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조선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상처를 받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
홍익인간의 기치아래 8천 5백만 한민족이 똘똘 뭉쳐 ……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기억이다. 장래 희망이 무어냐는 물음에 ‘단군왕검이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일이 있었는데 학교 전체에 회자되어 선생님들이 날더러 단군왕검이라고 놀려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는 단군왕검이 어떤 분인지 자세히 모르고 막연히 제일 높은 직위의 분인 줄로만 알고 어린 마음에 그런 분이 되겠노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4대국경일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이 되겠는데 제일 중점을 두어야할 개천절이 너무 소홀하게 취급되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삼일절은 우리의 독립의지를 세계만방에 선포한 의미가 있으나 제헌절은 한반도가 38선으로 갈라지고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하기위한 헌법 제정일이다. 더구나 광복절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국권을 빼앗긴 일제 36년에서 자체의 힘이 아닌 외세의 세력에 의해 해방을 맞이했으나 남북이 분단된 뼈아픈 날이라 씁쓸한 기분이다.
개천절을 소홀히 할 때 외국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은 일제 식민지였던 국가에서 겨우 독립을 했고 지금까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으며 북한 핵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 불행한 민족이라고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때 한반도는 과거 중국의 통치아래 있었던 지역이라고 망발을 쏟았고 트럼프도 그렇게 믿게 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경제 발전사를 연구해 온 학자들에 의하면 “한 사회의 번영은 생각의 산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 생각의 구성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관(歷史觀)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러시아에서 열렸던 고대사 세미나 중에 푸틴(U.M. Putin)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고대사에서 단군조선을 제외하면 아시아 역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만큼 단군조선은 아시아 고대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째서 그처럼 중요한 고대사를 부인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내는데 당신들 한국인은 어째서 있는 역사도 없다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나라이다.”
단군조선을 신화로 취급한 역사관은 일제의 조작에 의한 것이다. 일제는 한반도 전국을 샅샅이 뒤져 조상 대대로 간직해 온 고대사 2만 여권을 갖은 회유와 협박으로 거두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두 권만 남겨두고 모두 불살라 버렸다. 한국 역사를 4천3백년으로 사실화하면 역사가 훨씬 뒤지는 일본이 열등민족이 되므로 단군조선은 물론 고구려 초기 역사까지 신화로 조작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그나마 단군신화를 합리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남겨 둔 것이다.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역사 편찬위에서 이러한 작업을 한 조선인이 바로 이병도 박사이다. 그는 해방 후 서울 대학교 문리과 대학 사학과 주임교수로 임용되면서 일제시대 때 정립한 식민사관을 그대로 견지한 채 후학들을 가르쳤다.
더군다나 6.25 전쟁의 와중에서 손진태, 정인보, 안재홍 등 민족사학계의 거두들이 납북되자 국사학계는 이병도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최태영 박사가 잘못되어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병도 박사를 3년간 찾아다니며 설득한 결과 1986년에 드디어 단군조선은 신화가 아니라 실화라는 양심 고백을 이병도로부터 이끌어낸바 있다.
우리민족의 뿌리는 환웅이 세운 배달국에서부터 근원하며 배달국의 자손이 웅족(熊族, 곰 부족)의 딸과 결혼하여 단군 왕검을 낳았고 그 단군왕검이 세운 나라가 단군조선이다. 따라서 환웅의 배달국 1565년, 단군기원 4351년 합쳐 5916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배달국은 세계 최초의 청동기 문명을 일구어냈으며 그 강역이 바이칼호 일대, 한반도와 중국의 해안지대, 몽골 사막에 이르기까지 방대하였다.
14대 한웅이었던 치우천왕은 중국과 10년 동안 73차례의 전쟁을 치루면서 연전연승을 거두어 중국인들은 치우군대를 도깨비 같다하며 무서워했다. 갑옷과 투구를 청동기로 제조하여 어떠한 활이나 창도 막아냈던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때 붉은 악마들의 함성은 세계에 진동했고 그 때 치우천왕의 문양으로 치장했다. 6천년 동안 핏속에 응축되어 온 배달겨레의 혼이 집단에너지로 분출되었던 것이다.
황허 문명이 인류문명의 발상지로 믿어 왔던 중국이 요하지방(압록강 이북, 옛 고조선의 영토)에서 홍산문화 유물이 발굴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홍산문화의 유물은 5,500여 년 전의 문명 유물로 이를 인정할 경우 황허문명은 그보다 1000년이 뒤지는 결과가 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만리장성 아래 중원지방이 중심이고 그 밖의 오랑케 족들은 야만민족으로 무시해왔으며 우리 한민족도 동이족(東夷族, 동쪽 오랑케)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실은 동이족이란 동쪽 지방의 큰 활(大+弓 = 夷)을 잘 다루는 민족이었던 것이다.
중국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국가사업으로 동북공정을 실시하고 단군조선과 고구려, 발해 역사까지 자기들 역사라고 우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래야 인류문명의 시발지로서 중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역사를 빼앗긴다면 근본도 없는 집시 같은 떠돌이 집단으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의 전쟁인데 …….
2018년은 한반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세계사의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될 조짐이 보인다. 남북한이 공조하여 공동 조사 연구를 통해 우리의 고대사를 복원하고 배달겨레의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해야 되겠다. 8천5백만의 한민족이 각자 다른 정치/문화권에서 살고 있더라도 하나의 연결고리로서 ‘홍익인간’이념으로 똘똘 뭉쳐 한민족을 초월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목표로 21세기 인류공영의 전세계 공동체를 실현하는 철학으로서 정립해나가야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