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갈비 김치찜 최고, 냉장고 세 대에 묵은지 가득…
더 칸 “몽골과 베트남 식도락 즐겨 보세요”
야미 한국식당 버켄헤드에서 15년간 한국 맛 선사
무등산 “자주 찾는 어르신들이 다들 고향의 맛이래요”
조금은 외진, 그러면서도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나는 지역이 있다. 노스코트와 버켄헤드가 바로 그런 곳이다. 이 동네들은 유서가 깊다. 1959년 오클랜드 남북을 잇는 하버 브리지가 생기기 전, 북쪽에 살던 사람들은 이곳 선착장을 통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데본포트(Devonport)와 함께 고풍스러운 건물이나 오래된 집이 많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퀸 스트리트(Queen St., Northcote, 시내에 있는 곳과 다른 도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하버 브리지 밑까지 갈 수 있는데, 거기서 보는 오클랜드 전경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괜히 ‘센치멘탈’해지고 싶을 때 한 번 들러 시원한 바람을 마시고 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왕릉갈비(한식당)
왕릉갈비는 글렌필드 쇼핑몰 근처에 있다. 식당의 역사는 스무 해 전으로 훌쩍 넘어간다. 한때 북쪽에서 한식당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던 전통 있는 식당이다.
현 주인인 이수미 씨는 지난해 바통을 이어받았다.
“출장 뷔페 같은 일에 중점을 두고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식당 손님이 많아 지금은 식당에 주력하고 있어요. 물론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특별한 행사 음식도 하죠. 좋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왕릉갈비가 자랑스럽게 내놓는 음식은 감자탕, 영양탕, 김치찜 같은 것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김치찜 맛이 별미라고 한다. 비법은 김치냉장고에 보관된 묵은지다.
이수미 사장은 한국 경력을 포함해 한식당 운영만 25년째다. 늘 깨끗한 음식에 좋은 재료만 고집하며 쓰고 있다.
“영양탕이나 감자탕을 드실 때 고기 잡내를 별로 못 느끼실 거예요. 제가 냄새 잡는 데는 도사거든요. 조만간 색다른 음식도 내놓을 계획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화요일에는 쉰다.
☎ 444 0092 ☞ 43-51 Downing St., Glenfield
▣ 세실리아 클럽하우스(골프장 내 식당)
타카푸나골프장 안에 있는 클럽하우스 겸 한식당이다. 그래서 식당 이름이 타카푸나 클럽하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즐겨 찾는 손님은 골프 치러 왔다가 들른 사람과 주위 회사원들이다.
구복희 사장의 말.
“나름 유명한 식당이에요.(웃음) 사골 우거지와 잔치 국수가 널리 알려졌지요. 집밥처럼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도록 내놓고 있어요. 조미료를 거의 안 써요. 그래서 단골 손님이 많죠.”
식당 성격상 음식 가짓수를 많이 할 수 없다. 현재 한식 메뉴는 여섯 개. 그 가운데 육개장을 먹어 봤는데 입에서 기뻐했다. 나머지 음식도 미루어 그 맛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래도 알 사람은 다 아는 식당으로 꼽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식당은 약간 클럽 분위기가 난다. 스포츠 클럽, 아니 골프 클럽인데 탁 트인 전경을 앞에 두고 한 끼 식사를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맛이 아닐까.
주인의 골프 실력은 보기 플레이어. 대구 출신인 구 사장의 성격은 싹싹해 보였다. 그는 굳이 식사가 아니더라도 커피나 맥주 한 잔을 하는 것도 언제나 ‘웰컴’이라고 했다.
주 7일 영업한다.
☎ 869 9973 ☞ 27 Northcote Rd., Hillcrest
▣ 더 칸(The Khan, 한식<몽골/베트남> 뷔페식당)
“야! 불이 춤춘다. 불놀이야~~”
파인애플 가운데 토막의 2백 배쯤은 되어 보이는 원형 철판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그 위에는 손님 저마다의 개성으로 고른 고기와 채소가 버무려 요리되는 중이다.
타카푸나골프장 바로 옆에 있는 ‘더 칸’ 식당. 전에는 몽골 비비큐 식당이었는데 지난해 현 사장인 정기룡 씨가 이 식당을 인수하면서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한국 음식을 아우르는 식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The Khan. ‘K’자가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한눈에 봐도 Korea의 앞글자를 강조하기 위한 거다. 한국 음식을 자랑스럽게 내놓겠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한효정 씨는 실내 장식을 십장생(十長生) 그림으로 해놓는 등 여러모로 애를 썼다. 그것만으로 압도될 정도로 멋진 식당의 모습을 펼쳐 보인다.
기존의 몽골리안 비비큐 외에 베트남 스팀 보트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꿩 먹고 알 먹고. 아니, 몽골과 베트남 식도락 여행을 함께 하는 셈이다. 거기다 한식까지.
어른 한 명에 $28.95. 저녁에만 한다. 생일을 맞은 어른은 $1만 받는다. 단 넷 이상이 함께 가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주 7일 영업한다.
☎ 480 2999 ☞ 31 Northcote Rd., Hillcrest
▣ 무등산(한식당)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 무등산(無等山).’
중국 사람이 많이 사는 노스코트에는 한식당 ‘무등산’이 있다. 광주 출신인 주인은 고향 사랑을 알리는 동시에 고향의 맛까지 전하려고 애를 쓴다.
이곳 한 자리에서만 10년째, 한국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10년을 했으니 합쳐 스무 해나 된 것이다.
“어르신들이 즐겨 찾으세요. 다들 ‘고향의 맛’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대구탕을 많이 드시는데 저희가 생대구를 쓰는 걸 다 아셔서 그런 것 같아요. 애호박을 넣어 만든 찌개도 인기가 좋고요. 갈비탕도 주문을 자주 하세요. 고루 잘 나가는 편이에요.”
