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기토토가 내게 묻는다 너는 어디로 갈 거냐고
구름의 나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랑기토토 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오클랜드 노스쇼어(North Shore) 동쪽 마을은 바닷길로 이어져 있다. 아래로는 데본포트(Devonport)부터 시작해 맨 위 롱 베이(Long Bay)까지 꿈길 같은 길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 가운데 타카푸나(Takapuna)나 밀포드(Milford), 그리고 브라운스 베이(Browns Bay)는 걸어서 5분만 가면 바닷가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편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캐스터 베이(Castor Bay)나 캠벨스 베이(Campbells Bay), 토베이(Torbay) 역시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지만 그곳에는 먹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적어 아쉽다. 좋은 사람이 옆에 있고 훌륭한 먹거리가 식욕을 돋우어야, 삶은 멋지지 않을까 생각한다.<편집자>
♣ 타카푸나
▣ 닭한마리(한식 뷔페)
“손님이 많은 비결이 뭔가요?”
토요일 저녁 6시와 8시 두 차례 식당에 들렀다. 그때마다 손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예약하지 않고서는 자리를 차지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 적게 남기고 대신 그 몫을 손님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죠.”
2009년부터 장사를 시작한 닭한마리 사장 정성찬 씨는 대답이 분명했다.
“그럼,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뭔가요?”
일 초의 주저함도 없이 답이 나왔다.
“다 맛있죠.”
“그래도 한 두 개 고른다면요.”
“다 맛있다니까요.”
150 자리를 보유한 닭한마리는 늘 손님들로 분주하다. 상당수는 한식 뷔페를 사랑하는 중국 사람이다. 한 사람 음식값은 $28.주 7일 영업한다. 삼겹살과 엘에이 갈비가 제일 많이 나간다고 한다. 주중에는 저녁 5시 30분, 주말에는 저녁 6시부터 문을 연다. 예약은 필수(?).
☎ 488 0012 ☞ 5 Auburn St., Takapuna
▣ 팔색(한식 뷔페)
타카푸나에는 잘 알려진 먹거리 골목이 있다. 바로 허스트미어 로드(Hurstmere Road)다. 지구촌 곳곳의 패션과 먹거리가 길 가는 행인을 손짓한다. ‘팔색’도 그 가운데 하나다.
팔색은 처음에 여덟 가지 고기로 시작해 붙여진 이름이다. 2015년에 문을 열었다. 점심과 저녁 두 차례 손님을 맞는다.
“갈비를 제일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아시아 사람이 제일 많고, 종종 키위 손님들도 찾아와요. 저녁 손님은 다들 고기 때문에 오시는 거죠.”
한국 말을 꽤 유창하게 하는 중국 매니저의 얘기다.
한 사람 음식값은 $29. 주 7일 영업한다.
팔색에서 꼭 맛보아야 할 음식은 달걀부침(낮)과 고기(저녁) 옆에 있는 찌개다. 김치찌개나 순두부찌개 같은 평범한 음식은 보고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다. 한 번쯤 도전해 보면 아주 ‘맛다른’ 맛을 체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486 5050 ☞ 138 Hurstmere Rd., Takapuna
엄청나게 큰 타원형 그릴 위로 채소와 소스를 섞은 고기가 입맛을 돋운다. 요리법은 손님이 정하고, 요리사는 그저 익힐 뿐이다. 맛 도전에 실패하면 또 한번 하면 된다. 세 번, 네 번도 좋다. 배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말이다.
코모 스트리트에 있는 갠지스 칸은 몽골리안 뷔페식당이다. 현 사장인 오미경 씨가 2년 전 인수해 먹성 좋은 손님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내놓고 있다
“취향대로 골라 드시면 돼요. 고기 종류는 열 가지고요. 수프가 맛있다는 말을 자주들어요.”
오 사장은 영어가 능통해 현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유의 친절로 손님을 날로 늘려가고 있다. 90%가 키위 손님이다. 갠지스 칸이 <일요시사> 독자를 위해 맥주 한 잔 또는 포도주 한 잔을 서비스로 내놓겠다고 한다. 접대용 바우처도 마련되어 있다.
주 7일 영업한다.
☎ 489 4002 ☞ 7 Como St., Takapuna
▣ 명동(한식당)
원래 이름은 <명동칼국수>였다. 다양한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이름을 명동으로 바꿨다.
“제가 원래 칼국수를 좋아했어요. 서울 명동에 있던 닭칼국수 집을 애용했죠. 그 맛을 손님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데폰포트 부둣가부터 시작해 명동(칼국수) 식당을 19년째 해오고 있는 사장 이윤희 씨의 말이다.
명동의 대표 음식은 칼국수다. 해물 칼국수, 만두 칼국수. 김치 칼국수 등등. 여름이면 막국수와 콩국수의 인기가 높다.
“음식에 대해서는 늘 초심을 유지하고 있어요. 시부모에게 내놓듯 손님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내놓겠다는 뜻이죠.”
명동은 ‘한국 칼국수의 전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덧붙여 별미로 먹을 수 있는 것 두 종류. 하나는 만두, 다른 하나는 찐빵이다. 물론 둘 다 직접 손으로 빚어 만든 건대, 한두 개만 먹어도 배가 찰 정도로 크다. 한 번씩 드셔볼 볼 것을 ‘강추’(걍력히 추천)한다.
☎ 488 0600 ☞ 479 Lake Rd., Takapuna
▣ 애로이 디(Aroy Dee, 태국 식당)
“사와디 캅?”(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타카푸나 브루스 메이슨 센터(Bruce Mason Centre) 바로 앞에 자리 잡은 태국 식당 애로이 디의 주인은 놀랍게도 한국 사람이다. 무려 11년째 같은 곳에서 영업하고 있다.
