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한류 확산의 든든한 뿌리 2] 태권도를 통해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 Y.K Kim 인터뷰
(*이 기사는 한국 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 지난 10월 4일 오전 9시 올랜도 콜로니얼 드라이브 '마샬 아츠 월드(Martial Arts World)' 도장의 사무실에서 만난 Y.K. Kim 사범. 그는 40여년 가까이 태권도 수련생들을 '라이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이민역사 100년을 훨씬 넘긴 미주 한인사회에서 회자되는 ‘성공한 한인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에는 얼마전 작고한 이준구 사범이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미국 태권도계의 대부’라는 별칭이 붙여졌고, 워싱턴 정가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초짜 정치인 외에는 없을 정도다.
미국 정치의 심장인 워싱턴 한 복판에 ‘준 리(Jhoon Rhee)’라는 개인 브랜드 가치가 형성된 것은 수 십 년간 미국 주류사회에 그가 쌓아온 신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존경 받는’이라는 또하나의 수식어가 그의 이름앞에 늘 붙여진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가리켜 "진실하고 위대한 봉사자이며, 미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한 유명 인사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했고, 일레 차오 전 노동부 장관은 "이준구 사범은 한국이 미국에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태권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데 ‘준 리’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쌓아온 ‘신뢰도’(credibility)는 큰 역할을 했다. 상품을 파는 자의 ‘신뢰도’는 상품을 팔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설득 커뮤니케이션(persuasive communication)이나 마켓팅 분야에서 ‘전파하는 자의 신뢰도’(source credibility)를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다.
이준구 사범 뿐 만이 아니다.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던 시절부터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와 태권도인들은 미국 주류사회에 높은 신뢰도를 형성해 왔고, 이 같은 신뢰도를 통해 ‘한국’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여왔다. 이런 의미에서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라 할 만 하다.
이준구 사범 만큼이나 주류사회의 존경을 받으며 ‘스포츠 상품’으로서의 태권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여온 또다른 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40년째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Y.K. Kim(한국 이름 김영군)이다.
김영군 사범은 미국 주류사회 일각에서 여러 형태로 일찍부터 ‘Y.K. Kim’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 신드롬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Y.K. Kim의 태권도 인생을 통해 국기 태권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브랜드가 미국 주류사회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의 제자 사범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수하는지를 알아볼 계획이다.
Y. K. Kim 신드롬
지난 2012년 12월 말의 일이다. 플로리다 올랜도의 유명한 독립영화관 <엔지안>(Enzian)앞이 북새통을 이뤘다. 막 영화가 끝난 듯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게 줄을 서서 한 동양남자의 사인을 받고 있었다. 사인을 하는 남자는 ‘김영군 사범’이었다. 올랜도에서 40년 가까이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사범’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작은 체구의 태권도인이다.
김영군 사범이 그날 사인회를 갖게 된 것은 25년 전 멋모르고 제작했다가 쪽박을 차게 한 ‘마이애미 코넥션(Miami Connection)이 텍사스의 한 영화 배급자의 때아닌 호출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꿈 같은 일이었다. 10년 모은 사재를 털고 빚까지 내서 제작하고 주연한 태권도 영화 ‘마이애미 코넥션’은 그를 6차례나 입원시키며 자살 충동까지 일으킨 끔찍한 애물단지였다.
애니매이션 영화에 질린 관객들이 김영군 사범과 그의 제자들이 ‘날 몸’으로 연기하고 서투른 카메라 앵글로 잡아낸 그 영화를 킥킥거리며 보고 입소문을 내더니 급기야 전국의 독립 영화관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마이애미 커넥션’은 플로리다 지역 신문 뿐 아니라 <시카고 트리뷴>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 LA타임스 >, < CNN >, < MS NBC > 등도 큰 관심을 갖고 전했다. 그해 12월 말 현재 <마이애미 커넥션> 구글 조회는 1억이 넘었고, 한 인터뷰 기사는 조회수 250만을 기록했다.
▲ 지난 2012년 12월 28일 올랜도 <엔지엔> 독립영화관 앞에서 마이애미 코넥션 을 관람한 관객들이 줄을 서서 김영군 사범의 사인을 받고 있는 장면. |
▲ 김영군 사범이 제작하고 주연한 영화 마이애미 코넥션 이 제작 25년 만에 미국 독립영화관에서 빅 히트를 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2012년 11월 < CNN > 인터넷 판. |
그렇찮아도 인기 모티베이션 스피커(동기 부여 강사)로 바쁘던 그는 몸이 두쪽 나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졌고, 그의 올랜도 도장 본관과 100여개가 넘는 지관들(branches)도 몰려드는 수련생들로 북적였다, 그는 나중에 기자에게 그때 상황을 그냥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전두환씨의 집이 빤히 보이던 서울 연희동에서 도장을 운영하던 김영군 사범은 1976년 미국에 왔고, 1978년 올랜도에 태권도장의 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다.
