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밤새 연락이 안 왔다. 결국 발송처에서 밤을 샜다. 아침에 사무실에 가보니 내 정보가 입력이 안 돼있다. 그 아줌마가 그냥 퇴근했다. 나를 보더니 까먹었단다. 뭐 상관 없다. 어제 화물을 받았었도 어차피 어딘가에서 쉬어야 했다. 공연히 야드자키만 고생했지. 주차된 트럭 피해서 닥킹한다고. 어제 왜 트럭들이 사선으로 주차했을까 궁금했는데, 직각으로 주차하면 다른 트럭이 닥킹할 공간이 안 나온다. 내가 떠나기 직전에는 야드자키도 닥킹을 못 해 쩔쩔맸다.
뉴저지 배달처까지는 2시간 반정도 거리다. 11시 배달이니 문제는 없다. 도착해보니 무슨 시내 거리도 아닌데 이렇게 바쁜 배달처는 처음이다. 정신 없이 트럭이 오갔다. 그 와중에 나는 어떻게 닥킹을 했는지 신기하다. 순전히 운이 좋았다. 나하고 실력이 비슷한 트럭이 헤매길래 나가서 거들어줬다. 중년 여성 드라이버였다. 내가 운반한 짐은 요플레였다. 양도 얼마 안 됐다. 그런데도 럼퍼피를 254달러를 받았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하적(荷積)이 끝났다. 글렌에게는 벙커 히터 수리를 위해 터미널로 돌아가겠다고 얘기했다.
6시 반경에 핏스톤 터미널에 도착했다. 트레일러 후면 마커라이트에 문제가 있는지 램프 하나를 새로 갈았다. 트레일러 세척을 하면서 트럭도 같이 세차했다. 핏스톤 터미널은 트레일러 파킹할 공간이 너무 적다. 다 돌아다니다 겨우 한 자리 발견했는데 몹시 까다로운 위치다. 낑낑대는 사이에 다른 트럭이 들어왔다.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내리더니 나를 코치해줬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여성 드라이버다. 덕분에 나는 잘 주차했지만 정작 그녀는 주차할 곳이 없다.
트레일러 샵에 갔다. 고칠 것은 세 가지다. 벙커 히터 고장, 타이어 압력 센서 이상, 트레일러 비상 에어라인에서 공기가 새는 문제다. 내일 아침에나 수리가 가능하단다. 별로 바쁜 것 같지도 않구만. 오늘밤도 추위에 떨어야 하는거야? 사실 침낭이 있어 춥지는 않다.
밥 지어 먹고, 터미널에 왔으니 빨래와 샤워는 기본이다. 세계은행 총재라는 중국인이 페친 신청을 했다. 수락했더니 즉각 메시지를 보낸다. 나에 대해 묻기에 페북 프로필과 타임라인을 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내 화상통화는 안 받냐? 세계은행 총재야.
예정보다 일찍 집에
아침에 트랙터샵에서 전화가 왔다. 정비사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식당에 갔다. 트럭에서 남은 재료 정리 차원에서 아침을 만들어 먹은터라 커피만 마셨다. 사무실로 글렌을 찾아가 트럭 수리가 끝나면 바로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수리는 잘 끝났다. 훈훈한 바람이 나왔다. 이제 추위에 떨 일은 없다. 타이어 공기압 센서도 교체했다. 공기가 새는 트레일러 에어라인도 새 것으로 바꿔 달았다. 엔진오일이 새는지도 조사해 봤다. 새는 곳은 없었다. 주행거리가 30만 마일을 넘으니 조금씩 엔진오일을 태우는 모양이다.
간단히 짐을 꾸렸다. 셔틀버스를 타고 스크랜튼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셔틀버스 기사가 뉴욕으로 가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밴을 이용한 저렴한 교통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제시 익스프레스( Jessie Express)라고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뉴욕까지 편도 20~25달러 정도였다. 일반 버스 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다음부터는 제시 익스프레스를 이용해야겠다.
마르츠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2시간 반만에 도착했다. 뉴욕은 역시나 복잡하다. 7번 지하철, Q17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Q17번 버스는 신형 모델로 교체됐다. 끊임 없이 다음 정거장 안내 방송이 나오고, 안내 화면도 달렸다.
거대한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는데 집에서 쉬면서 피해가는 것도 좋은 일이다.
사기꾼 전성시대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에 사기꾼이 많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다. 어수룩한 사기에도 당하는 사람이 있다.
자동차 인스펙션이 이달말까지다. 더 이상 수리할 여력도 이유도 없다. 이번에 집에 온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가 자동차 문제 해결이다. 중고로 사서 지난 8년간 잘 타고 다녔던 미니밴은 처분하기로 했다. 어디 팔 수도 없고, 폐차(廢車)다. 이런 차를 끌고 다녔던 아내에게 미안하다.
