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 섬유·의류업체 경영진이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을 떼먹고 잠적하는 일이 속출해 반한감정이 우려된다.
8일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 동나이 성에 있는 한국 섬유업체 C사 대표가 지난 10월 22일 매니저와 함께 출장 간다며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곳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 40명이 2개월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C사는 또 한국의 국민연금, 산업재해보험, 건강보험, 고용보험 일부를 합해 놓은 것과 같은 사회보험의 회사 부담분 1억2천만 동(576만원)을 체불한 상태다.
현지 은행 채무도 230억 동(11억40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현지 경찰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또 지난달 20일께는 베트남 남부 호치민에 있는 한국 의류업체 N사 경영진이 근로자 310명을 모두 휴가 보내고 설비와 완제품을 반출했다.
N사 대표는 지난달 30일 "9월분 월급의 절반을 11월 3일에 지급하고, 10월분 월급은 2주 후에 주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됐다.
노조는 N사가 사회보험료 286억 동(약 13억7천만원)도 체불한 것을 확인하고 당국에 N사 대표의 출국정지를 요청했다.
지난 3월에는 호치민에 있는 다른 한국 의류업체 S사의 경영을 맡았던 여성이 갑자기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S사는 근로자 161명의 2개월 치 봉급 2억 동(약 960만원)과 사회보험료 25억 동(약 1억2천만원), 공장 임대료 5억 동(약 2천400만원)을 체불했다.
또 설을 앞둔 지난 2월 초에는 동나이 성에 있는 한국 섬유·의류업체 경영진이 근로자 약 1천900명의 월급 137억 동(약 6억6천만원)과 사회보험료 175억 동(약 8억4천만원)을 체불한 채 베트남을 떠났다.
당시 베트남 외교부는 한국 정부에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호치민의 외곽에 있는 한국 섬유업체 대표가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해 근로자 600여 명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자칫 반한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섬유업을 하는 한 교민은 "겨울 시즌에서 봄 시즌으로 넘어가는 9∼11월이 비수기라 주문량이 많지 않다"면서 "영세업체는 이때 자금난에 시달리고 사회보험료를 체불하면 수주가 끊겨 더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기업은 물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고 자칫 반한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호치민 라이프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