“처음 도장을 열었을 때 일주일씩 물로 배를 채우며 전단지를 들고 올랜도 구석구석을 돌아 다녔다. 밤 9시에 운동이 끝나면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다음날 동틀녘까지 뿌린 적도 많았다. 돈도 없고 책도 없고 가르쳐줄 이도 없는 상황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당시 하루 2~3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었고, 15년 동안 토막잠을 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나는 태권도에 미쳐 있었다."
태권도에 미친 그는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영민함, 성실함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주변 한국인 사범들이 전기세도 못 내고 렌트비가 밀려 쫓겨나는 상황에서 매월 수 십명씩 수련생들이 몰렸고, 어느 해엔 월 500명 이상의 수련생을 입관시킨 무도 역사 최초의 (<성공을 향한 무도사업> 2면 참조)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영군 사범은 태권도 관련 영화, 비디오, 서적 출판, 무도용품 생산, 무도 광고회사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그가 쓴 책들은 무도계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가 쓴 30여권의 책들 가운데 <성공을 향한 무도사업>, <태권도 세계>, <행동철학>, <승부는 선택이다> 그리고 39년간 집필에 공을 들였다는 가장 최근의 역작 <진정한 성공의 다섯 기둥>(5 pillars of true success) 등이 있다.
▲ 김영군 사범이 저술한 태권도 서적들은 30여권이다. 왼쪽은 (태권도: 철학, 역사, 테크닉) 오른쪽은 가장 최근에 저술한 역작 <5 Pillars of True Success>(진정한 성공의 5가지 기둥). |
김영군 사범이 ‘Y.K. Kim’이라는 개인 브랜드 가치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의 봉사정신 덕분이었다. 고아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은 물론이고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사회 모금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이런 일들로 그는 토마스 제퍼슨 상을 수상했고, 올랜도시는 12월 1일을 ‘Y.K. Kim Day’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는 태권도 전문 사범들을 위한 단체인 ‘미국 태권연맹’을 창설했다.
작고한 <올랜도센티널> 칼럼니스트 찰리 리즈(Charley Reese)는 김영군 사범이 쓴 두툼한 책 <태권도 월드: 철학, 역사, 테크닉>(Tae Kwon Do World: Philosophy, History, Technique)표지 소개글에서 다음과 같이 그를 묘사했다.
“그는 이민자의 표상이며, 말하는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가 가르친 것은 단지 건강과 자기방어술이 아니었다. 그는 도덕적 가치(moral values)와 인성(character)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주요 가치라고 믿었고, 전쟁과 평화, 행복과 불행 등 인간사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보았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그 같은 가치를 배워 평화와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Y.K. Kim의 ‘제자훈련’
지난 10월 4일 오전 9시 올랜도 도심에서 약간 비껴난 콜로니얼 드라이브 선상의 Y.K. Kim 도장(Martial Arts World)을 찾았다. 그날은 마침 ‘사범 훈련 세션’이 열리는 날이었다. 김 사범은 매주 목요일 아침 어김없이 지역 대표 사범들을 불러모아 이 같은 훈련을 실시하고, 지역 Y.K. Kim 도장들에서 그대로 가르치도록 한다.
본관 사범들과 지역 도장 사범들을 포함하여 14명의 대표 사범들이 7순을 넘긴 김 사범의 구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훈련하는 장면은 왠만한 군대 간부 훈련을 방불케 했다.
입구에서 일렬로 도열하여 ‘태권도!, 태권도!’를 외치며 넓따란 훈련장에 입장한 대표사범들은 1시간 10분 간의 훈련과 50분 간의 ‘체험 나누기’ 코스를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임했다.
