출발할 수 있다. 내일 오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배달이다. 약 700마일로 운전시간은 12시간에서 14시간 정도 예상. 44번 도로로 세인트루이스까지 간 후 55번 도로로 시카고로 올라간다. 다시 94번 도로로 북동쪽으로 이동해 배달지까지 간다. 밤 새워 최대한 달리고 아침에 주차해 10시간 휴식하고 저녁에 다시 출발이다. 아예 밤 운전이 일상화되는 구만.
밤운전
오후 5시,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출발 전에 리퍼 연료를 점검하니 절반과 쿼터 사이에 눈금이 있다. 가다가 중간에 넣으면 되겠지.
3시간 달리고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다시 출발해 달리고 있자니 퀄컴 문자 메시지가 자꾸 들어온다. 달리는 중에는 문자 메시지를 읽을 수 없고 대신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리퍼 연료 게이지가 낮다는 내용이다. 내가 생각한 트럭스탑에 들러 리퍼 연료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퍼 연료가 3갤런 남았다는 메시지가 또 들어왔다. 냉동 모드라 연료를 많이 쓰나 보다. 1시간에 1갤런은 쓰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예정한 주유소 가기 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 가까운 주유소로 향했다. 플라잉 J가 가장 가까웠다. 연료를 주유하자니 역시 승인이 안 난다. 이런 경우 디스패처나 연료부서에 직접 연락해 내 연료카드를 풀어달라고 해야한다. 디스패처에게 문자를 보냈으나 묵묵부답(黙黙不答). 연료부서에 전화했다. 전에는 주유소에서 바로 전화하면 풀어줬는데, 이번에는 위치가 어디며 어느 주유소로 갈 거냐고 묻는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만 확인 좀 하고.” 그쪽에서 먼저 확인했나보다. 어디냐고 묻는다. “맞다 거기다.” “얼마나 넣을 거냐?” “3갤런 남았으니까 27갤런 넣는다.” 잠시 후 새벽 1시까지 30갤런 넣을 수 있다는 문자가 왔다. 주유 다 하고 나니까 야간 디스패처에게서도 문자가 왔다. 카드 열었다고. 참 빠르기도 하셔라.
오늘도 자정 무렵이 되니 졸렸다. 잠깐만 자고 가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밤에는 트럭스탑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자리가 날 확률이 더 높다. 잠깐 쉬었다 출발하는 트럭들 때문이다. 스무 대 이상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휴게소의 경우 얘기고, 작은 휴게소는 10시간 휴식을 취하는 트럭으로 자리가 대개는 없다. 1시간만 자야지 했는데 거의 3시간을 잤다. 4시간 더 달릴 수 있다. 가다보니 또 졸렸다. 길 가에 세우고 커피를 끓였다. 잠깐 쉬었기 때문에 예정한 휴게소까지 가려면 몇 분이 모자랄 것 같았다. 오프듀티 드라이브로 가는 방법은 있다. 그 전에 100대 규모의 트럭스탑으로 갈 수도 있다. 가다가 선택하기로 했다.
배달지에 약 200마일 남겨둔 시점에서 트럭스탑으로 가기로 했다. 더 갈 수도 있지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다. 오전 6시, 트럭스탑은 주차 공간이 많았다. 뒷편에 후진 주차를 하다 앞쪽에 한칸 비었다. 그쪽으로 들어가 주차했다. 아침 햇살이 정면으로 들어와 앞쪽과 양측 유리창에 프라이버시 커튼을 치고 잠을 청했다.
정오가 지날 무렵 일어나 브런치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러브스 샤워 포인트가 1회 있다. 화장실도 이용할 겸 샤워를 했다. 지금 있는 일리노이는 중부시간대지만 미시건은 동부시간대다. 11시 약속이지만 여기 10시나 마찬가지다. 9시까지 간다고 치면 5시 전에 출발하면 된다. 도착 전에 리퍼 연료를 다시 채워야 할 것이다.
다음 화물 예고가 들어왔다. 오늘 밤에 받아 월요일 오전까지 세 곳을 들른다. 메인까지 갔다가 보스턴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적어도 화요일에는 집에 가야 하는데.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코스는 좋은데 나 화요일 오후에는 집에 도착해야 한다. 월요일 배달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라 했다. 그래도 되나? 트레일러 끌고 집에 갈 생각도 않았는데. 나로서야 최상이다. 집 근처에 주차할 곳만 있으면. 집 주변에 트레일러 트럭이 주차한 것을 몇 번 보기는 했다. 집 사람 더러 자리 맡아 놓으라고 해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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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파워와 트럭커 비정상회담
트럭스탑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시간대가 바뀌면서 1시간을 까먹었고, 시카고 인근의 지독한 교통정체(交通停滯)를 예상 못 했다. 게다가 배달지에 도착하니 리퍼 연료가 ¾ 수준 이하로 떨어져 있어 가득 채워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중간에 트럭스탑에 들렀어야 했다. 17마일 거리에 있는 트럭스탑에 가 리퍼 연료를 넣고 왔다. 가져간 트레일러 내려 놓고 빈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내부를 보니 깨끗한 편이었다. 나무 조각 몇 개만 치웠다.