신차 할부, 리스, 중고차 구매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일단 크레이그리스트에서 살펴봤다. 시세보다 싸게 나온 차량들이 있었다. 일부는 1,000~1,500달러다. 문자를 보냈다. 답이 왔다. 이메일을 알려 달란다. 알려주니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가 왔다. 남편이 몇 개월 전에 죽었고, 자기는 곧 해외파병을 가야 해 차를 급히 처분한다는 얘기다. 몬타나에서 훈련중이니 이베이로 돈을 보내면 차를 이틀내로 배달해주겠단다. 왜 사기꾼들은 여군 사칭을 많이 할까? 나는 이베이는 귀찮고, 직접 차주를 만나 차를 보지 않고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 외에도 온 문자들은 한결같이 자기 이메일로 연락하라는 것이다. 크레이그리스트 검색을 중단했다. 내 미국 첫 차는 이곳을 통해 샀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 저렴하게 샀다. 이곳은 이제 오염돼 사기꾼과 딜러만 득실댄다.
전략을 바꿨다. 구글 검색. Used car라고 치니 몇 사이트가 나온다. 인근 딜러의 위치와 홈페이지도 나왔다.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보유 물량이 나왔다.
아내와 함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딜러샵을 찾아갔다. 아내는 작은 차를 원했다. 미니밴이나 SUV는 몰기에 부담스럽다 했다. 세단으로 살펴봤다. 적당한 모델이 있어 시운전까지 해봤다. 조금 더 알아보고 연락하겠다 했다.
자마이카 힐사이드 애비뉴에 있는 다른 매장으로 갔다. 눈여겨봤던 모델을 살펴보니 아내도 마음에 들어했다. 시운전 상태도 괜찮았다. 내일 계약하기로 했다.
K형님이 트루카닷컴(truecar.com)을 이용해 차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검색해보니 과연 그렇다. 시간이 충분하면 천천히 비교해보고 좋은 조건의 차를 살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나는 곧 복귀해야 하고, 아내도 일 하느라 바쁘다. 차는 당장 바꿔야 한다. 다음 번에 차를 살 때는 여유를 갖고 구해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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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번째 애마, 파사트
폭스바겐 파사트가 미국에서의 세번째로 구매한 차다. 아내를 위한 차다.
유럽차를 사지 말라는 K형님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샀다. 그것도 최근 논란이 많았던 폭스바겐 제품으로. 보통은 일본차, 그 중에도 도요다를 제일로 친다. 하지만 바로 직전에 타던 차가 도요다 시에나다. 일본차를 두 번 산데다 시에나 때문에 그간 애 먹은 기억 때문인지 또 다시 도요다 차를 사고 싶지 않았다. 기왕이면 다양한 제조사의 차를 타고 싶은 마음도 한 몫했다.
2015년 파사트 1.8 TSI 인데, 이 모델은 유럽차라 하기 애매하다. 큰 공간을 좋아하는 미국과 아시아 소비자를 위해 별도로 개발된 모델이다. 제조공장도 미국 테네시주에 있다. 독일차의 탈을 쓴 미국차다.
승차 소감은 정말이지 기본에 충실하다. 딱 그대로의 탈 것이다. 그것 뿐이다. 동급 경쟁 차량에 비해 내부 공간이 넓은 것 외에 아기자기한 편의기능은 현저히 떨어진다. 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운전의 재미를 주는 요소는 적다. 그저 사람을 목적지까지 나르는 도구다. 사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폭스바겐의 뜻이 국민차다. 그 이름에 걸맞다. 승차감은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서스펜션이 느껴진다. 개인 선호도가 갈리는 부분이다. 아내는 시에나의 승차감이 더 좋다고 한다.
전액 현금으로 살 수 없어 융자(融資)를 받았다. 이른바 Financing을 했다. 살면서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모두 현금 일시불로 샀다. 졸지에 큰 빚을 안았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다. 이율이 7.8%로 엄청나다. 6년 동안 할부로 갚아 나가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나는 그들에게 좋은 봉이었다. 미국 금융업체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 지 실감했다. 미국에서 살려면 알아야 할 지식이다. 좀 더 낮은 이율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 리파이낸싱을 한 다음 최대한 빨리 갚을 것이다. 돈을 벌려면 빚이 없어야 한다. 부자들의 첫째 조언이 신용카드를 잘라버리라는 것이다. 미국경제가 사람들에게 빚을 지게 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데서 성장했지만 과소비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현금을 모아 물건을 사는게 이익이다.
할부금 외에 보험료도 기존에 비해 두 배 가량 올랐다. 차를 보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매월 5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잠깐의 편의를 위해 지불할 가치가 있는 액수인가? 대중교통, 자전거, 걷기가 더 행복한 삶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닌지.