사범들에게 한국어는 익숙하게 몸에 붙은 언어가 되어 있었다. ‘차렷’, ‘국기에 대한 경례’, ‘사범님께 경례’, ‘무도’, ‘격파’, ‘우주’, ‘자연’, ‘평화’, ‘품세’, 심지어는 ‘명상’이란 단어까지 모두가 한국어로 된 명령어였으나 혼동하여 다른 동작을 취하는 사범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기본 몸풀기 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격파 테크닉과 품세, 고난도 셀프 디펜스 훈련, 스파링의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평범해 보이는 여자 사범도 눈에 띄었다.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한 사범은 땀을 뻘뻘 흘리며 김 사범의 구령에 맞춰 끝까지 훈련을 소화했다.
명상의 시간과 더불어 그룹별로 나뉘어 실시하는 ‘체험 나누기’가 그나마 숨을 돌리게 하는 순서로 끼어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훈련 세션이 끝난 후 숨도 돌리기 전에 그와 인터뷰를 강행했다. 가슴에 살아있을 생생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다.
▲ 김영군 사범의 한국어 구령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는 지역 태권도 사범들. |
▲ 김영군 사범의 한국어 구령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는 지역 태권도 사범들. |
“메달을 따려하지 말고 라이프 챔피언이 되라”
- 사범님의 태권도는 ‘색깔’이 좀 다른 것 같다. 어떤 태권도를 가르치나.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좋은 글은 머리로 눈으로 읽혀지는 글이 아니라 가슴으로, 몸으로 읽혀지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글이 독자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태권도는 머리와 발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 즉 전인격을 동원해 배워야 한다. 이런 태권도가 진짜 태권도다."
- 도장에 들어올 때 보니 도장 현판에 ‘Home of Life Champion’(라이프 챔피언의 집)이라고 쓰여 있었다. ‘태권도 챔피언의 집’이 아니고 ‘라이프 챔피언의 집’? 왜 ‘라이프 챔피언의 집’인가.
“올림픽에서 따낼 수 있는 금메달이라는 것이 고작 7~8개 정도이다. 태권도를 가르치고 배우는 목표가 ‘메달’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열심히 배워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실패한 사람인가? 아니다. 태권도는 좋은 아들, 좋은 학생, 좋은 부모, 좋은 정치가, 좋은 사업가가가 되도록 하는 ‘무도’이다."
- 작고한 <올랜도센티널>의 칼럼니스트 찰리 리스는 일찍부터 김 사범을 ‘태권도 철학자’라 불렀다. 김 사범의 ‘태권도 철학’은 뭔가.
“한마디로 조화와 균형(harmony and balance)을 이루는 삶을 만들자는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서 육체적 건강을 되찾고, 삶의 지혜를 얻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하여, 결국에는 삶의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들은 태권도 기술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자기 훈련(self-discipline)을 통해 얻어진다. 이런 가치들이 하나의 삶의 습관(habits)이 되어야 한다. 나는 태권도 프로그램에 이런 자기훈련 과정을 접목하여 ‘라이프 챔피언(life champion)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 ‘라이프 챔피언’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라이프 챔피언’이란 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챔피언이야말로 금메달을 딴 챔피언 보다도 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인간이 가장 비참해 지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지고, 스스로가 가질 수 있는 ‘자유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단련(discipline)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사람만이 진정한 자유를 맛볼 것이다."
▲ '라이프 챔피언의 집'(Home of Life Champion). 김영군 사범은 지난 40여년 동안 이곳에서 수많은 '라이프 챔피언'을 길러냈다. |
- 태권도를 통해 ‘라이프 챔피언’이 된 사례들을 듣고 싶다.
"태권도를 통해 ‘라이프 챔피언’이 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 85세 노인과 65세 부인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며 서로를 존경하고 이해하는 법을 익히면서 황혼이혼을 극복한 이야기, 태권도를 배우면서 학업성적이 오른 이야기, 매사에 소극적이던 말단 사원이 제너럴 메니저가 된 이야기, 사업에 실패해 실의에 빠져 살던 부부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업에 성공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어렷을 적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원수처럼 지내던 자식이 태권도를 배우면서 아버지와 화해하게 된 사례는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아버지와 갈등으로 고통을 겪던 한 청년 수련생에게 ‘큰 나무는 큰 뿌리 없이 생기지 않는다. 부모는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단순한 한국식 효 사상을 가르쳤는데, 배운대로 실천한 그가 결국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하게 됐다. 드디어 ‘라이프 챔피언’이 된 것이다."
김 사범은 일찍부터 이 같은 라이프 챔피언 경험을 했고, 이런 경험이 ‘Y.K. Kim’이라는 개인 브랜드 가치를 만들었고, ‘태권도 사업’도 성공했다. 그 자신의 라이프 챔피언 성공담을 좀더 들어보자.
