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베트남 자회사를 통해 선박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현대비나신조선은 본사에서 이미 검증된 생산 시스템을 적용하면서도 인건비가 낮아 경쟁사들과 차별적 지위를 구축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비나신조선은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선박 건조량이 지난해 8척에서 올해 12척으로 늘었는데 추가 수주가 없더라도 내년에는 14척까지 확대한다. 2020년이면 연간 20척을 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비나신조선은 현재 수주 계약부터 인도까지 평균 2.32년이 걸린다.
현대미포조선의 건조 기간이 2.16년인데 생산성이 본사 수준에 가까워진 셈이다. 경쟁사인 중국 GSI의 3.13년도 크게 앞선다.
현대비나신조선의 가장 큰 강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술력과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비나신조선을 일종의 양산기지로 쓰고 있다. 현대비나신조선은 수주와 셜계, 자재공급을 모두 본사에 의존하고 생산 시스템 역시 본사에서 확인을 거친 부분만 도입한다. 수주가격 책정이나 선종 다변화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소 조선사들이 큰 손실을 입는 이유는 수주단가를 잘못 계산하거나 새로운 선종을 건조하면서 인도가 지연돼 수주가 취소되기 때문인데 현대비나신조선은 이런 위험을 피했다.
도크 크기도 380m x 65m로 현대미포조선의 울산조선소와 같은 만큼 본사의 건조 경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
베트남 인건비가 한국의 5.5%, 중국의 28.4% 수준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선박 원가에서 노무비가 20~25%를 차지하는 반면 현대비나신조선은 5.8~5.9%에 불과하다. 덕분에 현대비나신조선의 선박 가격은 GSI와는 비슷하고 현대미포조선보다 10.6%가량 싸다.
싱가포르의 선박건조 감리사인 이쉬마(ISHIMA)는 현대비나신조선의 최대 강점을 '낮은 선박 가격과 본사에 근접한 품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현대비나신조선은 아직 브랜드 파워가 부족으로 중고 선박 가격이 본사보다 10~15% 정도 저렴하긴 하지만 쉘이나 셰브론 등 투기성이 아닌 장기 용선계약을 맺는 고객들에게는 매우 매력적 선택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현대비나신조선이 선박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수리 조선소에서 시작해 선박 건조에 진출하기까지 12년, 건조 선종을 벌크선에서 PC선(석유제품운반선)으로 다변화하는 데까지 다시 6년이 더 걸렸다.
현대비나신조선은 현대미포조선이 1996년에 현지 베트남조선산업총공사(SBIC)와 합자회사 형태로 세웠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이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부터 선박 건조에 뛰어들었는데 국내 대형 조선사가 해외에 세운 조선소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지금은 현대미포조선의 매출에서 9% 정도를 차지해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장기적으로 현재 주력인 석유제품운반선의 베트남 건조 비중을 높이고 울산조선소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카페리선 등의 수주를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현대비나신조선은 의미가 크다. 현대미포조선의 주력인 중형 석유제품운반선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거나 기존 경쟁사들이 수주활동을 강화하면 현대비나신조선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들을 압박할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전략은 국내 중견 조선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쉽사리 중형 석유제품운반선의 수주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현대비나신조선"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에서 운항 중인 중현 석유제품운반선 가운데 현대미포조선과 현대비나신조선의 합산 점유율은 28%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의 수주 성적만 따지면 점유율이 44%까지 뛴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