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 ‘근원적인’ 자연의 맛을 내는 식당…
한식당 남원 ‘탕탕탕’ 삼총사 손님 입맛 이끌어
오가네 떡볶이·닭강정부터 출장 요리까지
장터 시골 선술집 같은 분위기, 영양탕 최고
글렌필드는 한인들의 일상 삶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다. 변호사나 회계사 사무실, 자동차 판매점, 한의원, 교회, 각종 학원, 한인 식품점, 그리고 한인 식당들…. 심지어 맘껏 애환을 뿜어낼 수 있는 노래방까지 있다.
글렌필드에서 한인들을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 링크 드라이브(Link Drive)와 뷰 로드(View Road)지역이다. 링크 드라이브는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 서니눅 스테이션(Sunnynook Bus Station)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한인 경제활동을 이끄는 곳이 되었고, 뷰 로드는 이민 초창기부터 있었던 ‘코리아타운’(Korea Town)이 한인들의 발걸음을 머무르게 하고 있다.
글렌필드 한인 식당들은 이 두 곳을 중심으로 영업한다. 한식당이 주를 이루고 있고, 중식당(하림각), 베트남 식당(포비엔), 분식당(오가네)이 그 사이에서 ‘색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다.
▣ 하림각(중식당)
하림각은 50대 말의 아빠와 30대 초반의 아들이 주방을 책임지고, 홀과 손님맞이는 아내이자 엄마인 여주인이 맡고 있다. 쉬운 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다. 남자 사장의 아버지도 오래전 대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하림각의 대표 음식은 탕수육. 냉동고기가 아닌 생고기를 쓴다. 그것도 좋은 부위로만. 당연히 비린내가 안 난다. 소자는 $20, 중자는 $28, 넷 이상 먹을 수 있는 대자는 $36이다.
또 다른 메뉴는 삼선짬뽕과 삼선짜장.
그 안에는 새우 큰 거 3개, 주꾸미 3개, 가리비 2개가 들어간다. 가격(삼선짬뽕)은 $13. 다른 곳보다 $3~$5나 싸다. 주인은 음식 질이 최고라고 말했다. 짜장면은 $9.
“재룟값이 많이 올랐어요. 그런데도 교민 경제를 생각하면 $1~$2 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어려움을 같이 이겨내자는 차원에서 저희가 식당을 인수한 6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어요.”
자리는 단체석을 포함해 100석 정도. 주인이 식당을 언제나 지키고 있어 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요일은 쉰다.
☎ 444 5700 ☞ 20 Link Dr., Glenfield
▣ 자미(한식당)
‘자미.’(Jami, 滋味)
이름이 참 예쁘다. 대충 ‘자연의 맛’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깊은 뜻을 지니고 있었다. ‘근원적으로’ 자연의 맛을 내는 식당이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미는 인공조미료를 전혀 안 쓴다. 2년 전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음식 맛이 너무 수수해 손님들이 의아해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고 묵묵히 식당을 해 왔죠. 이제 서서히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자미 음식 맛이 진짜 전통 한식의 맛이야’ 할 때까지 더 열심히 해야지요.”
파평 윤씨 34대손이자 종갓집 며느리인 주인 윤진경 씨의 말이다. 그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뉴질랜드 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늘 전통 한식을 사랑하며 지키려고 애를 쓴다.
자미가 자랑하는 음식은 숯불로 구운 소고기 비비큐(BBQ). 그 일에만 한 사람이 매달릴 정도로 손님도 많고, 자부심도 크다.
아주 고급스러운 음식은 한 사람에 $89인 코스 요리. 놋그릇 세트에 차려진 한국 최고의 전통 요리 맛을 볼 수 있는데, VIP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자미는 10년 준비 끝에 문을 열었고, 또 앞으로 10년 아니 수십 년을 이어나가며 한국 맛을 손님들에게 알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주 7일 영업한다.
☎ 444 9987 ☞ 20 Link Dr., Glenfield
▣ 한식당 남원(한식당)
‘탕, 탕, 탕.’
