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베이 “쌀국수 국물 맛이 끝내줘요”
담소 “아귀찜 맛있다는 얘기 자주 들어요”
그곳은 허허벌판이었다. 영어로는 ‘Flat Bush’로 말할 수 있는 곳. 1995년 초 내가 이민을 왔을 때만 해도 상가나 집은커녕 사람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한 동네였다.
플랫 부시 또는 이스트 타마키(East Tamaki)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도시 계획상 2025년이면 인구 4만 명을 품은 도시가 된다. 남섬에 있는 넬슨(Nelson) 인구와 맞먹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새집이 들어서고, 새 건물이 생긴다. 역동적인 동네라는 뜻이다.
1,700헥타르(510만 평) 그 한복판에 비숍 레니한(Bishop Lenihan Place)이라는 거리가 있다. 제5 대 오클랜드 천주교 주교(1896~1910) 조지 마이클 레니한(George Michael Lenihan)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한인 성당도 그 인근에 있다.
비숍 레니한 거리를 중심으로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다섯 곳에 이른다. 먹거리 마을로 따지면 약간은 오지(?)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서 한국 사람의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곳을 봄햇살 가득한 날에 다녀왔다.
▣포 베이(Pho Bay, 베트남 식당)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저희 식당을 찾아오시곤 하지요. ‘쌀국수 국물 맛이 끝내준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포 베이 사장 박남철 씨의 말이다.
포 베이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베트남 말 ‘포’(Pho)는 ‘쌀국수’라는 뜻이다. 포 베이 쌀국수의 특징은 면발이 굵다는 것. 2.5mm인데, 이 면발에 홀리면 다른 면은 먹기 힘들다고 한다. 거기다 포 베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양파 소스(sauce)까지 더하면‘포의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단체 손님이 많고, 주말에 등산을 마친 사람들이 뒤풀이 장소로 자주 이용하곤 한다. 자리는 약 60석 정도. 손님들은 쌀국수와 함께 스팀 보트도 즐겨 찾는다.
포 베이의 또 다른 메뉴는 ‘얼큰 우거지탕.’ 말 그대로 ‘얼큰함’이 입속에 닿는다. 갈비뼈 국물을 잘 우려내 정성껏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가격은 $16. 중국 사람들과 다른 아시안 사람들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우버 잇(Uber Eats)을 활용해 얼큰 우거지탕은 물론 제육볶음 등 다양한 음식 맛을 선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음식을 드신 뒤 손님들의 밝은 얼굴을 보았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요일에는 쉰다.
☎ 272 4282 ☞ 14 Bishop Lenihan Pl., East Tamaki
▣담소(談笑, 한식당)
토요일 오후, 플랫 부시 지역에 있는 식당을 취재하러 간다고 하자 내 지인은 ‘담소’를 빼먹지 말라고 부탁했다. 동쪽 마을에 있는 식당 중 ‘잘 나가는’, 다시 말해 ‘음식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사실 ‘담소’라는 단어가 금방 입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처음 듣는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 시밖에 안 되었는데도 식당 안은 하나둘 손님들로 차기 시작했다. 손님 맞기에 바쁜 주인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아귀찜과 곱창전골이 맛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가게 이름처럼 손님들이 편하게 와서 얘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푸셨으면 좋겠어요.”
서미경 사장의 말이다.
가게 문을 연 지는 1년 3개월 정도 되었다. 담소의 맛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면서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식도락가들도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이곳까지 찾아오곤 한다. ‘맛 찾아 백 리’라고나 할까.
“볶음요리를 잘해요. 주방을 책임진 요리사가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지요. 예약 손님이 많고, 중국 손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좋은 재료에다 정성껏 요리를 한다는 점을 인정해 주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서 사장은 바쁜 중에도 식당 자랑(?)을 펼쳐 놓았다. 밝은 얼굴에서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표정을 읽었다.
화요일에는 쉰다.
☎ 880 7770 ☞ 14 Bishop Lenihan Pl., East Tamaki
▣무이(일식당)
‘무이.’(無二)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번째는 없다.” 아니면 “맛에서는 최고다.”
답은 없다. 각자 자기가 해석하기 나름이다.
무이는 일본 식당 특유의 깔끔함이 묻어 나온다. 비즈니스 손님과 함께 하거나, 격조 있는 일본 음식을 맛보고 싶을 때 어울리는 식당이다.
우동과 닭고기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무이가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음식이다. 냄비 우동 맛도 손님들의 입맛을 돋운다. 일본 전통주 사케(청주)와 포도주, 맥주 등을 판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식(도시락 등)을 맛보고 싶을 때는 점심때 찾아가면 좋다. 10달러 조금 넘는 가격에 가성비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저녁에는 두 명 기준으로 $60이면 된다.
낮에는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저녁에는 오후 5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영업한다.
월요일에는 쉰다.
☎ 274 0202 ☞ 14 Bishop Lenihan Pl., East Tamaki
▣풍로(한식당)
‘풍로.’(風爐)-‘석유나 전기 등으로 불이나 열을 내어 음식을 만드는 도구.’