터미널 복귀
핏스톤 터미널로 돌아가는 날이다. 처리가 안 끝난 일로 마음이 바쁘다.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다. 하물며 중고차야 말해 뭐하랴. 파사트도 몇 가지 손 볼 부분이 있다. 딜러가 팔 때는 빛의 속도로 일하더니, 일단 팔고 나서는 거북이 속도가 됐다. 부품을 주문했다는데 거짓말 같다. 그는 이제 급할게 없다. 차를 살 때는 절대 시간 여유를 가져야 한다. 내 경우도 같은 가격에 2017년 소나타 더 좋은 모델을 살 수 있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이러니 다소 손해는 불가피하다.
인터넷 가격이 다음달부터 두 배 이상 오른다. 그동안 받던 할인혜택이 끝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 알아보던 중 할인혜택이 1년 연장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터넷 문제는 해결.
S원장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목사 고시에 합격해 내년에 안수를 받을 예정이라 하셨다. 미국 한인교회 자립율이 20~30% 정도라고 하셨다. 주택 인스펙터 시험을 준비하실 것이라 했다. 나에게도 권하셨다. 괜찮은 직업 같다. 고려해 볼만 하다. 일하는 틈틈이 공부해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내년 4월까지는 프라임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니 당분간은 트럭일에 전념이다.
저녁 식사 후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지금까지는 필요한 물건을 바리바리 싸 가느라 짐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갖춰져 가방이 단촐하다. 한 5주 지나야 다시 올 것이다.
시내버스-지하철-시외버스-셔틀버스 순으로 교통편을 이용해 핏스톤 터미널에 자정을 넘겨 복귀했다. 스크랜튼 버스 터미널에서 우버를 이용하려 했는데 금요일이라 차가 별로 없다. 셔틀에 전화를 하니 기꺼이 와주겠단다. 날씨가 추워지면 우버를 이용해야겠다. 밖에서 기다리기 힘들테니.
내일은 어디로 가는 화물을 받을까나?
다시 길 위로
토요일 오전, 주말 디스패처가 일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준비 됐다고 답장했다. 정오 가까이 돼서야 일이 들어왔다. 뉴저지 뉴왁이다. 거리도 얼마 안되고 달갑지 않은 지역이다. 다시는 뉴왁 쪽 물건은 안 받는다는 사람도 있다. 나야 회사 소속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말 디스패처는 내게 별로 좋은 화물을 주지 않는다. 트레일러는 터미널 야드에 있다. 내일 새벽 배달이지만 오늘 배달을 시도해서 나쁠 것은 없다. 밤까지 터미널에 하릴없이 있을 까닭은 없다.
다행인 것은 지난 번 뉴저지 배달을 마치고 터미널로 벙커 히터 수리를 위해 들어온 것을 엠티(empty) 마일리지로 쳐준다. 합산 거리가 한 250마일 정도는 된다.
히마찰에 엔진오일 반 통을 보충했다. 원래는 한 통 다 넣어도 되지만 지켜보기로 했다.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핀이 5번홀에 맞춰져 있다. 짐을 어떻게 실었길래? 아웃바운드 베이에서 저울에 달아보니 드라이브 타이어 무게가 약간 초과다. 텐덤 타이어는 많이 여유가 있다. 5번홀이 앞당길 수 있는 최대치라서 드라이브 타이어 무게를 더 줄일 수는 없다. 천 파운드 정도 오버인데, APU 무게를 가만하면 그리 문제될 것 같진 않다.
며칠 쉬었다가 트럭을 운전하면 감을 되찾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걸린다. 가는 도중에 웨이 스테이션이 한 곳 있었지만 다행히 문을 닫았다.
들러야 할 곳은 두 곳이다. 뉴왁 인근인 엘리자베스에 먼저 짐을 내리고 뉴왁에 간다. 엘리자베스는 그럭저럭 갈 만하다. 뉴왁의 배달처는 전에 가본 곳이다. 이곳은 만만치 않다. 가는 길도 험하고, 체크인 전에 스트릿 파킹을 해야 한다. 전에는 운 좋게 한 자리가 있었다. 닥킹도 간단한 곳은 아니다. 주말이니 주변이 덜 복잡하기를 바랄 뿐이다.
엘리자베스까지는 잘 왔다. 중간에 출구를 한번 놓쳐 어려운 길로 돌아오기 했지만서도. 체크인 잘 하고, 닥킹도 어렵사리 그러나 반듯하게 잘 했다. 짐을 내리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쉬었다가 다시 내린다. 4시간 넘게 지난다. 잘 하면 여기서 8시간 휴식 채우고 갈 수도 있겠다.
괴물 고구마를 어찌할꼬?