한식당 남원은 늘 바빠 보인다. 갈 때마다 앉을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목이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겠지만, 그보다 음식 맛이 좋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지면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 손님도 날마다 는다.
현 주인은 10년 넘게 한식 요리를 해왔다. 남원의 자랑은 ‘탕탕탕’ 삼총사. 바로 영양탕, 설렁탕, 도가니탕 삼 형제다. 매출을 이끄는 효자 메뉴들이다.
“설렁탕 국물이 모든 맛을 지배하지요. 센 불에 아주 오래, 그리고 진하게 만들어 냅니다. 그 국물이 들어가면 음식 맛이 없을 수 없지요. 저희 식당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맘씨 좋게 생긴 여주인의 말이다.
남원은 인위적인 맛을 안 낸다. 음식 맛은 손맛이고, 정성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80석에 가까운 자리에 빈틈이 없는 게 그걸 증명해 보인다.
참, 남원은 깍두기와 겉절이 김치 맛이 일품이다. 말만 잘하면 ‘선물’(?)까지 받을 수 있다.
저녁 9시까지 문을 열며, 화요일에는 쉰다.
☎ 444 6800 ☞ 20 Link Dr., Glenfield
▣ 비원(한식당)
‘비원.’(Secret Garden.)
이 고상한 뜻을 가진 비원은 한때 뉴질랜드 잡지 ‘메트로’(Metro)에 실린 ‘한국의 맛집’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키위 사회에 잘 알려진 한식당이다.
비원의 대표 음식은 갈비. 정육점을 오래 한 주인이 좋은 고기만 내놓고 있다.
“제가 직접 가서 고기를 사 옵니다. 냉장고에 어느 정도 숙성시켜 놓았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 내놓지요. 마블링(살코기 사이에 하얀색 지방이 그물처럼 퍼져서 박혀 있는 것)이 좋은 것만 식탁에 올려서 그런지 손님들이 아주 맘에 들어 해요.”
1990년에 이민 와 오랫동안 정육점 주인으로도 일해온 양종인 사장의 말이다.
주인은 손님들에게 고기를 후하게 ‘푼다’고 했다. 한 사람(1인분)에 무조건 230g은 넘는다고 한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은 치지 않겠다는, 사람(손님)을 거짓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육개장을 맛있게 먹은 경험이 있다. 정갈하고 순수한 맛이 내 입맛을 달래 주었다.
좌석은 130석 정도. 단체 손님을 맞을 공간도 넉넉하게 따로 마련되어 있다. 멋진 고기 잔치를 한판 벌여도 좋을 것 같다.
주인의 우직한 정신이 어떻게 고기 맛에 드러나는지는 손님 판단에 맡긴다.
월요일에는 쉰다.
☎ 443 6761 ☞ 29 Link Dr., Glenfield
▣ 장터(한식당)
황석영이 쓴 《장길산》이라는 대하소설에는 장터 풍경이 맛깔스럽게 묘사되어 있다. 장터는 삶에 고달픈 민중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글렌필드 장터(킴스클럽 한인상가)에는 정말로 ‘장터’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식당 안도 옛날 장터의 선술집 같은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다닥다닥 붙은 식탁, 큰 소리로 “여기 국밥 한 그릇 더요”하면 주인의 얼굴이 활짝 필 것 같은 분위기. 사진 몇 장이 장터 풍경을 더한다. 큰 가마솥에는 뽀얀 김이 피어오르고.
장터가 자랑하는 음식은 영양탕. 전골과 뚝배기 가운데 골라 먹을 수 있다. 살코기만 쓰고, 부추와 미나리가 듬뿍 들어 있다. 특히 남자에게 좋다고 한다.
장터 이름에 걸맞게 해물파전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한 장에 $25. 피자 크기에, 피자 두께로 나온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파전을 나눠 먹으며 허공에 하소연을 풀어도 좋을 것 같다.
주인이 덧붙인 음식은 바로 콩국수.
“장터가 만든 콩국수 맛있다고 써 주세요.”
나도 아직 못 먹어봤다. 평가는 직접 드셔본 분들이 해주시길.
월요일에는 쉰다.