“톰양궁 수프에 도전해 보세요. 중국의 상어지느러미 수프와 함께 세계 3대에 드는 거예요. 캐시넛이 들어간 닭고기 요리도 맛 있어요.”
애로이 디는 110석 규모를 자랑한다. 오클랜드에서 태국 식당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렇다면 음식 맛은.
“삼사 위 안에는 들죠.”
주인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이유는, 평균 20년 요리 경력의 태국 베테랑 요리사가 모든 음식을 내놓는다. 태국 북쪽 치앙마이나 치앙라이 음식 맛과 비슷해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다. 달거나 짜지 않고 한국 사람에게 편하게 다가든다.
팁 하나.
주인장은 채소만 15년 가깝게 공급해 온 사람이다. 식재료에서는 최고라 불릴 만 하다. 주 7일 영업한다.
☎ 489 9211 ☞ 10 The Promenade, Takapuna
▣ 강남스타일(한식 뷔페)
“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 버리는 사나이 / 그런 사나이 / 아름다워 사랑스러워….”(싸이의 ‘강남스타일’ 중에서)
일요일이면 벼룩시장으로 변하는 타카푸나 공용 주차장 앞에 자리 잡은 한식 고기 뷔페식당, 강남스타일. 싸이가 불러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노래 제목을 빌려 지은 식당 이름이다.
“싸이의 효과는 이제 좀 사라졌죠. 하지만 한국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의 영향 덕분인지 많은 동남아 사람이 저희 식당을 찾아오세요. 극 중 삼겹살 구워 먹는 장면이 익숙해서 그런 거겠죠. 일종의 한류라고나 할까요.”
2년 6개월 전 식당을 인수한 사장 윤종목 씨의 말이다.
강남스타일은 점심, 저녁 두 번 다 고기 뷔페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사람 음식값은 $25. 손님 구성은 동남아 사람 50%, 중국 사람 20%, 키위 20% 등이다.
윤 사장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
“혹시 뷔페식당을 하시고 싶은 분은 제게 먼저 여쭤보세요. 노하우(?)를 전해 드릴 테니까요.”
☎ 489 1800 ☞ 62-78 Hurstmere Rd., Takapuna
♣ 밀포드, 마이랑이 베이
▣ 돈(일식당)
밀포드 중심 사거리 한쪽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일식당 돈(井). 이곳은 원래 일본 사람이 운영하던 ‘텐’(天)이 있던 곳이다. 일식 맛을 좀 아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음식점이기도 하다.
“저희 식당의 음식 종류는 200가지나 돼요.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종류의 일식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손님의 입맛을 맞출 수 있어요.”
지난해 12월 텐을 인수해 상호를 ‘돈’으로 바꾼 사장이자 회장(?) 격인 공미경 씨의 말이다.
“이곳 손님은 생선회와 신선한 굴 요리를 즐겨 찾아요. 주말에는 예약하시고 오셔야 해요. 80% 이상이 키위 현지 손님이고요.자리가 좀 부족해(43석) 아쉬운 점이 있지만, 맛만큼은 후회 안 하시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요일에는 쉰다.
☎ 486 2834 ☞ 1 Milford Rd., Milford
▣ 태화루(중식당)
“탕수육이 제일 맛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짬뽕 그중에서도 삼선짬뽕을 즐겨 드시고요.”
노스쇼어 국립병원이 있는 셰익스피어 로드(Shakespeare Road) 끝에 위치한 태화루의 사장 김성하 씨의 말이다.
태화루는 17년째 같은 장소를 고수하고 있다. 맛도 마찬가지다.
“식당 손님이 아니라 늘 집 손님처럼 생각하고 음식을 만들어요.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대충 만든 음식을 대접할 수는 없으니까요.”
김 사장은 즉석요리를 추구한다. 주문과 동시에 요리가 시작된다. 그래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술 같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늘 애쓰고 있다. 딴 데 눈을 팔 겨를이 없다.
“늘 맛있게 드셔 주셔서 고맙지요. 저는 그 보답을 더 맛있는 음식으로 해야 할 테고요.”
밝게 웃는 주인장의 모습에서 참 음식 맛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
☎ 488 0166 ☞ 25 Shakespeare Rd., Milford
▣ 무란목(Mairangi Japanese Cusine, 일식당)
무란목(舞蘭木)은 ‘마이랑이’를 일본 말로 옮긴 것이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바닷가 풍경이 아름다운 도로로 잘 알려진 비치 로드(Beach Road)를 따라 중간쯤 가다 보면 마이랑이 베이가 나온다. 그 한복판에 고풍스러운 가게가 모여 있는 그린 게이블(Green Gables)이 보인다.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 머리 앤> 시리즈의 무대를 연상케 한다.
그 중심에 무란목이 자리하고 있다. 꼭 음식을 먹지 않아도, 행복이 전해져 올 정도로 분위기에 압도된다.
옆 가게 두 개를 더 터 공간을 넓혔다. 마이랑이 베이를 대표하는 일식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90% 이상 동네 손님이에요. 신선한 재료에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사장 조현제 씨의 말이다.
아는 사람과 함께 무란목을 서너 번 찾아 점심을 먹었다. 그때마다 주인은 만날 수 없었지만, 늘 손님으로 붐비는 이유를 이번에 사장을 만나고 난 뒤 알았다. 손님의 의중을 정확히 읽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비결이었다.
일요일에는 쉰다.
☎ 476 9977 ☞ Shop 15-17 Green Gables 376-384 Beach Rd., Mairangi 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