무등산은 중국 손님이 많다. 더불어 한국 손님도 자주 찾는다. 그 지역에 한국 사람이 별로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순전히 ‘맛’ 하나로 손님을 끄는 것이다.
무등산이 자랑하는 또 다른 메뉴는 생갈비다.
비싸고 질 좋은 것만 식탁에 올려놓고 있다. 주인의 영업 방침이자 철학이다. 변질되지 않은 한국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무등산 앞에 아주 큰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옛 시골의 한 풍경을 떠오르게 해 준다. 마치 신선이 살 것 같다.
일요일에는 쉰다.
☎ 419 7072 ☞ 23A Pearn Pl., Northcote
▣ 만두랑(한식당)
“만두야~ 놀자.”
만두랑은 한식당 무등산 바로 옆에 있다.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만두 전문점이다. 김치만두, 고기만두, 왕만두. 거기다 한식당 메뉴까지 더해 손님을 맞고 있다.
“만두 매출은 전체의 1/3이 정도예요. 나머지는 다 일반 메뉴에서 나오지요. 알탕이나 육개장 같은 걸 즐겨 드세요. 주위에 중국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75% 이상이 그들이에요. 저희 식당이 중국 분들 입맛에 잘 맞나 봐요.”
만두랑의 사장 송문석 씨는 한국에서부터 만두를 빚어왔다. 뉴질랜드 경력(크라이스트처치 7년, 오클랜드 8년)까지 더하면 23년이나 된다. 거의 사반세기가 되는 셈이다.
만두 가격은 10개짜리 한 세트에 $12. 대여섯 개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를 정도다. 만두의 장점은 소화가 잘 된다는 것. 그리고 건강식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건강식을 소화가 잘 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일 거다.
아울러 만두랑은 1년 내내 냉면을 내놓고 있으며, 쫄면 같은 색다른 음식도 손님 입맛을 유혹한다.
저녁 9시까지 영업하며, 화요일에는 쉰다.
☎ 480 2233 ☞ 27 Pearn Pl., Northcote
▣ 야미 한국식당(한식당)
“야미~야미.”(Yummy, Yummy.)
이 뜻을 모르는 한인은 거의 없을 거다. “맛있다”는 뜻이다.
주인이 ‘한국식당’(Korean Restaurant) 앞에 ‘야미’를 더한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맛있는 한국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겠다는 뜻일 게다.
야미 한국식당은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해에 문을 열었다. 그 뒤 15년간 한 자리에서 한 주인(김근식 사장 부부)이 운영하고 있다. 수십 곳에 달하던 한국 가게들이 다 떠나고 이제 남은 곳은 야미 한국식당을 포함해 두세 곳에 불과하다.
야미 한국식당에는 눈에 띄는 자격증이 한 장 걸려 있다. 고객이 인정한 ‘맛 인증서’ 같은 거다. 식당 벽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붙어 있다. 식당을 찾아 인증사진을 남긴 기록들이다.
뉴질랜드 월간 잡지 ‘메트로’(Metro)에도 해마다 오른다. ‘맛있는(Yummy) 한식당’으로 말이다.
야미 한국식당의 대표 음식은 영양탕. 주인이 직접 만든 소스로 손님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부러운 것 중 하나는 일 년에 한 달 정도 휴가를 내고 세계여행을 간다는 것. 사람 사는 즐거움을 아는 부부다.
일요일에는 쉰다.
☎ 418 2004 ☞ 23 Mokoia Rd., Birkenhead
▣ 하야시(일식당)
버켄헤드 중심지 그러니까 전망 좋기로 유명한 버켄헤드도서관 바로 앞에 일식당이 한곳 있다. 이름은 하야시(Hayashi), 15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다.
현 주인은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다케라는 일식당을 10년 가깝게 운영한 이용철 씨다. 술꾼은 물론 별미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세꼬시(뼈회)랑 어묵탕 같은 요리를 특별히 조리해 별난 맛을 내는 식당으로 주위 손님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다.
다케가 재개발 지역으로 정해지면서 문을 닫게 되자 이용철 씨는 2년 전 인근에 있는 하야시를 인수했다. 정통 일식당이다.
손님은 90%가 현지인(백인 키위)이다. 하야시는 특별히 한국 손님을 위해 다케 때 사랑을 받은 세꼬시와 닭갈비, 돼지석쇠구이를 내놓고 있다. 또한 10달러 아래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도 차려 놓았다. 문어 요리, 새우 소스를 넣어 버무린 것, 연어 요리 등이다.
주인의 식당 경력은 스무 해가 넘는다. 줄곧 일식만 고집해 왔다.
“음식은 거짓말을 안 합니다.”
주인 이용철 씨의 말이다. 그 뜻은 ‘참말’만 할 수 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올려놓겠다는 뜻일 게다.
일요일에는 쉰다.
☎ 418 3011 ☞ 261 Hinemoa St., Birkenhead
11월 첫 주.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벌써 달력이 한두 장밖에 남지 않았다. 뉴질랜드 연말에는 생각보다 등 뒤에서 우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위로의 말과 함께 한 끼 밥이라도 대접하는 것이다.
우연히(정말로 우연히) 식당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당사자 몰래 주인에게 이렇게 말하자. 주의할 것은 아주 조용히.
“저 테이블 음식값도 제가 낼게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다음 할 일은 지인의 어깨를 툭 치며 웃는 거다.
“우리 음식값 내면서 같이 계산했어요. 맛있게 드세요.”
그럼 내 마음도 웃고, 그들 마음도 웃을 게 분명하다. 그런 기회가 조만간 내게도 생겼으면 좋겠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사진_레이휴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