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로시스카야가제타가 “30년 동안 존재해온 APEC 정상회의가 역사상 최초로 참가국들의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고 종료되었다”며 “미-중 간의 무역문제에 대한 심한 이견으로 인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공동성명조차 채택할 수 없었다”는 표도르 루키야노프 발다이클럽 학술이사의 기고문을 소개했다. <편집자 주>

 

 

APEC 정상회의.jpg

https://www.apec.org/

 

 

 

APEC 정상회의는 세계화가 세계 경제뿐 아니라 국제관계까지도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처럼 보였던 시대의 산물(産物)이다. 이 기구는 1989년에 창설 되었는데 그 해는 세계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때였다. 유럽에서 공산주의 동맹이 사라지고 냉전이 종식되고 ‘한 세기 역사의 종말’이 선언되었으며 민주화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때였다.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도 직선적인 방식으로 정렬되었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다져지고 있는 인류발전의 길이 마침내 결정 되었으며, 이 길을 가장 앞서서 나간 서방 세계가 인류 공동체 전부를 앞장서서 인도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당시 아시아는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2차적인 세계였고 세계의 주요 사건들을 앞장서서 인도하는 주요 무대는 유럽이었다. 유럽은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세계 지역들에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자체 내부적인 문제들과 싸우고 있으며 현저하게 선도 위치와 국제적인 역할을 잃어버렸다. 아시아는 그와 반대로 차근차근 국제사회의 계층 사다리를 타고 상승하여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 경제성장은 아주 빠르게 정치적 입지의 강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동안 가장 흥미로운 변화를 겪은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유지하고 강화했지만 이러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개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급격히 변화되었다.

 

APEC 정상회의는 아태 지역의 모든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회의가 국경 없는 다자협력 원칙에 기초한 세계화라는 이데올로기에 부합했고 세계 최대 규모 경제의 후광(後光)을 입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이 정상회의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제 안한 아태지역 무역협력의 목적은 무역의 규칙을 중국이 아닌 미국이 무역의 규칙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고 오바마가 이 미 선언했었다. 즉 이는 중국을 아태지역 공통의 행복이라는 그림에서 제외함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을 파기했지만(그에게는 다자간 무역협정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원래 가진 정책을 계속했으며 오히려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말에는 말로, 관세에는 관세로, APEC 정상회의에서도 시진핑 주석과 펜스 부통령은 격렬한 난타전을 벌였다. 중국에 대해 내놓고 악한 박해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은 중국이 주변 국가 들을 현혹(眩惑)시켜 빚더미에 빠지게 하고 이를 미끼로 주변국들을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고 다닌다면서 직접적으로 아태지역 국가들을 향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거부하도록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공동성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지역적 구도에 관해서 말하자면 미국은 이제 아태지역이라는 원칙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을 추구하고 있다. 이 지역의 축이 되는 것은 인도-일본-호주-미국을 잇는 4각형 체제이다. 이 개념은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전략적인 것이 더 우선적인 것으로서 그 임무는 단 하나, 분명하게 중국을 견제(牽制)하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미 경제적, 심지어 군사정치적인 것도 아닌 지리적이며 전략적인, 그리고 개념적인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상황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주고 있다. 그 첫째는 아시아가 확실히 세계 정치의 주요 무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 둘째로는 패권 게임의 판돈이 상상할 수 없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구도에서 러시아는 어떤 위치인가? 먼저 수 년 전에 아시아와의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러시아의 대외정책에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방향을 잡은 것은 참 잘한 결정이다. 많은 결점과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이 과정은 성공적으로 진전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세계적인 경제강국들이 자웅(雌雄)을 겨루는 아시아에서 러시아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 자체로 상당히 위험한 군사정치적 현안들이 이 지역에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추가적인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이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매우 높은 수준의 당사국이다.