“1976년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고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세상에! 미국 고아원이 내가 살던 곳보다 시설이 더 좋았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다고 해서 잘 사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 좌절감 등 마음의 병 등이 더 큰 문제였다. 태권도를 통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도장 문을 연 초기부터 불우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보다 깊은 사연이 있었다. 그것은 부모의 유언이었고, 그 유언은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크고 오래 지속된 ‘상’이 되었다.
“한군전 참전 군인인 아버지와, 전쟁통에 달랑 하나 남은 아들인 나를 키운 어머니의 가르침이 평생 좌우명이 되었고, 불현듯 고아들과 부랑아들을 보자 이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배움이 적은 어머니는 거친 말로 “썩어질 몸으로 너만을 위해 살지 말고 남을 위해 살라”고 했고, 아버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유언을 남겼다. 얼핏 평범한 유언이었을 부모의 가르침은 평생 좌우명이 되었고, 70이 넘은 지금도 그 가르침은 내가 받은 ‘최고의 상’이다.”
그의 봉사정신이 발현되기 시작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아들과 부랑아들에게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가르치는 일에 나서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밤 늦게까지 전단지를 돌리며 태권도장을 소개해도 몇 명이 모이지 않던 데 비해 한꺼번에 모여들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역 TV와 라디오 방송에선 ‘동양에서 온 별’이란 칭송까지 쏟아냈다고 한다.
“따르는 자가 되지 말고 리더가 되라”
▲ "따르는 자가 되지 말고 리더가 되라"(Be a Leader, Not a Follower)는 표어 앞에서 '체험 나누기'를 마친 후 '태권도!' '코리아!'를 외치고 있는 지역 도장 사범들. |
- 도장 벽면 곳곳에 ‘따르는 자가 되기 말고 리더가 되라(Be a Leader, Not a Follower)’라는 표어를 붙여놨고, 그 아래 ‘7가지 러더’가 따로 제시되어 있다. 보통 무도인들이 ‘겸손’을 내세우며 ‘돕는자’가 될 것을 강조하는데 굳이 ‘리더가 되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내가 말하려는 것은, 돕는자가 우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누군가를 능동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가령 셀프 리더(self leader)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 어트랙티브 리더(attractive leader)는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받는 사람, 네서세리 리더(necessary leader)는 이웃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 넷트워크 리더(network leader)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 코아퍼레이트 리더(corporate leader)는 잠재력을 개발하는 사람, 퍼블릭 리더(public leader)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람, 글로벌 리더(global leader)는 자기 나라만을 위한 사람이 아닌 세상을 위한 사람을 의미한다. 실제적으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는 누군가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지도자 철학’은 ‘누군가를 딛고 올라서서 지배하라’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능력을 길러서 자기 삶의 자유를 누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데 방점이 주어져 있다. 그가 말하는 ‘지도자 철학’은 소위 말하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능동태로 풀어서 설명한 것이었다.
- 굳이 이런 리더십 유형을 창안하고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가 느끼고 아는대로 미국은 개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이다. 태권도를 배우더라도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이롭게 하는데 쓰면 얼마나 좋겠나. 미국식 개인주의 문화와 한국 고유의 가족 문화.공동체 문화를 융합한다면 얼마나 이상적인 사회가 되겠는가. 미국 이민 초기부터 와서 느낀 것이 있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의외로 ‘자유’와 ‘방종’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사회가 조화와 균형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절제 없는 자유, 단련(discipline)없는 자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 미국 사회가 조화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진단은 의외다. 김 사범의 책이나 강연록에서도 ‘조화와 균형’에 대한 강조가 많은 듯한데…
“미국 사회가 가져야 할 '균형'과 '조화'에 대해 '피트니스(Fitness)'라는 스포츠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간단히 간추리면, 육체적 피트니스(Physical Fitness), 정신적 피트니스(Mental Fitness), 도덕적 피트니스(Moral Fitness), 재정적 피트니스(Financial Fitness), 라이프 피트니스(Life Fitness, 리더십)을 말한다. 이 다섯가지 피트니스 가운데 한 두개가 깨진 사람들은 그런대로 정상인의 생활을 할 수 있지만, 모두가 깨져버린 사람들은 최하급(E 클래스)의 삶을 살게 된다. 나는 태권도 훈련과정에서 이 ‘피트니스’ 모두를 달성케 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그게 바로 ‘라이프 챔피언’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