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섬의 문전옥답 버리고 가다니요
소꿉장난을 즐기는 은퇴목사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은퇴하고 Far Rockaway로 온지도 8년이 됐습니다.우리부부는 원베드룸 시영아파트에서 소꿉놀이를 즐기면서 지냅니다 동네이름 Far Rockaway에 Rock(돌바위)자가 들어있어서 ‘돌섬’으로 번역하여 부릅니다.
손바닥만한 아파트정원 4개를 얻어 ‘에덴농장’과 ‘아리랑농장’ 간판을 매달았습니다. 북쪽1분거리에는 꽃게들이 사는 자마이카베이(灣)가 있습니다. 남쪽으로 10분을 걸어가면 비치와 낚시터로 유명한 대서양오션바다를 만나지요.
봄이 오면 우리부부는 농부가를 부르면서 씨를 뿌립니다.
“내가 씨를 뿌릴때에 아내는 따라오소서..”
오후에는 어린애들처럼 어부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바다로 갑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바닷가에 도착하면 우리 부부는 갈라져 제 갈길을 갑니다.난 두시간동안 걷기운동을 합니다.하얗게 밀려오는 파도거품을 맨발로 자근자근 밟으면서 한시간동안 모래위를 걷습니다.돌아올때는 보드워크위로 올라와 걷습니다.돌섬에는 4차선 20리길을 나무로 깔아만든 세계최장의 보드워크가 있습니다.그런데 5년전 쓰나미 태풍 센디가 덮치는 바람에 망가져 버렸습니다.4년공사 끝에 더 높고 넓은 보드워크를 만들었지요.나무가 아니고 시멘트라서 좀 서운하지만 하얀 대리석을 깔아놓은 호텔로비처럼 여간 멋진게 아닙니다.바단길처럼 아름답습니다.
보드워크를 걷고 있으면 실크로드를 따라 낙타를 타고 가는 무역상이 된 기분입니다.아니죠.삼장법사가 손오공 저팔게 사오정을 데리고 대장경을 받으러 서천서역국을 향할 때 나도 졸개가 되어 끼어가는 기분이지요.그때쯤이면 아내는 대합 미루과이 맛 꽃게를 잡아 한보따리를 채웁니다.영락없는 제주도 해녀이지요.저녁에 꽃게탕에 조개칼국수를 만들어 먹으면 천하진미가 따로 없습니다.
“늙은 우리가 어린애들처럼 소꿉장난을 하며 지내는게 재미있어요.돌섬이 동화의 나라처럼 행복해요.”
나는 이런 소꿉놀이를 에피소드로 만들어 ‘돌섬통신’으로 보내고 있습니다.270여회가 나갔는데 읽고 돌섬을 찾아주는 분들도 있습니다.버지니아 숲속에 사는 해암 박평일은 6번이나 다녀갔습니다.
“돌섬통신을 처음 받아 읽으면서 웃었습니다. 은퇴한 노부부가 어린애들 소꿉놀이를 즐기시는구나 그런데 제가 돌섬에 와서 직접 눈으로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손바닥농장에서 키운 수박으로 뉴욕정원농장 경시대회에서 일등한 상패가 있어요. 천명이 모인 맨해튼 대형만찬장에서 사모님이 상받는 모습이 미국TV( New York TV1)에 나오기도 했다니 어메이징입니다.”
“비치를 걷다가 파도에 밀려 백사장위에서 딩구는 월척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아 바케츠를 가득채운 무용담. 태풍이 부는 날이면 왕조개 백합들이 백사장으로 밀려와 가마니로 담아간 광야의 메추라기기적 같은 간증. 낚시줄에 닭다리를 매달아 150마리를 건져올리는 꽃게잡이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인거예요. 돌섬통신은 어린애들의 소꿉놀이동화가 아니예요.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 영웅들의 무용담처럼 여간 재미있는게 아닙니다.”
