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주 정부가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부유한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투자비자 ‘SIV 비자’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호주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지난 2016년 성명을 통해 SIV 비자의 미미한 경제적 효과와 호주 사회에 끼칠 폐단을 주장하며 폐지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경제 효과 크다’ 이유... 생산성위원회, ‘사회 통합 저해한다’ 입장
NSW 주 정부가 부유한 외국인들에게 부여하는 비자 프로그램을 지지한다고 밝혀 부자들을 향한 호주의 문호는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비자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폐지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주 정부는 투자비자인 ‘SIV’(Significant Investor Visa) 비자에 따라 호주의 벤처 캐피탈 프로젝트(venture capital projects), 주식, 기업 및 정부 채권과 같은 곳에 500만 달러를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NSW Legislative Council’의 최근 자료를 인용, 보도에 따르면 2017-18년 회계연도 동안 112명이 이 비자를 통해 영주비자를 승인받았다.
해당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주 정부의 추천과 함께, 본인이 거주하는 주(state)에 ‘진실되고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SIV 비자 프로그램으로 유입되는 이민자 규모는 호주 전체 이민자 가운데 극히 적은 비율이다. 하지만 생산성위원회는 2016년 보고서에서 “정부가 부유한 외국인들에게 비자를 판다는 인식”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반면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NSW 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연방 정부가 해당 비자를 추진하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합당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 총리실 대변인은 “SIV 비자 신청자는 NSW 주 경제에 개인당 최소 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사람들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SW 주 산업부(NSW Department of Industry) 또한 해당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지지 의사를 표했다. 산업부 대변인은 “NSW 주는 비즈니스 및 투자 이민자의 추가 투자를 통한 혜택을 잘 활용하고 있다”면서 “NSW 주에는 상당수의 금융회사 본사가 위치해 있으며, 이 회사들은 SIV 비자 투자자를 유치하고 이로 인해 NSW 주 비즈니스에 엄청난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SIV 비자를 통한 투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로는 시드니에 본사를 둔 펀드 및 자산관리회사 ‘Moelis Australia’가 있다. 이 회사는 호주 풋볼 클럽(AFL Club) ‘Sydney Swans’의 CEO이자 증권 인수업자인 앤드류 프리드햄(Andrew Pridham)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Moelis Australia’는 “SIV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15억 달러 자산 유치에 성공했다”며 자사를 “호주 SIV 비자 프로그램의 개척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산성위원회는 지난 2016년, 보고서를 통해 SIV 비자 프로그램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며, 모든 혜택은 비자를 소유한 사람들이나 펀드 매니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IV 비자 소지자들은 다른 하위 비자 소지자들보다 영어 수준이 떨어지고 나이가 많아 호주 사회에게 통합되지 못할 것이며, 호주에 ‘더러운 돈’이 유입되는 것을 초래한다”고 비난하면서 SIV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NSW 주 야당 내각의 산업부를 담당하는 애덤 서얼(Adam Searle) 의원은 “베레지클리안 정부가 지속적으로 SIV 비자 프로그램에 참여함에 따라 이민정책에 우선순위가 뒤바뀌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 반면 내년 3월 NSW 주 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해 집권할 경우 해당 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당은 이 비자 프로그램을 유지한 상태에서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IV 비자 프로그램은 지난 2012년 연방 노동당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집권 당시 처음 도입된 것으로, 두 개의 부속 비자를 포함하고 있다. 4년을 거주할 수 있는 임시비자인 ‘SIV temporary visa’(s188C)를 거치면 ‘permanent SIV visa’ (s888C)를 통해 영주비자를 승인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NSW 주 정부는 1,329명에게 ‘SIV temporary visa’를 승인했으며, 2016년 11월 첫 112명에게 다음 단계 비자인 ‘permanent SIV visa’(영주권)를 승인했다.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 대변인은 지난 6월 “SIV 비자 프로그램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 비자의 주요 신청자들은 중국 국적이 많아 2012년 이후 중국인 비율은 87%에 달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