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사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차지한 소피아 헤닝스(Sophia Henning)와 케이틀린 셈사리안(Caitlin Semsarian), 폴라 코헨(Pola Cohen. 왼쪽부터). 역사는 전통적으로 남학생들의 강세를 보이던 과목이었다.
81개 학교 116명, ‘First in Course’... 11학년 2명, 수학 ‘톱’
올해 HSC 시험을 치른 그레이스 파커(Grace Parker) 학생은 가족이 사용하는 자동차가 자주 말썽을 부리는 데 진절머리를 내곤했다. 이에 그녀는 손수 수리를 하곤 했고, 아예 올해 HSC 시험에서 자동차 과목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끔찍이 좋아했던 말라 릭비(Mala Rigby)학생은 이 때문에 농업을 선택했고, 하키 스타로 과학 분야를 꿈꾸던 클라우디아 닐슨(Claudia Nielsen) 학생은 1차 산업 과목에 매료됐다.
이들 세 여학생은 올해 HSC 시험에서 역사와 영어 등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강세를 보이던 일부 과목에서 이들을 앞질렀다. 특정 분야에 대한 동기나 성향이 학업 성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금주 수요일(16일) NSW 교육위원회(NSW Board of Studies)가 올해 HSC 시험을 치룬 학생들에게 일제히 시험 성적 통보를 시작한 가운데, 이에 하루 앞서 화요일(15일) NSW 주에서 각 과목별 최고 점수를 획득한 100여 학생들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레이스, 말라, 클라우디아를 포한한 82명의 여학생과 34명의 남학생이다.
올해 HSC 시험에서 과목별 최고 점수인 ‘First in Course’를 수상한 학생은 2개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한 6명의 학생을 포함, 81개 학교 116명이었다.
특히 올해 과목별 최고 점수 학생들의 경우 기술, 과학뿐 아니라 역사, 영어 등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강세를 보였던 과목에서 여학생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Presbyterian Ladies' College Sydney’의 소피아 헤닝(Sophia Henning)은 고대사(ancient history) 과목에서, 시드니 걸스 하이스쿨(Sydney Girls' High)의 폴라 코헨(Pola Cohen)은 역사 과목에서, 세인트 조지 걸스 하이스쿨(St George Girls High)의 카이틀린 셈사리안(Caitlin Semsarian) 학생은 현대사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영어 과목에서도 여학생의 성적이 두드러졌다. 체리부룩 기술학교(Cherrybrook Technology High), 세인트 프란시스 드 살레스 리지어널 칼리지(St Francis De Sales Regional College), 노스 시드니 걸스(North Sydney Girls), 노던 비치 세컨더리 칼리지(Northern Beaches Secondary College)의 프레시워터 시니어 캠퍼스( Freshwater Senior Campus) 출신 여학생의 경우 5개 부문의 영어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NSW 주 교육부 아드리안 피콜리(Adrian Piccoli) 장관은 “과목별 최고 점수에서 여학생 비율(70%)이 남학생(30%)보다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장관은 “언어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성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서 “기술, 농업 등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앞섰던 과목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은 여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NSW 교육위원회 톰 알레고나리아스(Tom Alegounarias) 위원장은 그러나 “남학생의 경우 수학과 과학에서는 여전히 여학생을 앞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과목에서 남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여학생들이 거둔 성적과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강세를 보이는 특정 과목을 구분하는 게 어렵다”고 덧붙였다.
올해 HSC 시험 성적은 금주 화요일 오전 6시부터 온라인 또는 SMS를 통해 각 학생들에게 통보되기 시작했으며, ATAR(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 시험 결과는 목요일(17일) 오전 9시부터 통보가 시작됐다.
농업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핌블 레이디스 칼리지(Pymble Ladies' College)의 말라 릭비(Mala Rigby) 학생은 학교에서 마련한 작은 농장에서 농작물 가꾸는 일을 하다가 농업에 매료됐다.
말라 학생은 “시드니에 거주하는 여자 아이로 농산물 재배 기술을 익히면서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학생이 최고 점수를 받은 1차 산업 과목은 그녀 가족의 일이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 게오프(Geoff)씨는 탐워스(Tamworth) 소재 칼로시 앵글리칸 스쿨(Calrossy Anglican School)에 재직하는 이 과목 교사이며 어머니 브로우닌(Bronwyn)씨는 같은 학교 농업 과목 교사로 일하고 있다.
하키에 재능을 보이던 클라우디아 학생은 웨스턴 웨스트렐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에서 과학을 전공하기 전 한 해 동안 캔버라(Canberra)에 있는 호주 스포츠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Sport)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울릉공대학교(Wollongong University) 국제학부에서 입학을 제안 받은 그레이스 학생은 여전히 자동차 정비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시드니 북서쪽 더보(Dubbo) 출신인 그녀는 “기계를 좋아하고 또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의 여성은 기계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여성들도 기계공학을 공부하면 이 분야에서 남성들과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라우디아 학생은 “물론 이것이 여성 혁명은 아니며 다만 여성들도 동등한 기회를 갖는 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HSC 시험 수학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학생은 4명의 남학생으로 나타났다.
제임스루스 농학 하이스쿨(James Ruse Agricultural High)의 카르멘 퉁(Carmen Tung. Abbotsleigh 거주) 학생과 응웬 코아 부이 레(Nguyen Khoa Bui Le. Newtown 거주), 시드니 보이스 하이(Sydney Boys High)의 아이딘 카라하산(Aidin Karahasan), 펜리스 앵글리칸 칼리지(Penrith Anglican College)의 로완 훼인트(Rowan Faint) 학생이 그들로, 이중 아이든과 로완 학생은 11학년 학생이다. 이 두 학생은 내년도 HSC 시험에서 수학 외 나머지 과목만 치르면 된다.
시드니 남서부 잉글번(Ingleburn) 출신의 아이딘 학생은 내년 시험에서 화학, 물리, 경제, 수학 ‘extension 2’, 그리고 ‘advanced English’ 과목을 치를 예정이다.
올해 17세의 아이든 학생은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며 장래 의학 또는 물리치료를 전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로완 학생은 올해 ‘advanced English’, 수학 ‘extension 2’, 물리, 화학 과목 시험을 치렀다. 그는 NSW 교육위원회로부터 연락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NSW 교육위원회에서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놀랐고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수학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HSC 시험에 응시한 학생 중 5개 등급의 수학 과목을 치른 학생은 5만7,973명이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