☎ 440 9250 ☞ 75 View Rd., Glenfield
▣ 오가네(분식점)
“왜 가게 이름을 오가네라고 지으셨나요?”
“오고 가면서 편하게 드시라는 뜻이에요.”
‘오가네.’
이유를 듣고 보니 더 정겨워졌다.
장터나 시장에 가면 한두 곳 정도 꼭 있는 게 있다. 푼돈을 손에 쥔 아이들이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글렌필드 장터는 ‘오가네’가 딱 그곳 역할을 한다. 철부지 초등학생부터 철이 들기를 외면하는 어른까지 편하게 들러 먹을 수 있는 곳.
오가네에는 떡볶이, 어묵부터 닭강정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선반 위에 놓여 있다. 괜히 군침이 돌게 만든다. 젊은 직장인을 위해 도시락도 팔고, 이런저런 반찬도 만들어 판다. 케이터링(Catering, 출장 요리 봉사)도 한다.
어릴 적 시절이 떠올라, 아니 기회만 생기면 하는, 게맛살 튀김과 군만두를 접시에 올렸다.
‘아~~ 그 유쾌한 맛.’
물끄러미 철부지 어른을 지켜보던 주인(오씨 성을 가진)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떡볶이도 드릴까요?”
모름지기 분식집이라면 분식집 정서가 느껴져야 한다. 서너 평 공간과 두세 개 식탁, 그리고 늘 맘씨 좋을 것 같은 주인아줌마가 바로 그걸 거다.
오~가며 한 번쯤은 들러보시길, 오가네.
저녁 8시까지 하며, 토요일에는 쉰다.
☎ 443 8687 ☞ 75 View Rd., Glenfield
▣ 포비엔(베트남식당)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좀 바꿔 말하면 ‘한 번 손님은 영원한 손님’, 베트남 식당 ‘포비엔’의 신조다.
포비엔 사장 전형재 씨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 번 온 손님은 반드시 다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손님이 맛을 다 알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현지 식당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내놓기로 유명하다는 포비엔, 이곳은 늘 손님들로 차 있다. 낮에는 쌀국수 같은 음식이, 저녁에는 스팀 보트 같은 요리가, 주말에는 볶음요리가 잘 나간다.
“스팀 보트의 맛을 결정짓는 육수에 자신 있습니다. 지면을 통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비법이 따로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맛있는 스팀 보트를 내놓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 소스(sauce)만 가지고 한국에 가도 성공할 거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주인은 하루 두 차례 직접 장을 본다. 신선한 채소를 써서 손님들 입맛에 기쁨을 주기 위해서다. 그 정성을 손님들이 다 알고 있다. 한 주에 채솟값만 수천 달러가 든다고 한다.
주방은 40년 경력이 다 되어가는 베트남 요리사가 책임진다.
저녁 9시까지 손님을 받는다. 금~일은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화요일에는 쉰다.
☎ 444 2223 ☞ 75 View Rd., Glenfield
▣ 오션통닭(통닭 전문점)
글렌필드 바로 옆 동네인 포레스트 힐에 통닭 요릿집이 한 곳 있다. 같은 길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떡집도 있다.
오션통닭은 5~6년 전 처음 문을 열었고, 현 사장인 정명신 씨가 지난 해 10월 인수했다. 오션통닭은 프라이드 통닭, 양념 통닭,치즈 통닭, 마늘 통닭, 간장 통닭 등을 팔고 있다. 또 주인이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파닭(파 무침이 들어간 통닭)이 별미다.
주인은 정직하게 맛으로 겨루고 있다며, 특별한 행사 때나 간식으로 한 번쯤 주문해 달라고 말했다. 가게 이름은 오션통닭, ‘통닭’의 로마자 표기를 ‘Tong Dak’이라고 한데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손님은 한국 사람, 중국 사람, 키위가 1/3씩. 평일 저녁 8시 30분까지 주문을 받는다.
일요일에는 쉰다.
☎ 410 4729 ☞ 16 Raines Ave., Forrest Hill
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게 바로 ‘먹방’(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이다. 그 프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사람은 그 무엇을 맛나게 먹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