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증하는 군사위협
지난해 말까지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 퇴역장군이 지난 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15년 내에 우리(미국)가 중국과 전쟁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마이클 봄 자유기고가는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티 콤소몰레츠에 “호지스 전 장군의 이러한 발언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중국의 군사위협이 미국은 물론, 러시아에도 높아지고 있다고 기고해 관심을 끈다.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최근 수년간 중국의 미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논박(論駁)할 여지없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중국이 처음으로 자국 함대에 소속된 군함과 함선 수에서 미국을 추월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태평양 상의 동맹국 방어능력을 위협할 수 있는 첨단 대함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미국에 대해서뿐 아니라 러시아에 대해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까지 중국은 군사비 지출에서(년간 2280억 달러)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 국방 예산(630억 달러)보다 4배나 많은 액수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중국이 GDP의 1.9%만을 국방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는 결과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GDP의 3.5%, 러시아는 4.5%를 국방 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중국도 향후 5-10년 사이에 GDP의 3%이상을 국방예산으로 지출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사실 이 수치는 어떤 국가에서도 정상적이고 적당한 %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군사 예산이 매년 6%이상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3%를 차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국방분야 지출은 연간 6000억 달러를 넘게 된다. 또한 중국의 군사장비의 품질이 미국 및 러시아 군대 군사장비의 품질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러시아에게나, 미국에게나, 어떤 누구에게나 작은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경제 규모는 물론 군사 장비 규모나 품질에서 미국을 따라잡게 되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러시아에게는 사정이 훨씬 더 나쁘다. 그런 성장 속도를 유지하면 중국의 경제와 군사 예산은 러시아보다 10배나 커지게 된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병력은 예비군은 제외하고 현역 군인만 2백만명 이상이다.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우려하고 걱정하는 점은 지난 15년간 러시아와 미국이 INF 협정에 따라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하는 동안 중국은 중단거리 지상 핵미사일 보유량을 증가시켜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자국 내에 2000개 이상의 동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제로이거나 거의 제로에 가깝다. 러중 간 국경을 맞댄 거리가 4000km에 달하고 러시아 영토의 대부분이 중국의 이런 중단거리 핵미사일의 사정권(射程圈) 내에 들어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는 2007년 푸틴 대통령의 뮌헨 발언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미 오래 전부터 INF 협정으로 인해 러시아가 겪고 있는 미사일 제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러중 사이에 동등한 중단거리 핵 미사일 전력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호지스 장군이 미중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 예견한 것에 미루어 러시아와 중국 간에도 1969년 이미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여 양측에서 100명 이상씩 사망한 일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러시아와 중국 간의 ‘영원한 우정’의 결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심각한 군사적 충돌이 15년 후에 충분히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및 그 동맹국) 간의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시아의 나토’ 비슷한 것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동맹에는 미국 외에 타이완, 한국, 일본, 괌(이미 미국의 영토이지만),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호주, 뉴질랜드가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이 동맹에 타이완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계속해서 “잃어버린 영토”의 최종적 회복 필요성에 대한 군사적인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후 이 동맹에 인도를 회원국으로 추가 가입시킬 수 있다. 인도는 인접국인 중국과 여러 점에서 심각하게 대치하고 있으며, 중국이 자국의 세력을 키워나가는 것과 지정학적 야심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나토’에 회원국이 된다고 해서 이 동맹의 회원국들과 중국 사이에 적대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이 회원국 모두가 중국에 대해 조심스러운 자세를 가질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근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과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그런 점에서 가장 분명한 예이다. 이 나라들에게 있어서 나토 회원국이라는 것은 화재 발생에 대비한 일종의 ‘화재보험’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일한 원칙이 새로운 잠정적인 ‘아시아의 나토’ 회원국들과 중국 사이에도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나토가 대서양 전체에 걸친 동맹이라면, 증가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집단 방어를 기초로 한 새로운 방어 동맹은 아시아 전체에 걸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시아의 나토’는 실제로 중국을 억제할 수 있어서 중국과 미국 간의 전쟁뿐 아니라 중국과 이 동맹의 회원국들과의 전쟁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0년간의 유럽 안보를 보면, 나토가 실제적으로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게 하는 보증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평화의 보증으로써 힘”이라는 개념을 근간(根幹)으로 하고 있는 대서양 전체의 집단 안보 모델은 앞으로도 수십년간 유럽의 안정을 보장할 것이다. 지난 토요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거리 핵전력 조약을 체계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따라서 유럽의 성공적인 나토 모델을 아시아에서도 반복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는 적어도 호지스 장군의 미중간 전쟁에 대한 예언이 성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전쟁이 없게 하기 위해서 이론적으로는 러시아의 ‘아시아의 나토’ 가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난 금요일 볼턴 미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으로 인한 새로운 군사적인 도전과 관련한 협력을 하기 위해 러시아에게 전략적인 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처음으로 이 방향으로 작은 시도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진정한 강대국이라면 자체적으로 동맹을 형성해야지 남이 만들어놓은 동맹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더욱이 미국이 주도권을 잡은 동맹이라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는 어쨌든 중국의 심사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 별 이익이 없고 위험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니 러시아가 앞으로 생겨날 수도 있는 “아시아의 나토”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는 자신이 만든 집단안보조약기구와 함께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이 기구의 5개 회원국인 벨로루시,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 공화국, 그리고 타지크스탄 공화국과 함께 할 것이다. 이 집단안보조약기구 동맹국들이 앞으로 다가올 중국의 위험에서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방어해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대국이라는 엄청난 야심과 자부심을 앞세우다가 치르는 대가가 이러한 것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글 마이클 봄 자유기고가 |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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