무엇보다 식당 이름이 멋있게 다가왔다. 옛날 정서가 마음속까지 전해져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풍로는 2010년에 생겼다. 숯불을 이용해 고기를 구워 먹는 식당이다. 사장은 박대웅 씨. 그는 뉴질랜드에서 돼지갈비를 처음으로 손님 식단에 올려놓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갈비에 냉면 한 그릇. 생각만 해도 입에서 군침이 돈다.
풍로의 특징은 밑반찬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 네 가지, 여섯 가지도 아니고 그보다 더 많다. 한국 손님은 물론 다른 나라 손님들이 즐겨 찾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달걀찜과 생선 등등.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자리는 36석. 식탁은 9개뿐이다. 주말에는 꼭 예약해야 한다. $120 안팎이면 4명이 숯불로 구운 갈비 맛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도 내놓는다. 최근 들어 닭요리도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주 4일 반 영업,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일요일 점심은 쉰다.
☎ 278 6565 ☞ Shop 8P, Bishop Lenihan Pl., East Tamaki
▣김형숙감자탕(한식당)
‘김형숙’에다 감자탕을 덧붙였다. 이름 석 자를 걸고 요리 하나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뜻이다.
간판이 조금 독특했다.
‘뿔난 아줌마?’
아니나 다를까? 젊은 사장 이종목 씨는 “평소 어머니가 윽박지르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어머니가 실제로 퍼머를 했고, 화를 잘 내시거든요. 하지만 음식만큼은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어요.”
김형숙감자탕은 26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서울 서초동에서 시작한 김형숙감자탕은 아들에게 전해져 오클랜드 손님들에게까지 이어졌다.
“한 가지 음식으로만 승부를 걸고 싶었어요. 일종의 틈새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어머니가 비법을 전해줬고, 장모님이 창업 때 도와주었어요. 손님 만족도가 높아요. 앞으로도 계속해 뉴질랜드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탕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할게요.”
지난해 7월 문을 연 김형숙감자탕은 실내 장식이 눈에 띈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대한민국의 과거가 있고, 빛 좋은 사진 속에는 대한민국의 현재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서민들이 대중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감자탕을 먹는 기분이 묘하다. 감자탕 한 그릇 가격은 $17.
밤 11시까지 영업하며, 월요일에는 쉰다.
☎ 273 4234 ☞ 2B/2 Bishop Brown Pl., East Tamaki
▣팔도(한국 뷔페 BBQ)
‘팔도(八道) 진미(眞味).’
호익의 큰 도로인 티 라카우 드라이브(Ti Rakau Drive)에 있는 한국 뷔페식당 ‘팔도’는 대한민국 8도(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의 진미 대표 음식을 손님들에게 선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다른 식당에서는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 한 가지 음식(단품)을 맛볼 수 있다면, 저희 팔도 뷔페는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을 한국 손님은 물론 현지인들이 골고루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젊은 사장 류정권 씨의 말이다.
2016년에 문을 연 팔도의 음식 가짓수는 약 50개. 그 가운데 엘에이 갈비가 가장 잘 나간다고 한다. 최근에는 닭고기(허벅지 살)도 내놓고 있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또한 ‘오삼불고기’(오징어와 삼겹살을 곁들인 불고기)도 많이 찾는다. 자리는 약 100개. 저녁에는 $29, 낮에는 $19이다.
대학에서 식당 경영을 공부하기도 한 사장 류정권 씨는 한국의 음식 전도사로 사명을 다해 나가고 있다. 식당 손님의 90%가 중국 사람을 포함한 외국 사람이다.
주 7일 영업한다.
☎ 273 9797 ☞ 298B Ti Rakau Dr., Burswood
▣ 갠지스 칸(몽골리안 뷔페)
“벌써 13년째에 들어가네요.”
몽골리안 뷔페 갠지스 칸은 한식 뷔페 ‘팔도’의 사장인 류정권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뉴린(New Lynn)에 이어 오클랜드에서 두 번째로 역사로 깊은 곳이다.
갠지스 칸의 특징은 ‘3F’로 말할 수 있다.
‘Fresh’(신선한 재료에), ‘Front of your eyes’(당신의 눈앞에서), ‘Fun’(재미있게.)
갠지스 칸은 아침마다 음식 재료를 구입한다. 신선한 재료에 늘 신경을 쓴다. 식당 한복판에는 지글지글 타오르는 그릴 철판이 있다. 그 앞에서 손님들에게 ‘요리 쇼’(때로는 불 쇼)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손님이 고른 소스와 음식이 요리사에 의해 멋있게 요리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다.
소스의 종류는 18개. 거기에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갖가지 고기에다 생선 살까지 입맛을 달굴 재료가 가득 차 있다. 손님들의 허기는 1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숙달된 요리사가 손님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내놓는다. 한 접시, 두 접시…무한도전에 나서도 된다.
생일과 그 앞 뒷날에는 어른 네 명이 동행할 경우, 한 명 값을 안 받는다. 생일을 갠지스 칸도 함께 축하해 주겠다는 뜻이다. 한 명에 $27.90. 자리는 약 200석이다. 주말에는 예약하는 게 좋다.
1년 365일 영업한다.
☎ 274 9090 ☞ 317 Ti Rakau Dr., Burswood
글과 사진_프리랜서 박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