문제가 생겼다. 03에서 일부 화물 수령을 거부했다. 03은 세번째 스탑이라는 뜻이다. 01은 최초 발송처, 90은 마지막 배달처다. 나는 중간에 화물을 받았기때문에 03과 90만 있다. 01과 02는 플로리다다. 품목은 야채인데 플로리다산은 아니고 대부분 남미산이다. 아무튼 팰럿 3개에 200상자가 넘는다. 수령(受領) 거부 이유는 발송장에 적힌 PO 넘버가 실제로는 없다는 것이다.
디스패처에게 알리고 일단은 90로 향했다. 혹시나 90로 가는 품목인지도 모르니까. 야간 디스패처도 동의했다. 전에 어렵게 왔던 곳인데 한번 와봤던 곳이라 그런지 밤인데도 무난히 찾아왔다. 지난 번 주차한 공간에 스트릿 파킹도 했다. 주말이라 한산한 덕을 봤다. 90에서도 이 화물은 받지 않았다. (당연한건가?) 디스패처에게 알리고 클레임 리포트를 했다. 전화도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발송처 바깥 담장 쪽 도로에 트럭을 주차했다. 여기서 밤을 새고 휴식 시간도 채울 작정이다.
냉장고에 든 우유가 맛이 갔다. 상한 것은 아닌데 맛이 변했다. 안전을 위해 안 먹기로 했다. 일단 맛이 없다.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두 상자도 아니고 수백 상자의 화물은 처치 곤란이다. 페북 게시판에 물어봤더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트레일러 세차장에 처리를 맡겼는데 수백 달러 비용이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클레임의 허가를 받고 폐기해야 한다. 클레임이 반품된 화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알려준다.
아침에 일어나 클레임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받았다. 어제 모바일앱으로는 내용을 보냈지만 전화로 상황을 다시 얘기했다. 알아보고 연락할테니 대기하라고 했다. 문자 메시지로 PO 넘버가 새로 왔다. 글렌이 보냈다. 오늘 일요일 근무 담당자가 글렌인가 보다. 그렇다면 괜찮은 화물을 기대할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로 다시 갔다. 이번에는 받았다. 하지만 어제 반품한 보니아토(boniato) 한 상자는 오늘도 그대로 남았다. 클레임을 없었기에 왜 반품됐는지는 모르겠다. 상자가 파손된 것 같지도 않은데. 센서 같이 보이는 흰색 상자 장치도 같이 있었다. 화물의 온도 변화를 기록하는 장치 같다. sensitech사 제품인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식품의 온도, 위치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다. 보니아토는 고구마의 일종이다. 생긴 것은 투박하다. 맛과 질감은 당도가 덜한 고구마다.
다음 화물이 왔다. 뉴저지에서 인디애나로 가는 화물로 총 700마일이 넘는다. 역시 글렌이다. 다른 주말 디스패처에 비해 그래도 나를 챙겨준다.
I-95 South로 가는데 트럭 진입로가 막혔다. 공사 때문인 모양이다. 모든 트래픽을 승용차 차선으로 보냈다. 덕분에 평소에는 탈 일이 없는 승용차 도로로 달렸다. 나 말고 다른 트럭이나 버스는 없었다. 혹시 경찰이 잡지 않을까 했는데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휴게소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서 트럭, 버스 차선으로 가도 되지만 굳이 그럴 것 까지야.
중간에 나와서 트럭스탑에 들렀다. 트레일러 세척과 주유가 목적이다. 주유는 금방했는데 트럭 세차장이 붐볐다. 보니아토를 버릴까 하다가 챙겼다. 음식을 버리는 건 내키지 않는다. 다른 드라이버에게 일부 가져갈테냐고 물었더니 야채는 됐단다. 고기였으면 가져 갔을까? 야채라서 오히려 장시간 보존이 가능하다. 지난번처럼 냉동 닭고기면 버려야 한다. 고구마야 날로 깎아 먹을 수도 있지만 생고기는 조리가 필요하고 냉장 보관이 필요하다. 고구마를 다른 트럭커에게 권하기는 좀 그렇다. 이 고구마를 어찌 처리하나? 당분간 고구마만 죽어라 먹어?
아그로(Agro)는 월마트에 식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두 번 와본 적이 있어 그나마 익숙하다. 일요일이라 한산했다. 여유 있어 좋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일요일에도 일하는 내 신세가 처량하다.
화물은 거의 과일이다. I-76 도로로 서쪽으로 계속 달린다. 필라델피아 중심부를 가로 지르기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원래는 조금 더 가려고 했다. 밤 10시인데도 자리가 많았다. 일요일이라 그런 모양이다. 오늘밤은 여기서 쉬고 아침 일찍 월마트에 들러 음식을 좀 사고 휴식시간 끝나면 출발해야겠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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