다음 발송처는 약 20마일 정도로 가까운 편이다. 그래도 도착했을 때는 자정을 훌쩍 넘겼다. 드랍 앤 훅의 경우 발송처 도착 시간은 엄격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배달 시간이다. 입구 초소에서 트레일러 내부를 보더니 더럽다고 했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어디가서 다시 세척을 하고 와야 하나? 경비는 트레일러가 더럽다는 서류에 사인하라고 했다. 자체 세차 시설이 있다고 했다. 비용은 나중에 회사로 청구되나 보다. 다시 운송할 트레일러로 연결했다. 배달지가 세 곳이라 서류가 복잡했다. 트레일러 점검하고 서류 검토하느라 한 시간 이상 걸렸다. 서류를 받고 보니 1차 배달지 약속 시간이 내일(29일) 오전 9시다. 불가능한 시간이다. 메인주까지 천 마일을 그 시간 내에 갈 수 없다. 10시간 휴식 규정 때문이다. 어제 오전에 받았으면 가능했을 것이다. 2차 배달지는 150마일 거리인데 그 다음날(30일) 오전 배달이다. 낮에 디스패처에게 약속 시간 바꿔달라고 연락해야겠다.
중간에 러브스 트럭스탑에 들렀다. 여기서 50갤런 가량 보충하고 핏스톤 터미널에서 가득 채우라는 지시다. 새벽 3시인데 트럭스탑에 자리가 많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예 여기서 자고 갈까? 주차까지 마쳤다가 다시 생각을 바꿨다. 여유롭지 않은 일정인데다 갈 길이 멀다. 최대한 갈 수 있는데까지 가자. 아침 7시까지는 운전할 수 있다.
I-90 고속도로 오하이오 주의 한 휴게소에 들어섰다. 꽤 큰 규모다. 당연히 자리 여유도 많았다. 주차하고 잠을 청했다. 자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9시다. 주말 담당 디스패처였다. 리파워를 얘기한다. 나한테는 뉴욕 방향으로 가는 다른 화물을 주겠단다. 잠시 후 다른 전화가 왔다. 여자 목소리다. 내 위치를 묻기에 구글맵 화면을 캡처해 보내줬다. 두어 시간 걸린다했다. 정오 쯤 도착하리라. 잠은 다 깼다. 아침 만들어 먹고, 화장실 이용하고, 식수 보충하고, 차량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히마찰의 엔진 오일 레벨이 낮았다. 오일을 많이 태우나보다. 이번에는 ¼ 갤런 정도만 넣었다. 히마찰의 총 주행거리는 이제 30만 마일을 넘겼다.
리파워할 드라이버와 만났다. 나이는 나보다 많아 보였는데 실제 나이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백인들은 아시안보다 좀 더 들어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서로 트레일러를 바꿔 연결하고 점검했다. 그녀가 끌고온 트레일러는 세척을 했는지 깨끗했다. 그 트레일러는 뒷 날개가 펴지지 않는다고 했다. 상관없다. 뒷 날개가 연비 향상에 좋다지만 그리 실감은 못 하겠다. 그녀는 내 트레일러 바퀴에 못이 2개나 박혔다고 불평했다. 트럭스탑에 들러 수리하고 가야 한다면서. 밤이라 못 봤을 수도 있고 못 박힌 자리가 바닥면에 있어 못 봤을 수도 있다. 그리 큰 못도 아니고 나 같으면 그냥 달리겠다. 트레일러 타이어는 에어 펌프가 있어 공기압을 조정한다. 약간 새는 것 정도는 보충하고 남는다. 어차피 그녀는 핏스톤 터미널까지만 운반한다. 거기서 처리하면 될 일이다. 핏스톤에서는 아마도 팀드라이버가 배달을 이어 받을 것이다.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인디애나 주로 250마일 정도를 돌아간 후 메사추세츠 주로 배달하는 코스다. 보스턴보다 좀 북부에 위치했다. 10시간 휴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오후 4시 30분에 출발했다.
탁 트인 중부 평원의 경치가 좋다. 운전도 수월하다. 빈 트레일러라 히마찰의 연비도 다시 회복됐다. 요즘은 히마찰의 기어 변속을 승용차 몰 듯 부드럽게 한다. 처음 야생마 길 들이듯 그르렁 거리며 기어를 갈아 먹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요즘도 정지에서 출발할 때 저단 기어는 잘 안 들어가서 힘을 줘야 한다. 다운 쉬프팅할 때 가끔 기어를 튕겨내기도 한다. FM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달렸다. 평지라 그런 지 잡음이 없고 음질이 깨끗했다. 그 동안은 음악을 듣지 않으며 달렸다. 이제 좀 운전에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다.
