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식탁 건강식 들깨수제비 손님 입맛 돋워…
가야 20년 넘는 족발 마중물로 전통 맛 선봬
뉴질랜드 한인 이민 초창기 때 오클랜드 한인 식당의 대다수는 시내 퀸 스트리트와 노스 쇼어 타카푸나에 몰려 있었다. 시내는 한인 식당의 숫자가 날로 늘어가는 반면 타카푸나에 있는 식당 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새로 떠오른 지역이 로즈데일을 중심으로 한 알바니 지역이다. 그곳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스무 곳에 이른다. 입지도 탄탄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음식이, 대한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나름 제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한식당 춘향골 아구찜·해물탕 인기 독차지,
베트남 식당 오성 “비싼 게도 맘껏 드실 수 있어요”
▣ 춘향골뷔페(한식 뷔페)
춘향골뷔페는 노스 쇼어 이스트 코스트 로드(East Coast Road)를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다 브라운스 베이 로드(Browns Bay Road)를 만나는 삼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뷔페식당 ‘북도(北島)’ 자리다. 저 멀리 남태평양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춘향골뷔페는 로즈데일에 있는 한식당 춘향골이 운영하는 곳이다. 고기를 포함한 음식 가짓수는 40개 정도. 질 좋은 고기만 내놓는다는 게 주인의 자부심이다.
특별히 다양한 후식이 눈에 띈다. 식혜와 수정과 같은 한국 전통 후식도 다른 뷔페식당과 차이점이다. 주인 겸 주방장이 만들어 내는 홈 베이킹이 손님 입맛을 더해 준다.
80% 이상이 중국 손님, 자리는 150석에 이른다. 저녁에만 운영하며 어른 한 사람에 $30.
화요일에는 쉰다.
☎ 478 6844 ☞ 527 East Coast Rd., Browns Bay
▣ 오야붕(일식당)
“손님을 왕(오야붕)처럼 모시겠습니다.”
로즈데일 로드 맨 위쪽에 있는 일식당 오야붕은 선술집 같은 느낌을 준다. 삶의 애환을 맘 놓고 풀어내도 다 포용할 분위기다.
오야붕은 생선회(사시미)의 질이 최고인 것만 내놓는다. 그물 물고기보다 롱 라인(주낙으로 잡은) 물고기를 더 즐겨 사용한다.
“우리 식구가 먹는 것처럼 합니다. 오클랜드에 일식당이 많은 데 회의 질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주인 오승훈 씨의 자신 있는 말이다.
오승훈 사장은 날마다 물고기를 사러 시장에 간다. 10년 정도 그 일을 하다 보니 이제는 물고기 하면 ‘도사’가 됐다고 한다.
식탁은 여섯 개. 오후 5시부터 저녁 12시까지 한다. 손님은 중장년층이 많다. 술 고픈 사람들이 단추 한두 개 풀어놓고 편하게 즐기기에 딱 좋다.
일요일에는 쉰다.
☎ 476 2400 ☞ 6K Rosedale Rd., Windsor Park
▣ 불곱불닭(한식당)
직접 먹었다. 요리 이름은 ‘오삼숙’. 맛있었다. 별표로 하면 다섯 개.(물론 최고점은 오성<별 다섯 개>이다.)
불곱불닭은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닭고기와 곱창을 중심으로 한 한식당이다. 매운맛을 제대로 보려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하는 곳이다.
주인은 한국 동대문시장에서도 닭발집을 운영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오클랜드 시내에도 비슷한 식당을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무조건 맛있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안 내놓아요.”
주인은 흉내 내는 것을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따라가는 것도 싫다고 했다.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내놓겠다는 당찬 자부심이 엿보였다.
손님의 90%는 한국 사람, 20~30대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다. 식당 앞에 야외 식탁도 마련되어 있다.
오후 다섯 시에 문을 열고 밤 열두 시까지 영업한다. 일요일에는 쉰다.
☎ 476 1000 ☞ 7/4 Arrenway Dr., Rosedale
▣ 중국성(중식당)
스무 해도 훨씬 전에 오클랜드 시내에 중국성이라는 중국 음식점이 있었다. 이민 초창기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그 이름을 생각나게 하는 중화요리점이 로즈데일에 있다. 중국성.
중국성은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주인은 중국 요리 경력만 23년이 된 김동율 씨. 그는 중국 요리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늘 품고 산다.
“저는 중국 요리는 중국 요리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식을 접목해서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다만 한국과 비교해 채소나 재료가 풍부하지 못해 그게 아주 아쉽습니다.”
중국성이 자랑스럽게 내놓는 음식은 짬뽕과 탕수육. 그 밖에 볶음 요리도 자신 있어 한다. 중국성은 얼마 전 프라이팬 15개를 새로 들여왔다. 센 불에 음식을 요리하다 보니 한 해에도 수없이 팬을 바꿔줘야 한다. 주인장의 혼이 그 안에 그대로 녹아 나온다.
밤 9시까지 영업하며, 화요일에는 쉰다.
☎ 476 2200 ☞ 12 Arrenway Dr., Rosedale
▣ 행복한 식탁(한식당)
집밥도 식당에서 잘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준 식당이 바로 ‘행복’한 ‘식탁’이다. 행복한 식탁은 2년 전 문을 열었다. 주인은 가정주부로 살다 ‘얼떨결에’ 식당 문을 열게 되었다고 말한다.
주인은 늘 건강식을 내놓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양도 풍성하게 식탁에 올린다.
행복한 식탁의 대표 음식은 들깨수제비와 회덮밥. 처음 식당 문을 열었을 때 들깨수제비로 숱한 손님을 끌어들였다. 그 밖에 돈가스와 해물탕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것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제가 먹는 거 만큼은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애를 씁니다. 손님들께 늘 고마운 마음뿐이죠.”