 

중국과 미국의 각기 다른 개념이 충돌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국가들은 곤란한 상태에 처해 있으며 원치 않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이런 선택은 엄격한 동맹과 공조 대신에 유연하며 다극적인 체제로 향하고 있는 세계적 경향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아시아에서 중립 적인 위치에 가깝고 비교적 자유로운 행위자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아시아 어느 국가도 러시아를 자국에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 러시아의 대아시아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푸틴 대통령이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와 러-아세안 정상회의에 참가했고 메드베데프 총리가 APEC 정상회의에 참가함으로써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반적인 혼란과 불확실성 때문에 이 국가들의 러시아와 협력하려는 생각들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말레이시아에서는 연례 ‘아시아 발다이 포럼’이 개최됐다. 아시아 각국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포럼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은 러시아의 영향력이 증가함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이다. 수년 전만해도 이 포럼은 내용을 잘 알 수 없는 기이한 행사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필수적인 요소를 지닌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갈수록 현안과 주제가 풍부해지고 실질적이 되고 있다. 내년에는 미중 관계, 한국과 북한, 러시아와 일본 등의 관계가 아주 복잡해질 것이 분명하며 많은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는 발다이 포럼이 발전 속도를 늦출 겨를이 없는 것이다.

 

 

글 = 표도르 루키야노프 발다이클럽 학술이사 | 로시스카야가제타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꼬리뉴스>

 

발다이 클럽, 아시아에서 경제 및 안보 포럼 개최 (타스통신)

 

 

국제적인 싱크탱크 발다이클럽의 회원들이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틀간 회의를 갖고 아시아 지역의 군사정치 및 경제 분야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변화하는 세계의 변화하는 아시아”로 12개국 4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의 세션들은 세계무대의 대규모 변화들을 고려한 이 지역의 가장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루며, 가장 중점이 되는 현안은 군사정치 및 경제 분야 안보 문제이다. 포럼 참석자들은 특히 이 지역의 사건들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효과”를 논의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세계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경쟁관계에 있는 양국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주최 측은 말했다.

 

또 하나의 별도의 세션은 무역 전쟁과 보호주의의 강화를 포함한 경제 문제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와 11개국이 참가한 환태평양경제공동체(TTP)의 전망을 다뤘다. 이 회의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ASEAN), 동아시아 정상 회담 및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APEC)의 3 개 아시아 정상 회의의 결산 시기와 동시에 개최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태지역은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사건들의 중심지

 

루키야노프 발다이 클럽 학술 이사는 “경제 과정에 뒤이어 세계정치 발전의 과정도 최종적으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2018년은 아태지역이 현재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적 사건들의 중심지라는 일반적인 경향을 강조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 및 동방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러시아의 정책의 중요성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6-7년전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던 그런 균형 정책이 아주 시기적절한 것일 뿐 아니라 대체 불가의 정책이었음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루키야노프는 “러시아는 이해와 협력의 균형을 지켜야 하는데, 이는 민감한 외교 정책과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어떤 지역적인 구조가 러시아에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리스크를 감소시키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접근 방식 중의 하나는 첫째로 모든 세력의 중심국들과 균형잡힌 협력 관계를 갖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 지역에서 중소국들의 기구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아세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그는 “아시아가 새롭게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정치경제적인 활동이 활발해서만은 아니고 이 지역의 전략적 위치와 관련된 지적인 개념들이 활발하게 꽃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중국은 분명하게 지리적인 전략적 면을 가지고 있는 경제 프로젝트들을 중점적으로 실행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는 개념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노력 때문에 다자적이고 보편적인 아태지역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아태지역이라는 개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루키야노프는 부연했다.

 

 

전문가 협력

 

올해 이 포럼의 협력기관은 말레이시아 국제전략연구소(ISIS Malaysia)이다. 이 연구소는 국제 정치와 경제 문제를 전문으로 하며 아세안 국가 분석 센터들 중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의 주요 기관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발다이 클럽과 국제전략연구소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미얀마,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등 이 지역 주요 국가들에서 오는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발다이 클럽은 2004년에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71개국 출신 1000명 이상의 세계 학술계 인사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매년 열리는 포럼을 통해 참석자들은 러시아 대통령 및 기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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