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소속의 연방 의원으로 최근 국민당으로의 당적 변경을 시도, 연방 자유당 내부에 당혹감을 던졌던 이안 맥팔레인(Ian Macfarlane) 의원. 하지만 퀸즐랜드 자유국민당 집행위원회 투표 결과 그의 입당을 거부한 표가 더 많았다.
집행위원회 투표서 입당 반대 14표, 찬성은 12표 앞질러
턴불 수상 ‘한숨’... 연립당 관계는 더 껄끄러워질 것으로 예상
퀸즐랜드 주 LNP(자유국민당)가 이안 맥팔레인(Ian Macfarlane) 의원의 국민당으로의 당적 변경 시도를 좌절시켰다.
자유당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 시도는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연방 수상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에서 시작됐다(본지 1173호 보도). 전임 애보트(Tony Abbott) 정부에서 산업과학부 장관을 역임했던 그는 턴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평의원(backbencher)으로 밀려났다. 캔버라 정가에서는 그의 당적 변경 시도가 이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맥팔레인 의원의 시도는 LNP 집행위원회 투표 결과 부결됐다. 맥팔레인 의원은 연방 하원의원이지만, 지역구가 퀸즐랜드 주에 있기에 LNP의 선택이 관건이었다. 자유당과 국민당이 분리되어 있는 연방 및 다른 주와는 달리 퀸즐랜드 주에서는 두 당이 LNP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있다.
투표 결과는 접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에 참여한 총 26명의 집행위원 중 당적 변경 찬성표는 12, 반대한 이는 14명이었다.
이로써 맥팔레인 의원의 정치생명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또한 연방 자유당과 연방 국민당의 관계도 한층 더 껄끄러워지게 됐다.
이번 LNP 집행위원회의 결정으로 턴불 수상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만약 그의 당적 변경안이 집행위원회를 통과했더라면, 턴불 수상의 정치적 권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반면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 시도 배후에 있던 연방 국민당의 워런 트러스(Warren Truss) 대표와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부대표의 체면은 구겨지게 됐다. 이들이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시도 변경을 기획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지역구 싸움이다. 연립 정부를 구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당과 국민당은 서로 많은 지역구를 자신들 몫으로 차지하려 시도하고 있다. 보통 정가에서는 물론 미디어에서 특정 지역을 ‘자유당 지역구’, ‘국민당 지역구’ 하는 식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이미지가 각인되면 이후에도 영역 싸움에 계속 유리하므로 국민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맥팔레인 의원의 지역구인 퀸즐랜드 서부 내륙 그룸(Groom)을 ‘국민당 지역구’라는 이미지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둘째는 내각에서의 장관 수 싸움이다. 이 역시 자유당, 국민당 사이에 알력이 없을 수 없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양당간 균형을 맞추지만 자당 소속 의원의 장관 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려는 시도는 늘 있어 왔다.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이 승인됐더라면, 국민당은 의원 수가 한 명 더 늘어날 뿐 아니라, 기존 장관 경험을 갖고 있는 유력한 장관 후보를 한 명 더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 시도 좌절에 대한 연방 국민당 지도부의 실망감은 바나비 조이스 부대표가 호주 언론과 가진 인터뷰 발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조이스 부대표는 “그룸 지역구 유권자들은 지난 번 자신들의 소망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었다”면서 “당 기구가 퀸즐랜드 지역 곳곳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일이 자유당과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퀸즐랜드 LNP의 개리 스펜서(Gary Spence) 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그룸 지역구 하나를 넘어 당 차원의 이익을 고려해 내려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그룸 지역구 당원들은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을 지지했다”면서도 “하나의 지역구를 넘어서는 당 전체의 이익이 우선시 된 것”이라고 집행부 투표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당적 변경은 불허됐지만 맥팔레인 의원의 그 동안의 노고를 기리지 않을 수 없다”며 위로를 건넸다.
맥팔레인 의원은 이에 대해 “분명히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도 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계속 의원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 “당분간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야당인 연방 노동당의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는 계속해 공세를 이어갔다. 쇼튼 대표는 “연방 부수상인 국민당의 워렌 트러스 대표가 이번 맥팔레인 의원의 당적 변경 시도를 기획해 턴불 수상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라고 이번 사건을 규정하면서 “턴불 수상이 이끄는 연방 정부의 위기는 이번 투표 결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당의 워런 트러스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와 관련,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임경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