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차 프로젝트, 빈패스트(VINFAST)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 아세안 역내 관세 철폐로 태국 등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쉽게 넘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데다, 이미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생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업체 동진 베트남의 이성재(43) 법인장은 31일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계 전반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베트남이 국민차를 안착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파급될 효과와 미래를 보고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동진은 2003년 베트남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1세대 업체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모터와 케이블을 생산해 발레오(Valeo), GM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에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의 연간 자동차시장 규모는 3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가 비슷한 필리핀의 절반 수준이다. 이 법인장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 생산량이 최소 30만대는 되어야 하지만 이미 각국 브랜드가 진출한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게임이 될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유통, 호텔레저, 교육, 의료 등 각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빈그룹의 입지를 고려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분양 등 계열사들의 사업과 연계해 판매를 늘릴 수 있고, 국민차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관용차 수요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현재 베트남 관용차는 일본 브랜드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동안 동남아의 자동차산업 허브는 태국이었다. 1960년대 일본 도요타를 시작으로 70년대 닛산, 90년대 미쓰비시, 혼다가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BMW, GM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까지 진출, 생산하고 있지만 한국 완성차 업체는 없다.
이와 관련, 이 법인장은 “특정 국가가 장악하다시피 한 곳에서 후발 주자들이 운신하기란 힘들 것”이라며 “비교적 일본 자동차의 영향력이 적은 베트남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구 1억의 대규모 시장, 빠른 경제성장, 아세안 역내 물류에 유리한 입지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에 자국 자동차산업을 옮겨 놓다시피 한 일본처럼, 동남아를 겨냥한 한국 자동차산업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투명하지 않은 행정절차와 촘촘하지 못한 규정들을 약점으로 꼽았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