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올덴부르그(Oldenbourg)에서 전직 간호사 닐스 호겔(Niels Högel)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권태를 해소하기 위해 99명의 환자에게 치사량의 독극물을 주사해 살해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히틀러 이후 ‘독일 최악의 살인마’, ‘악마의 간호사’, ‘연쇄 살인자’로 불리는 그의 범죄는 언론의 수식어들보다 더 지독하다.
호겔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독극물 주사를 놓아 수 십 명의 생명을 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일상의 권태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라는 범행 동기는 경악할만 하다. 환자의 생명을 통제하고 그들의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것, 그래서 간호사인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그의 손에서 죽은 사람은 180명이라고 한다.
경찰은 2017년까지 12년 간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살인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망자 800건을 분석했는데, 그중 200건이 수상했다. 따라서 무덤을 열어 시체 134구의 부검을 실시했다.
당국은 독극물에 의한 사망임을 확인하고 독일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1976년생 호겔은 17살에 간호사 교육을 받았다. 근무에 열중하고, 동료들의 힘든 일에도 적극 도와 주변의 평판도 좋았다.
응급 상황에 잘 대처했던 그는 1999년에 올덴부르그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게 되었고 죽음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고, 여자 친구가 죽는 사건 때문에 그는 신경 안정제를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그는 동료들을 성가시게 했다. 동료들이 콧웃음 치는데도 앞에 나서기를 좋아했다. 결국 상사에게 호출되어 그는 올덴부르그 병원을 떠나게 되었다.
호겔이 근무하는 동안 올덴부르그 병원의 심장 외과에서 사망자 수가 58% 증가했다. 일부 동료들은 그의 행동을 비정상으로 여겼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말해, 수사관들은 “누구도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무언가를 의심했지만, 당국에 이를 알리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겔은 이 병원에서 그의 첫 살인을 저질렀다. 심장 고동의 이상을 치료하거나 맥박 부정을 조절하는 약품인 질루리트말(Gilurytmal)을 다량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희생자들은 34세에서 96세까지 남녀노소가리지 않았다. 단 하나 공통점이라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던 사람들이었다.
2002년에 호겔은 델멘홀스트(Delmenhorst) 병원에 고용되었는데, 그의 악행은 더 심해 졌다.
그가 심리 분석을 받았을 때 그는 61세의 여성 브리지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심하게 아프던 이 여성 환자는 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호겔이 질루리트말 3회 분량을 주사 놓자 몇 분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올덴부르그 검사장은 “호겔이 각 경우를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30여 건에 대해서는 환자 및 그들의 처신에 대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닐스 호겔이 델멘홀스트 병원에 오기 전 해인 2002년에 이 병원에서 76명이 사망했다. 2003년에 177명, 2004년에는 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질루리트말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2002년에 작은 병(앰플)으로 50병, 2003년에 225병, 2004년에 380병이었다.
2005년 6월, 여성 동료 중 한 명이 그가 치사량의 주사를 놓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그의 범행은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그는 2008년에 처음으로 살해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표명한 한 여성의 신고로 경찰은 사망자 다 수에서 의심이 가는 치사량의 약물 흔적을 발견했다. 이 사건으로 2015년에 호겔은 종신 징역형을 받았다.
그런데 호겔은 감옥에서 감방 동료들에게 살인 50건을 고백했다. 그의 자백으로 수사가 재개되고 사건은 크게 확대되었다.
호겔은 처음에 30명, 그 다음 50명, 또 그 다음 80, 90 명을 죽인 것으로 수치가 계속 올라갔다.
10월 30일부터 재개된 호겔에 대한 심문에 사망자 가족 126명이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진명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