행복한 식탁 앞마당에는 예쁜 카라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주인이 좋아하는 꽃인데, 꽃보다 더 음식 맛이 예쁘다. 주인과 일하는 사람 모두 친절하다. 참, 식사 전 민들레차가 나온다. 주인의 건강식 추구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요일에는 쉰다.
☎ 912 8544 ☞ 12 Arrenway Dr., Rosedale
▣ 춘향골(한식당)
굳이 전북 남원에 가지 않아도 춘향이를 만날 수 있다. 이몽룡의 여자, 춘향이가 얼마나 요리를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춘향골을 한번 다녀오면 남원이 어떤 곳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현 주인은 7년 전 춘향골을 인수했다. 그 전에 일하던 주방장이 남원에서 식당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름도 춘향골로 정한 거다.
‘춘향골’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아구찜과 해물탕.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이 있다는 칭찬도 자주 듣는다. 주인은 가격이 싸면서도, 맛이 있고, 게다가 양까지 풍부한 음식을 내놓은 게 식당 운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춘향골의 또 다른 특색. 반찬이 ‘무려’ 여덟 가지다. 다른 식당에 견줘 두 배나 된다. 그것도 무한 보충. 손님을 끄는 비법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손님이 많아진다. 될 수 있으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일요일에는 쉰다.
☎ 476 7670 ☞ 7B Triton Dr., Rosedale
▣ 오성(Five Star, 베트남식당)
오성(五星)은 별 다섯 개 급 음식을 내놓겠다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낮에는 쌀국수, 볶음국수, 버미첼리 등 일반 베트남 음식을 주로 내놓으며, 저녁에는 베트남 뷔페로 운영한다.
뷔페 음식 가짓수는 30개 정도. 그중 다른 뷔페식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가 나온다. 손님이 즐겨 접시에 담는 음식이다. 연어 머리가 통으로 나오기도 한다.
매니저로 일하는 김종은 씨는 “손님이 기분 좋게 드시고 갈 수 있도록 음식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는 매일 직접 장에 들러 가장 신선한 것으로 사 온다.
오성에서는 따로 치맥(치킨과 맥주)도 즐길 수 있다. 닭요리 한 세트에 $20.
뷔페는 어른 $28이며, 어린이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 모든 음식은 포장(테이크어웨이)이 가능하다.
참, 매니저 김종은 씨는 아이돌 가수 1세대다. 맘 좋게 생긴, 말도 행동도 시원한 그를 보며 ‘오성급’ 즐거움을 유추할 수 있었다.
현재 월요일에는 쉬며, 조만간 주 7일 영업도 고려 중이다.
☎ 476 1010 ☞ 18 Triton Dr., Rosedale
▣ 케이에스 치킨(KS Chicken, 닭고기 전문점)
‘KS Chicken.’
KS는 ‘Korean Standard’의 줄임말이다. ‘한국의 기준’(혹은 표준)이라는 뜻이다. 그 뒤에 Chicken이라는 단어가 보태지면 ‘한국 표준 닭요리’ 전문점이 된다.
케이에스 치킨은 기름 냄새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영업을 한 거는 2년째다. 크라이스트처치까지 합하면 닭고기 요리만 경력15년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염지(소금 절임, 밑 간)가 다르지요. 튀김가루도 차이가 나고요. 저희 식당 닭요리는 맛을 좌우하는 간이 닭의 겉살은 물론 속살까지 잘 스며들지요. 키위나 중국 사람들은 양념닭이나 불닭(매운 닭고기)을 좋아해요.”
주인은 한국에서 유행하는 닭고기를 오클랜드에서 맛볼 수 있게 하려고 늘 연구, 개발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주인은 너무 바빠 보였다. 침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다른 손님을 위해 문을 나섰다. 그때 본 광고 하나.
“치킨에 눈이 내려요. New Menu. 눈꽃 치즈 치킨($17).”
일요일에는 쉰다.
☎ 476 1952 ☞ 33B Triton Dr., Rosedale
▣ 가야(한식당)
냄새가 코끝을 홀렸다. 물어보니 족발을 우린 냄새였다.
가야의 주인은 김해 김씨의 시조로, 김해 지역에 가야라는 나라를 세운 김수로왕의 후손의 부인 황 에리카 씨다,
그는 “한국적인 맛이 곧 세계적인 맛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라는 멋진 간판을 자부심을 걸고 낸 이유이기도 하다.
가야의 대표 음식은 족발과 칼국수.
족발은 돼지 앞발만 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맛은 훨씬 더 좋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구분하지 못 하는 걸 주인은 해낸다. 최고의 족발 맛을 보여주겠다는 열정이 있어서다. 종류도 불족발, 냉채족발 등 다양하다.
주인은 20년 넘게 족발 마중물을 늘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가야 시대부터 내려온 맛(육수)인지도 모른다. 전통 음식에 대한 주인의 철학이 분명해 보여, 맛까지 믿어 의심치 않게 해주었다.
4년 6개월 전에 문을 열었으며, 최근 오클랜드 시내에도 같은 이름으로 하나 더 냈다.
일요일에는 쉰다.
☎ 476 5292 ☞ 33D Triton Dr., Rosedale
‘식구.’
국어사전에는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참으로 포근하고, 정겨운 단어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같이 세상을 산다’는 뜻의 다른 말이다.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개신교 찬송가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의 3절 가사다. 이 가사처럼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시면 거기가 바로 천국이 된다. 그 천국이 알바니 로즈데일 곳곳에 있는 셈이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사진_레이휴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