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Labor)이 직원 1천명 이상을 둔 기업에 의무적으로 사내 남녀 임금격차 및 경영진과 비경영진 간의 임금격차에 대한 수치를 일반인들이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새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원 1천명 이상 기업 대상... “온라인에서 누구나 열람하도록 할 것”
노동당(Labor)이 직원 1천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의 남녀 직원 임금격차에 대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새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을 둘러싼 자유당의 내분으로 자유-국민 연립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틈을 타 노동당은 최근 ‘자녀 양육’과 ‘일’을 병행하는 여성 직장인을 위한 법안을 연달아 발표하며 내년 5월로 예정된 연방 선거에서의 ‘표심 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2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은 현재 기업들이 호주 직장내 성평등 기구인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에 제출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에 대한 보고서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당은 또한 경영진과 비경영진 직원들 사이의 임금격차에 관한 수치도 공개할 것을 함께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 법안이 실행될 경우 직원 1천명 이상을 둔 기업에 대해 남녀 임금격차와 관련한 정부 회계감사가 실시되며, 기업들의 성별 임금격차 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일반인에게 공개돼 직원들이 자신이 받는 월급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비밀보장조항’(secrecy clauses)이 사라지는 셈이다. 노동당은 해당 법안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수익성 있는 정부와의 계약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에 따르면 호주의 남녀 임금격차는 약 15%로, 금액으로는 주(week) 244.80달러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연평균 약 2만7천 달러를 덜 받는 셈이다. 남녀 임금격차는 매니저 급으로 올라가면서 더욱 벌어져 연평균 5만3천 달러의 차이로 불어난다.
‘Workplace Gender Equality Agency’의 리비 라이언스(Libby Lyons) 대표는 지난해 상원 청문회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몇 년간 지속될 것이며, 50년이 지나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노동당이 추진 중인 법안과 관련해 타냐 플리버세크(Tanya Plibersek) 야당 부대표는 “이제 어떤 회사가 남녀 임금격차를 좁히고 있는지 호주 국민들이 알아야 할 때가 왔다”며 지지의사를 표했다.
그녀는 “임금차별은 좋지 않다”며 “기업들은 절대로 이 사실을 숨겨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기업들이 투명하게 밝힐수록 올바른 행동에 대한 보상이 따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말도 남겼다.
노동당이 이 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여성의 경제적 안정성을 개선하는 실용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현 연방 여성부 켈리 오드와이어(Kelly O’Dwyer) 장관(직장 및 산업관계 장관 겸직)의 약속이 있다. 또한 지난해 직원 250명 이상의 기업에 회사 관련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영국의 새 법안이 발효된 것도 이번 발의의 동기가 됐다.
영국에서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직원 250명 이상을 둔 1만 명의 고용주들이 기업 자료를 공개했고, 영국 내 3개 기업 중 1개 기업 이상에서 남성의 평균 임금이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호주의 대형 건설회사 ‘Lendlease’의 온라인 자료에 따르면 동 기업의 남녀 임금격차는 30%에 달하며, 보너스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65% 낮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주 투자은행 맥콰리 그룹(Macquarie Group)의 경우 여성 직원의 보너스는 남성 직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