오후 9시에 발송처에 도착했다. 원래는 자정 약속이다. 그 정도 일찍 도착은 괜찮다. 그런데 컨펌 넘버를 요구했다. 그런 것 못 받았는데? 야간 디스패처도 잘 몰랐다. 화장실 이용하겠다며 발송 사무실로 들어가 직접 물어봤다. 컨펌 넘버를 받았는데 내일 오후 1시에 화물이 실린다고 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방법이 없다. 오늘 잘 곳을 찾아야 한다. 100대 규모의 큰 휴게소가 12마일 거리에 있다. 그쪽으로 향했다. 가다보니 1마일 거리에 트럭스탑도 있었다. 거기도 100대가 넘는 규모다. 혹시나 해서 가봤다. 자리가 없으면 휴게소로 가면 된다. 자리가 드문드문 있었다. 그러나 한 두번 시도해보다 포기했다. 굉장히 좁은 곳이라 정상 셋업이 안 된다. 내 실력으로는 어림없다. 트럭스탑을 나가려는데 남자 세 명이 얘기하다 말고 빈 자리에 주차하려느냐고 물었다. 나는 뒤를 봐달라고 했다. 밤인데다 약간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이라 뒤가 전혀 안 보였다. 수신호 하는 사람만 믿고 천천히 후진했다. 한 5분에서 10분 걸렸나? 앞뒤로 오가며 간신히 주차를 마쳤다.
고마운 마음에 내려서 그들과 얘기를 나눴다. 맨 처음 내게 말을 건 백인 남자, 얼굴이 역삼각형이다. 비쩍 말랐는데 키는 나보다 커서 190cm 이상 2m에 육박해 보였다. 만화에나 나올 캐릭터다. 게다가 혀가 짧다. 그에게 물으니 솔로 1주일 됐단다. 헐~ 일주일짜리를 믿고 후진했단 말인가. “너는 여기 어떻게 주차했냐?” “나는 운이 좋았다. 직선 후진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거의 한 달째인데 아직 후진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너니까 이 자리에 후진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낸다.” 나머지 한 명은 흑인인데 액센트가 있었다. 아프리카 출신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한 명은 남미계가 확실했다. 하이톤으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혀 짧은 백인 말고는 다들 이민자 출신이었다. 백인도 유럽 출신인지도 모르지. 혀가 짧아 그런지 말이 유창하지는 않았으니까.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다 피곤해 나는 먼저 자리를 떴다. 잠시 후 그들도 흩어졌다.
발이 묶이다
제 날짜에 집에 가기는 글렀다. 발이 묶였다. 일이 꼬이려니.
그동안 피곤했었나보다. 아침까지 계속 잤다. 꿈도 꾸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에 어제 만난 남미 트럭커가 문을 두드려 일어났다. 트럭을 빼려는데 아무래도 부딪힐 것 같으니 조금만 옆으로 움직여 달라는 얘기다.
나도 준비 후 발송처로 향했다. 아뿔싸 방향을 미리 확인 안 한 탓에 트럭스탑을 나와 우회전했다. 좌회전 했어야 하는데. 중간에 유턴을 할 수는 있었지만 시간과 거리가 기준을 초과해 오프듀티가 드라이빙으로 바뀌어버렸다. 일을 일단 시작했다면 10시간 휴식을 취하지 않는 이상 14시간 후에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가급적 일을 늦게 시작하려 했는데 할 수 없다.
발송처에 도착해 체크인 하고 사무실로 가니 노스캐롤라이나로 가는 화물 맞냐고 묻는다. 뭐? 아닌데. 난 메사추세츠로 간다. 내가 준 번호는 노스캐롤라이나 체리포인트로 간다며 서류를 보여준다. 그랬다. 심지어 회사 이름도 달랐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있나. 디스패처에게 문자로 연락했다. 주말 디스패처는 오늘 세 플릿을 담당하기에 가급적 전화 말고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아침에 문자가 왔었다. 알아보겠단다. 시간이 지나도 답이 없어 다시 보냈더니 고객팀에 확인 중이란다. 일요일이라 확인이 안 될 것 같다. 오후 5시가 넘어 글렌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무래도 내일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내 시간은 누가 보상하나? 게다가 내일은 집에 도착하기로 한 날이다. 이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잘 가도 화요일, 아니면 수요일이다. 그나마도 갈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내일 어떤 화물을 받든 핏스톤 터미널에 내려놓고 버스 타고 갈 생각이다.
페북 그룹 게시판에 올렸더니 여기(그린필드)서 그런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오호 통재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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