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돼지 “항정살 드시러 오세요”
바보온달 “선지해장국 맛보세요”
오클랜드 시내의 중심지는 퀸 스트리트에 이어 론 스트리트(Lorne St.)나 하이 스트리트(High St.)를 꼽는다. 그곳에는 유독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 많다. 최근 들어 젊은 사장들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한식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곳을 찾았다.
▣ 팔선(八仙, 중식당)
오클랜드 시립 도서관 바로 맞은 편에 자리 잡고 있는 중국집이다. 권상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에 나오는 중국집 같은 분위기가 난다.
“인절미 탕수육이 잘 나가요. 인절미 모양으로 만든 건데요. 손님들이 쫀득쫀득한 식감이 난다며 많이들 찾아 주시죠.”
호익 팔선부터 따져 오클랜드에서만 7년째 중식당을 운영하는 신태섭 사장의 얘기다. 그는 한국 경력까지 포함해 중국 요리만17년을 해왔다.
“중국 요리하면 바로 불맛이죠. 채소만 하더라도 뜨거운 화력으로 수분을 다 날려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기름은 하루 이상 안 씁니다. 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요.”
팔선은 유란기도 잘 나간다고 한다. 채소를 밑에 깔고 닭튀김을 올려놓은 요리다. 잘 생긴 사장이 친절하기까지 하다. 젊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일요일은 쉰다.
☎ 309 3333 ☞ 57 Lorne Street
▣ 비빔밥(Bibimbab, 한식당)
상호 그대로 비빔밥 전문점이다. 소고기비빔밥 등 종류만 해도 다섯 가지나 된다. 곧 두 종류를 추가할 계획을 하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즐겨 찾아요. 테이크어웨이(Takeaway) 비빔밥은 7달러 정도면 먹을 수 있어 많이 좋아하죠.”
6개월 전 ‘비빔밥 전문점’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김태원 사장의 얘기다. 그는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 출신이다.
“하루에도 20~30명에게 비빔밥 먹는 법을 알려 드려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식문화를 전해주는 것 같아 한국 사람으로서 자부심도 느끼고 있어요. 비빔밥 하면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는 전문점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그 밖에도 감자탕과 떡볶이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국물류를 좋아하는 중국 손님들은 감자탕을 즐겨 먹고, 10대 20대 젊은 친구들은 떡볶이를 자주 찾는다.
김 사장은 “한식을 자신 있게 만들면 외국 손님들이 결국은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정통 한식으로 승부를 걸어도 된다는 뜻이다.
주 7일 영업한다.
☎ 379 6777 ☞ 350 Queen Street
▣ 놀부네(Nolbune, 한식당)
시내 홍기와 건물의 1~2층(한국식 2~3층) 한 자리에서만 15년째 지키고 있는 한식당이다. 무엇보다 식당 이름이 재미있어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손님이 50%, 다른 동남아시아 손님과 키위 손님이 약 40%를 차지해요. 나머지 10% 한국 손님이고요.”
김평우 사장의 말이다.
놀부네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음식은 불고기, 육개장, 알탕 등이다. 음식값이 다른 곳보다 조금 싸 주머니가 가벼운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놀부네 안방(주방) 주인은 최영희 씨. 그는 놀부네서만 15년째 일하고 있다. 그 사이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식사를 한 뒤 나가시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 제가 만든 육개장도 추천합니다. 최영희표 다대기 맛을 한 번 즐겨 보세요.”
놀부네는 음식을 많이 주기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배고프지 않게 많이 퍼줍니다”라고 강조했다. 웃으며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 모습에서 진심이 전해져 왔다.
주 7일 영업한다.
☎ 307 0188 ☞ 10(1~2층) Wellesley Street East
▣ 가야(Kaya, 한식당)
지난해 4월에 문을 열어 이제 막 1년 된 한식당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한국의 전통 맛을 추구한다. 족발집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한데, 같은 이름으로 알바니에서도 5년째 성업 중이다.
식당 자리 구성은 고구려, 백제, 신라 이런 식으로 되어 있다. 전체 공간은 가야다.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후손인 사장의 아버지가 지은 이름이다.
“족발과 함께 칼국수, 돌솥비빔밥 같은 게 잘 나갑니다. 어머니가 간직하고 있는 요리법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 전통의 맛을 이어 나가려고 합니다.”
부모를 따라 이민을 온 지 25년이 된 젊은 사장 김요훈 씨의 말이다.
그는 “오클랜드 한식당 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서 가야국 후손의 당당함을 느꼈다. 진짜로 맛있는지는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길.
일요일에는 쉰다.
☎ 887 7943 ☞ 32 Lorne Street
▣ 빨강돼지(Red Pig, 한식당)
“항정살 맛 좀 보세요. 돼지 목 부위 살인데 삼겹살보다 지방이 조금 더 많죠. 아마 한국 식당 가운데 저희 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오클랜드미술관 앞에 있는 한식당 빨강돼지 사장 이양우 씨의 말이다. 빨강돼지는 이 사장과 오랜 친구인 정성인 씨가 공동 사장으로 되어 있다.
“고기를 드신 뒤 냉면으로 입가심을 하면 좋지요. 한국에서 직접 기계를 들여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냉면이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입소문을 타고 점점 손님이 늘어요.”
빨강돼지는 실내장식도 멋지다. 세련된 선술집 분위기가 난다. 그래서 대학생 회식 등 단체 모임 때 자주 이용되기도 한다.
빨강돼지는 부록(?)으로 노래방(Sky Karaoke)을 운영한다. 맛있게 고기를 먹고, 신나게 노래 몇 곡을 뽑아도 좋겠다.
