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달곰한 뚝배기불고기 인기
털보순대국 순대국·수육으로 승부
오클랜드의 이정표, 스카이 타워가 오클랜드를 비추고 있다.
오클랜드의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스카이 타워에는 늘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 주위에서 한국의 맛을 알리는 식당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식은 더는 한국 사람끼리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중국 사람은 물론 인도 사람, 남태평양 출신 사람, 파케하(유럽계 백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력 신장에 힘입어 한국의 맛도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 호에 이어 시내에서 활발하게 영업하는 한국 식당(한국 사람이 운영하는)을 찾았다.
▣ 대장금(大長今, 한식당)
대장금(大長今). 이름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다. 그 대장금이 오클랜드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 맛을 뽐내고 있다.
로얄 세이브 마트 안에 있는 대장금의 대표 음식은 뚝배기불고기와 감자탕. 그 밖에 부대찌개도 잘 나간다고 한다.
“키위들이 뚝배기불고기를 좋아합니다. 달곰한 걸 좋아해서 그럴 겁니다. 중국 사람들은 감자탕을 즐겨 찾고요.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드시고 나갈 때 제일 행복하지요.”
2년 전 대장금의 주인이 된 배현아 사장의 말이다. 배 사장은 한국에서 궁중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대장금의 메뉴는 약 20개. 인근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학생들도 편한 마음으로 대장금의 맛을 즐기고 있다. 대장금은 유학생과 젊은 친구들을 위해 반찬도 팔고 있다. 조그만 상자 하나에 6달러. 집 반찬처럼 깔끔하게 내놓고 있다. 멸치볶음, 어묵볶음, 김치와 깍두기가 인기리에 팔린다.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며, 일요일에는 쉰다.
☎ 377 5646 ☞ 161 Hobson Street
▣ 대박(Daebak, 한식 뷔페식당)
스카이 타워 건물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대박. 식당 이름에서부터 음식 맛이 ‘대박’일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유학생들이나 대학생들 같은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손님들에게 잘 해주려고 노력을 하죠. 많이 먹고 힘을 내서 열심히 살라고요.”
대박의 사장 조요섭 씨의 말이다.
한식 뷔페식당 대박은 어퍼 퀸(Upper Queen)까지 합치면 6년째 뷔페를 해 오고 있다. 대표 음식은 고기 종류. 생선을 포함해 신선한 고기가 열다섯 가지나 된다. 그 밖에 다른 음식도 열 가지 정도.
손님 구성은 정말로 다양하다. 전 세계 사람이 다 모인 것 같다. 식성 좋은 사람은 허리띠를 풀어놓고 먹는 즐거움에 도전해봐도 좋을 분위기다.
가격은 낮에는 $20, 저녁에는 $23이다. 다른 뷔페식당에 견줘 가성비가 좋은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좌석은 약 90석 정도다.
주 7일 영업, 법정 공휴일에만 쉰다.
☎ 377 9131 ☞ 3/99 Albert Street
▣ 쿠시(Kushi, 일식당)
“손님 마음까지 읽어 모시려고 합니다.”
야키도리(새꼬치구이)라는 뜻을 가진 퓨전식 일본 식당, 쿠시의 사장 루시(Lucy)의 말이다.
“손님이 손을 들기 전 그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쿠시는 2011년에 문을 열었다. 자리만 187석에 이른다. 아마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일식당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만 열 명에 이를 정도다.
“낮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이 옵니다. 간단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로 찾지요. 저녁에는 좀 근사한 음식을 드시고 싶거나 술 한잔 하시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아오시고요. 조명도 밝고 칸막이가 없는 게 특징입니다. 손님에게 좀 더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다. 귀한 손님과 차분하게 앉아 일식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주 7일 영업하며, 토요일과 일요일 점심은 쉰다.
☎ 368 4000 ☞ Shop A, 22 Durham Street West
▣ 낙원(New Paradise, 한식 뷔페식당)
“손님의 행복한 미소가 저희의 가장 큰 보람입니다.”
시내 홉슨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한식 뷔페식당 ‘낙원’(New Paradise)의 벽에 붙어 있는 글귀다. 낙원을 찾은 손님들은 행복한 웃음을 띠며 연신 음식을 입에 집어넣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가장 인간적인 경구가 실제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낙원은 늘 신선한 고기를 내놓는다. 다른 뷔페식당에서는 보기 힘든 양고기 맛도 볼 수 있다. 고기 종류만 15개에 이르고, 다른 음식은 30개가 훌쩍 넘는다. 저녁 뷔페는 어른 25달러, 다른 뷔페식당에 견줘 저렴하게 손님을 모시고 있다.
손님의 대부분은 남태평양 출신과 파케하(유럽계 백인), 중국 사람 등 외국 사람들이다. 한국 손님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리는 100석 정도. 낮에는 일반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참, 낙원은 얼마 전 한국 매스컴을 탔다. 이경규, 이덕화와 함께 ‘도시어부-뉴질랜드 편’에 출연한 마닷(마이크로닷)이 바로 낙원 사장 부부의 아들이다. 그 덕(?)에 미국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색다른 인기를 얻고 있다.
주 7일 영업한다.
☎ 369 1900 ☞ 2/51-61 Hobson Street
▣ 옛날밥상(Bamboo House, 한식당)
“Since 1999.”
옛날밥상(Bamboo House)은 20년 가깝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얻은 명예만 해도 대여섯 개에 이른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월간 잡지 메트로(Metro)에서 받은 것이다. ‘Cheap Eats Top 100’(싸게 먹을 수 있는 100곳 중 한 곳)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상호 그대로 할머니, 어머니로 내려오는 옛날 밥상의 느낌이 전해져 온다. 냄새가 고약한(?) 청국장도 있다.
