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2016년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개최되는 유로컵(EURO 2016) 조별리그전의 윤곽이 그려졌다. 유로 2016 조별리그전 제비뽑기 공식행사가 지난 12월 12일 파리 팔레데 콩그레에서 진행됐으며, 그 결과 주최국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첫 경기가 생-드니 경기장에서 2016년 6월 10일 21시 펼쳐진다.
유로 2016 예선전은 18개월 전부터 진행됐으며, 본선에 사상 처음 24개국이 진출했다. 2012년 유로컵 본선에는 16개국이 출전했었다.
4개국이 한 조가 되어 리그전을 펼치는 6개 조별리그전은 A조 프랑스, B조 영국, C조 독일(2014년 월드컵 우승국), D조 스페인(2012년 유로컵 우승국), E조 벨기에(FIFA 축구강국 서열 1위), F조 포르투갈을 선두로 2016년 10일부터 22일 사이에 진행된다.
각 조의 1위, 2위가 8강전에 진출하며, 여기에 3위를 차지한 6개 국가들 중 성적순대로 4팀이 8강전에 합류한다. 프랑스는 루마니아 이외에 알바니, 스위스와 조별리그전을 펼치는데,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며 프랑스축구계가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이다. 반면 ‘죽음의 조’ E조는 벨기에, 이태리, 아일랜드, 스웨덴이 8강전 진출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릴 전망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준우승국 네덜란드는 유로 2016 예선전에 탈락되어 놀라움을 선사했다. 1992년 스웨덴 유로컵 우승국 덴마크, 2004년 포르투갈 유로컵 우승국 그리스도 2016년 프랑스행 본선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 프랑스에서 3번째 개최되는 유로컵
유로컵은 1960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이때 4개국이 참석했다. 8개국이 출전한 1984년 유로컵은 프랑스가 주최국이자 동시에 우승국이다.
1984년 유로컵 결승전은 프랑스인 축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결승전에서 프랑스는 스페인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의 훈공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던 국가대표팀 캡틴 미셀 플라티니와 스페인 명골키퍼 아르코나다(Arconada)에게로 돌아간다. 이때 스페인 골키퍼는 날아드는 공을 잡는 순간 아차 실수하여 그만 그의 겨드랑사이를 뚫고 공이 골인되고 말았다. 이로 인하여 ‘아르코나다식으로 실수하다(faire une arconada)’는 유명한 표현이 생겨났으며,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서 축구해설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행어로 굳혀졌다.
공교롭게도 1984년 유로컵의 히로인 미셀 플라티니는 UEFA 유럽축구연맹 회장으로서 이번 조별리그전 제비뽑기 공식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세계축구계를 강타한 FIFA 뇌물수수료 비리스캔들에 연루되어, 2016년 2월 중순까지 3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 프랑스 대표팀의 기강
프랑스는 1984년 유로컵뿐만 아니라 1998년 월드컵 주최국이자 우승국이다. 따라서 주최국일 때 우승을 거둘 확률이 높다는 기대감이 뒤따르고 있어, 독일, 스페인, 영국, 벨기에와 함께 유로 2016 우승후보명단에 올라있다.
하지만 현재 국가대표팀의 기강에 먹구름이 살짝 낀 편이다. 간판스타 벤자마가 일명 섹스비디오 스캔들에 휘말려있는 까닭이다. 프랑스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어처구니없는 스캔들로, 여기에는 리용에서 활약하는 또 다른 스타선수 마티유 발뷔에나가 관련되어 있다.
리용 불량배조직이 발뷔에나 선수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입수했다며, 15만 유로를 지불하면 문제의 동영상을 파기하겠노라고 스타선수를 협박하고 나섰다. 이 조직 중에는 전과자로서 벤자마의 옛 친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벤자마는 발뷔에나에게 불량배들이 요청한 금액을 지불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박꾼들의 한 명을 잘 알고 있으며, 돈을 받으면 약속대로 문제의 동영상을 파기할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뷔에나는 협박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은 벤자마와 안면 있는 협박범의 핸드폰을 도청했고, 이런 와중에 파리근교 클레르퐁텐느 국가대표팀 축구훈련장에서 훈련받던 벤자마와의 통화내용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냈다. 이 통화내용에는 발뷔에나가 협박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리용 불량배에게 농담 삼아 전하는 벤자마의 발언이 담겨있다.
이후 벤자마는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벤자마가 검찰에 진술한 내용들이 일부 언론과 파파라치들의 대단한 흥밋거리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다. 국가대표팀 간판선수의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당연지사. 최근 프랑스축구연맹 노엘 르 그레트 회장은 벤자마가 기소된 이상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벤자마는 발뷔에나 선수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따라서 두 국가대표팀 간판선수가 함께 훈련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평소 두 선수는 가까웠던 편이며, 다른 국가대표팀 선수들 사이에도 서먹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한다. 벤자마와 친한 선수들이 발뷔에나에게 은근히 눈총을 보낸다고 하는데,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불량배에게 15만 유로를 지불했더라면 조용하게 묻혔을 일이라고 유감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사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들 스타선수들에게 15만 유로는 한낱 용돈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편 국가대표팀 코치 디디에 데샹은 유로 2016에 출전할 23명 선수명단을 오는 5월에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의 부상, 불화 등 다른 장애요인들이 또 불거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노장캡틴 골키퍼 위고 리오리스를 중심으로, 리얼 마드리드 수비수 라파엘 바란느, 런던 아스날 수비수 로랑 코시엘니, 마르세이유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 파리 PSG 미드필더 블레즈 마튀이디, 유벤투스 미드필더 폴 포그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앙트완느 그리스만, 런던 아스날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등은 역량을 지닌 선수들이다.
리얼 마드리드 공격수 벤자마의 국가대표팀 합류여부가 불확실한데다가, 코치 디디에 데샹이 선수들의 기강을 제대로 바로잡느냐가 중요한 사안으로 남아있다.
하여튼 요즘 같이 프랑스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깔려있는 상황에서 개최국으로서 2016년 유로 카운트타운은 그나마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유로컵을 맞이할 10개 경기장은 파리와 생-드니 축구장을 비롯하여 랑스, 마르세이유, 생-테티엔느, 툴루즈, 보르도, 릴, 리용, 니스 이다. 이들 10개 도시는 대형스크린 설치 등 분주한 채비에 들어갔는데, 특히 11월 13일 파리연속테러의 상흔이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장주변 치안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별리그전에서 프랑스-알바니전은 6월 15일 마르세이유, 프랑스-스위스전은 6월 19일 릴에서 각각 펼쳐진다. 유로 2016 결승전은 생-드니 축구장에서 7월 10일 21시에 펼쳐질 예정이며, 다른 자세한 진행일정은 공식사이트 euro2016-foot.fr에서 조회할 수 있다.
【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