그런데 돌섬을 떠나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맨해튼 노인아파트입주신청한게 당첨됐기 때문입니다.시영아파트는 가난한 시민들도 함께 살아 지저분하고 불안한 우범지대(虞犯地帶)입니다. 대개 노인아파트로 가는데 우리부부는 재수없게 시영아파트가 걸린겁니다.8년전 우리가 올때 600세대중 한국인이 6가정이었는데 지금은 달랑 우리부부 1가정뿐입니다.
우리도 이주신청을 해놨는데 그게 나온겁니다.아내는 복권에 당첨된듯 소리쳤습니다.
“여보,당첨됐어요. 그것도 모두가 원하는 맨해튼으로요. 이사가요.”
우리는 며칠동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끝까지 돌섬에서 산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여 삼분의1은 바다에, 삼분의1은 에덴농장 은사시나무밑에 뿌려주시오. 그리고 삼분의1은 고향한국으로 보내어 부모님 계신 가족납골당에 들어가게 해주시오..”
내가 돌섬시영아파트를 고집하는건 무슨 사명이나 명예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장난감 농장때문도 아닙니다.8년전보더 좋아졌지만 시영아파트는 아직도 지저분합니다.
왜냐구요? 돌섬에도 사람들이 살기때문입니다.난 돌섬시영아파트에 오자마자 휴지줍기를 했습니다. 복도에 아름다운 표어를 붙여봤습니다.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네가 뭔데 우리 흑인들에게 인사하느냐.”
“우리나라 속담에 이웃사촌 이라는 말이 있소이다.당신은 나의 사촌이니까.”
“위선떨지 마시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동포는 술만 마시면 위선자라고 욕하고 나왔습니다. 손바닥농장에 들어가 농작물을 파괴하며 행패를 부리더니 나보고 아파트를 떠나랍니다, 7개월간 행패를 부렸는데 끝내 생선회칼로 나를 찔러 손바닥에 15바늘을 꿰매야했습니다, 이상하여라.내가 피를 흘리자 그는 어린양처럼 착한이웃이 됐답니다.
누구에게나 인사합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체온으로 손을 잡아줍니다. 학생들에게는 이종격투기(UFC)인사를 합니다. 주먹을 맞부딪치면서 “넌 챔피온이야”하면 엄지를 내세우면서 씽긋 웃습니다. 요즘은 아저씨 아주머니 어린아기 휠체어 환자까지 유에프시 챔피언인사입니다. 스킨쉽 인사는 기를 받고 기를 주는 나눠갖는 일이기에 아주 행복합니다. 바닷가를 거닐면 챔피언인사를 해오는 흑인을 만나기도합니다. 내가 파킨슨에 지쳐서 휘청거리면 흑인중학생이 달려와 잡아주면서 “유 오케이?”를 합니다. “널 위해 기도하겠다”는 흑인여인의 말을 들을 때면 병이 하나도 무섭지 않지요.
아내는 더 열심입니다.꼬마농장에서 거둔 농산물을 팔러다니느라(?) 아주 바뿝니다. 15그루의 오이나무에서 400개를 땄습니다.애호박 몇백개 도마도 수백개 고추는 더많아 부지기수. 손바닥농장 구경오는 이웃에게 던져주고 아파트에 돌립니다. 우리가 나가는 미국교회 교인들에게 닭모이주듯 합니다.달콤하고 고소한 한국오이 호박 고추맛에 반하지요.
“여보,내가 병들어 걷는 것 외에는 농사일을 도울 수가 없어요. 이제 소꿉놀이 그만하고 돌섬을 떠납시다.”
“그만하다니요. 이게 보통 소꿉놀이가 아니고 흥부의 복바가지 놀음이지요,돌섬의 문전옥답을 버리고 어딜 간단말이요?”
아내가 양산박의 여자두령 호삼랑처럼 씩씩한 건강미녀로 보입니다.
꼬마농장에서 캐낸 더덕(왼쪽)과 도라지 돌섬의 여장부 이현자
글로벌웹진 NEWSRIOH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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