“손님들이 비비큐를 좋아합니다. 저희 식당은 소, 돼지, 오징어, 닭 이렇게 네 가지 비비큐를 갖춰 놓고 있습니다. 불뚝(불고기뚝배기)도 많이 찾지요. 대부분이 외국 손님이고, 밤에는 관광객도 소문을 듣고 들릅니다.”
3년 전 식당을 인수한 사장의 얘기다.
여자 사장은 한국 맛을 그대로 내는 것을 좋아한다. 된장국이나 돼지김치 같은 것들이다. 한국 맛을 제대로 내야 옛날밥상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고 믿어서다.
자리는 22석.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람 사는 얘기를 나누기 딱 좋은 인간미 나는 공간이다.
주 5일 영업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쉰다.
☎ 377 8377 ☞ 9-11A Commerce Street
▣ 털보순대국(Teolbo, 한식당)
‘순대국, 순대, 수육.’
털보순대국 식당 벽에 걸린 메뉴는 딱 세 개다. 달리 말해, 딱 그걸로만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어머니에게 비법을 배웠어요. 현재도 밤새 국물을 고고 있는데, 이제 그거는 더 자랑할 거는 안 되지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켜 오고 있어요.”
털보순대국 사장의 말이다.
현 사장은 한국 경력을 포함해 18년째 순대국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털보순대국의 자랑.
“우선 양이 많지요. 고기는 한국 식당보다 두 배는 될 거예요. 먹고 나면 포만감이 느껴지고요. 생각보다 젊은 손님들이 많이 와 기분이 좋습니다. 순대국은 한국 손님이 뒷받침되어줘야 하는데 고맙게도 그들 덕분에 순대국 전문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참, 털보순대국은 《Enjoy 뉴질랜드》(김태훈 지음/넥서스Books 펴냄)라는 책에 한국 맛집(오클랜드 편, 68쪽)으로 소개되어 있다. 한국 식당으로는 유일하다.
주 6일 영업, 화요일에는 쉰다.
☎ 354 3888 ☞ Unit 4/18 Beach Road
▣ 하루노유메(Harunoyume, 일식당)
‘춘몽(春夢), 봄날의 꿈.’
인생은 어느 봄날의 꿈 같은 것인가. 바로 하루노유메의 뜻이다.
하루노유메는 8년 전에 문을 열었다. 낮에는 인근 회사원을 주 대상으로 하고, 밤에는 근사한 일식 뷔페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점심이 중심인 일식당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일식 뷔페로 유명하다.
오클랜드에서 일식 뷔페는 하루노유메가 유일하다. 회를 무제한 제공한다. 연어, 참치, 흰살생선(킹피시, 스내퍼, 트래볼리 등) 세 종류. 음식 가짓수는 30개 정도나 된다.
“회가 원래 비싼 음식입니다. 다른 곳에서 우리 같은 일식 전문 뷔페식당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가장 질 좋은 회를 내놓으려고 합니다. 그게 저희 식당 자랑이기도 하지요.”
하루노유메의 뷔페 가격은 어른 $49, 어린이(4세~9세) $25이다. 가격보다 더 값어치 있는 대접을 해주겠다는 게 식당의 마음가짐이다.
하루노유메에서는 샤부샤부도 즐길 수 있다. 손님의 수고를 대신해 주는데, 그건 직접 가서 체험해 보면 된다.
주 6일 영업,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는 쉰다.
☎ 309 5446 ☞ 3 Vernon Street, Freemans Bay
▣ 한식(Hansik, 한식당)
식당 이름이 ‘한식’이다. 이름에서 한식에 대한 사랑과 포부를 느낄 수 있다. 위치는 빅토리아 마켓(Victoria Market) 바로 뒤.좌석은 100석 정도 된다.
식당 분위기는 상당히 운치가 있다. 시내 중심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식 맛과 실내 장식은 최고에 가깝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저희 음식은 퓨전 스타일의 한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을 널리 알리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한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아주 좋은 일이지요.”
한식 주방장 겸 사장인 김현우 씨의 말이다. 그는 20년 가깝게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보다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식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더 가져 주셨으면 좋겠고요. 음식으로 한국을 알리는 일인데 너무 외롭지 않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한식은 결혼식 피로연 등 단체 식사용으로도 적합한 식당이다. 시설도 그것에 맞게 갖춰놓았다. 한식 하면 ‘한식’, 그게 한국 식당 ‘한식’의 꿈이다.
주 7일 영업한다.
☎ 930 0055 ☞ 19 Drake Street,
Freemans Bay
조금은 슬픈 이야기 하나.
시내 식당 취재에 나선 날(4월 3일), 첫 목적지는 시내 퀸 스트리트 중심에 있는 일식당이었다. 문에는 굵은 자물쇠가 걸려 있었고, 벽에는 ‘Closed’라는 슬픈 단어가 쓰여 있었다. 내가 알기로 적어도 25년은 넘은, 오랫동안 한인들에게 사랑받았던 정통 일식당이었다. 한때 한인회장을 했던 분이 운영해 오클랜드에서 오래 산 한인들은 다 아는 식당이다.
식당은 어느 업종보다 흥망이 분명한 업종이라고는 하지만, 오클랜드 한인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일식당이 없어졌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거기서 먹었던 맛있는 냄비우동과 근사한 회 요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부디 앞으로는 ‘Closed’라는 문구보다 ‘Opening Soon’ 같은 문구를 만났으면 좋겠다. 사반세기를 버텨온 그 일식당과 전 주인들에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를 보낸다.
글과 사진_프리랜서 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