주 7일 밤에만 영업한다.
☎ 302 3499 ☞ Shop 1, 2 Kitchener Street
▣ 화로(Faro, 한식당)
어쩌면 한국의 대표 식당은 화로(김정한 사장)일지도 모른다. 유명세를 가장 많이 치르는 식당으로만 따지자면 말이다. 화로 벽에는 유명 인사가 다녀간 흔적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성악가 조수미 씨 등이 화로에 들러 식사를 했다.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저희 식당 소개가 많이 나와서 그럴 거예요. 식당 자랑은 소갈비가 맛있다는 거예요. 질 좋은 고기를 선별해 칼집을 내서 손님들에게 내놓죠. 서비스도 음식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옆에서 고기를 구워 주기도 하고요.”
성격 좋게 생긴 매니저의 말이다.
실내 장식도 한국 냄새가 물씬 풍기도록 해 놓았다. 30명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단체석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일본 손님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 7일 영업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저녁에만 문을 연다.
☎ 379 4040 ☞ 5 Lorne Street
▣ 불꽃닭발(Dong De Moon, 한식당)
식당 전면에 대한민국의 보물 1호 ‘동대문’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다. 식당의 영어 이름은 DDM, 동대문(Dong De Moon)이다.
불꽃닭발의 특징은 매운맛으로 승부를 건다는 점이다. 한국 손님은 물론 중국 손님, 키위 손님들이 그 매운맛에 홀딱 빠져 있다.
“요즘 들어 키위 손님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닭발 대신 닭 날개로 만드는 불닭을 정말로 좋아해요.”
불꽃닭발의 사장 이미영 씨의 얘기다.
이 사장은 “내가 먹는 것처럼 좋은 재료로 정성껏 요리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고 한다. 석 달이나 반년에 한 번씩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놓을 정도로 요리에 열정적이다.
5년 전 불꽃닭발이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위 사람들은 반년 안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그것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대문의 매운맛이 현지 사회에도 통한다는 증거다.
주 6일 영업하며, 일요일에는 쉰다.
☎ 309 3309 ☞ 42D High Street
▣ 반상(Bansang, 한식당)
‘반상’, 이름만 들어도 정겹다. 맛있는 반찬이 골고루 들어 있는 4첩 반상, 8첩 반상 같은 게 먼저 입안에 전해져 온다.
반상은 지난 2011년에 문을 열었다. 맨 처음 공간에서 옆으로 한 칸을 더 차지하더니 지난해 2월에는 2층까지 더 넓혔다. 장사가 아주 잘 된다는 뜻이다.
“감사하게도 손님들이 많이 찾아 주네요. 한국 분들은 이름 보고 오시기도 하고요. 모든 음식이 잘 나가기는 하는데 그 중에서도 불고기와 와인 삼겹살을 자랑하고 싶어요.”
서른네 살의 젊은 사장 이민재 씨의 말이다.
1층과 2층을 합친 좌석은 모두 100석 정도. 낮이건 저녁이건 빈 곳이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다. 중국 손님들은 국물류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사장은 한류에 힘입어 장사가 잘 되고 있어, 고국에 고맙다는 뜻도 은연중 표현했다.
일요일에는 쉰다.
☎ 302 1838 ☞ 47 High Street
▣ 돈(The Don, 일식당)
한식당 반상과 같은 번지에 있는 일식당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로 꾸몄습니다. 모든 요리를 다 잘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튀김 종류를 많이 찾습니다. 2007년에 시작했으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그래서 단골도 많습니다.”
올해 서른둘인 젊은 사장 채현수 씨의 말이다. 그는 스물네 살부터 8년째 일식 요리만 고집하고 있다.
음식 가짓수는 50개 정도.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부터 허리띠 풀어 넣고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손님까지 다양한 손님층을 형성하고 있다. 오클랜드대학교 등 손님들 가운데 학생이 많은 것을 고려해 점심에는 학생들에게 10% 할인해 주기도 한다.
같은 이름으로 된 일식당(형 부부가 운영)이 노스쇼어 밀포드에도 있다.
주 6일 영업하며, 일요일에는 쉰다.
☎ 379 2834 ☞ 47 High Street
▣ 바보온달(Bab on the Moon, 한식당)
상호(Bab on the Moon)를 왜 그렇게 지었냐고 물었다.
신사라 사장은 “달에서 온 밥, 달에서 먹는 밥”이라고 했다. 이름도 예뻤고, 뜻도 예뻤다.
바보온달은 지난 1월 초 문을 열었다. 밥집 겸 술집이다. ‘해장국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그걸 말해준다. 술 해장집으로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영업시간도 새벽 3시까지다.
“저녁에 술손님이 많지요. 가족 단위로 오시기도 하고요. 선지 해장국도 팝니다. 늘 신선한 재료를 쓰려고 하고, 양도 충분히 주려고 해요. 돈 부담 없이 편하게 한 끼 드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영양탕에 들어갈 재료를 다듬으면서 한 신 사장의 얘기다.
바보온달은 바깥에도 30석 정도의 자리가 있다. 해장국 한 그릇을 훌훌 마시며 인생의 시름을 풀어내면 좋겠다. 혹시 알까. 평강공주가 나타날지 말이다.
주 6일 영업, 월요일에는 쉰다.
☎ 377 5555 ☞ 2E, 1 Courthouse Lane
글과 사진_프리랜서 박성기
시내의 명물, 호떡집(No 1 Pancake)
2004년 문 열어…동전 두 개로 한 끼(?) 해결
☎ 302 0564 ☞ 모퉁이 Wellesley Street & Lorne Str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