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26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살아 생전 님께서는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단 하루도 편히 잠 못 드시고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객 중엔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국권을 찬탈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잔악한 독재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듯했다. 아득한 고대사도 아닌 현대사를 저리 쉽게 망각(忘却)하는 국민에게 미래가 있을까.

 

이 지사의 추도사 중 박정희가 5천 년 동안 천형(天刑)과도 같이 이어져내려 온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그가 대통령으로서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맞지만, 국민들이 모두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단 하루도 편히 잠 못 들었다는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낮엔 농부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며 소탈한 서민 대통령 코스프레를 한 후 청와대에 돌아가서는 시바스 리걸 같은 고급 양주를 즐기고, 궁정동 안가에서 딸 나이 또래의 젊은 애들 끼고 잠만 퍼지게 잘 자지 않았던가. 여자없이는 단 하룻밤도 잠을 못 이룰 만큼 박정희가 여색을 탐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몸으로 공양했으니 헌신한 건 맞다. 오죽했으면 심복 부하의 총을 맞고 죽었겠는가. 일제 강점기 백백교 교주 전용해와 같은, ‘반인반수(半人半獸)’란 표현이 제격인 희대의 색마를 ‘반인반신(半人半神)’으로 추앙하는 신흥 사이비 종교집단 같은 일단의 무리들이 해마다 구미 생가에 모여 광란의 굿판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한편, 지난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생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박정희 101회 탄신제’가 열렸다. 탄신 축하 펼침막에는 “이 민족의 위대한 영웅이신 박정희 대통령 탄신 백한돌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박정희 동상 앞에서 “문재인 빨갱이”라고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는 한심한 사람도 있었다. 일제 식민지 땐 일본 천황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해 충성했고, 해방 후엔 남로당 군책으로 암약하다 붙잡혀 총살당하게 되자 군내 당원 동지들 명단을 군수사당국에 넘겨주고 목숨을 건진 배신자의 추악한 과거 행적을 그 얼간이가 자세히 알게되면 아마 기절초풍할 것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조국과 민족을 버린 반역자가 민족의 위대한 영웅이라니 할 말을 잃게 된다.

 

“미스코리아보다 더 이쁜 박근혜 대통령님을 구속시키고 국민 여러분들은 편안하십니까”라는 펼침막을 든 사람도 있었다. 내눈엔 박근혜가 분명 추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스코리아보다 더 이쁘진 않아 보이는데, 제눈에 안경이라고 그 사람 눈엔 아마도 박근혜가 양귀비나 왕소군 수준의 경국지색(傾國之色)쯤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하기야 지금은 ‘도도맘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강용석 변호사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동료 의원인 박근혜의 몸매를 보고 “군살하나 없는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을 보면, 어쩌면 최태민만이 은밀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그녀의 몸매가 보통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강용석 같은 카사노바가 군침을 흘릴 정도의 몸매라면---아아!. 더 이상의 상상은 어쩌면 정신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 접는 게 좋겠다. 어차피 죽으면 한 줌의 흙이나 재가 될 허망한 육신인 것을… .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박근혜는 지금 미증유(未曾有)의 국정농단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지지자가 “박근혜 대통령님을 구속시키고 국민 여러분들은 편안하십니까”라고 물었는데, 이유가 뭐든 전직 국가원수가 구속되어 수의(囚衣) 차림으로 재판정을 오가는 초췌한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안하기는커녕, 안쓰럽다 못해 참담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 만큼 죄가 있다면 전직 대통령이라도 예외 없이 응분의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박정희가 태어나고 죽은 날 생가에 모여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박정희의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반신반인 운운하며 마치 광신도가 사교집단의 교주를 맹종하고 섬기듯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뿐이다. 재판 중인 박근혜에 대한 애틋한 측은지심(惻隱之心) 또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가 남이가”를 떠나 그녀가 과연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데 소홀함이 없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중산.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kjs

 

 

 

 

 

  • |
  1. 김중산.jpg (File Size:24.4KB/Download:2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외롭지 않냐고요? file

    외롭지 않냐고요?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금관시인)     나는   작은 섬 서량도에   홀로 사는 촌로요   바다 보이는 언덕에   작은 오두막 한 채 쓰고 있소       집 앞 텃밭에는 채소들이   나를 위해 자라고 있고   갯바위에 놓아 기르는 고기들은   살이 ...

    외롭지 않냐고요?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중간치 가계 수입 9개월 연속 증가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최근에 입수할 수 있는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가정의 중간치 수입은 2018년 9월에 6만3007 달러여서 이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습니다. 이런 중간치 가구 ...

    호경기로 실업자 줄고 가계 수입 증가
  •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교육칼럼] 상대방 존중, 대화술 개발 등 이끌 수 있어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두 주일에 거쳐서 형제 자매간에 있을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Sibling(형제, 자매 외에도 오빠, 남동생, 누나, 여동...

    자녀들 간의 다툼, 교육의 기회로 삼으라
  •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건강칼럼] 음식을 가능한 신선한 상태로 먹어야   ▲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인 피자.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소금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소금이 건강에...

    맛있는 가공 음식, 나트륨 섭취 늘린다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file

    [이민생활 이야기] 드라마 ‘여우 각시별’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칼럼니스트) = 연어는 죽을 때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고 한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귀농자’ 혹은 ‘귀어민’ 등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도 최근 ‘...

    보고도 못 본 척 하라고?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다단계 시스탬 사업 모델에서 비롯, 10억 달러 소송 당해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라이프(Herbalife)' 웹사이트 화면 모습.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건강보조식품업체 ‘허벌 라이프(Herbalife)'는 지난해 매출액이 44억달러에 달하는 상장회사이다. ...

    건강보조업체 ‘허벌 라이프’, 자주 소송에 휘말리는 이유는?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file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북에서는 ‘륙십 청춘, 구십 환갑’이라는 시대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보통나이를 쓰다 보니 내일이 형 팔순(八旬)입니다.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기 바랍니다.”라는 서울 동생 편지에, ‘팔순? ...

    ‘백세 인생’이라니 ‘세월이야 가보라지’
  •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시류청론] ‘종전선언-평화협정 서명’ 권유하는 미국 언론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014년부터 '세계인권선언의 날'(12월 10일)을 맞아 4년 연속 북한 인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 미국은 이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해 왔으나 금...

    저물고 있는 미국...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니다?
  •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file

    별나라형제들 이야기 55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 저자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토착민족을 접촉하고 소통하며 배웠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샤머니즘에 대한 나름대로 이해를 얻게 되었다. 그에게 샤머니즘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떤 특별한 형태 장(mo...

    외계인들의 세가지 그룹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언제 우리의 경제가 호황이라고 즐거워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경제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를 글이나 방송을 통해 보고 들을 때면 그들이 말하는 경기는 누구를 위한 경기일까? 늘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배운 자본주의 경제학은 그 즈음 부동산을 구매해야 한다고 ...

    NZ 부동산 지금 투자해야 하는 이유
  • 그깟 샤워가 뭐라고 file

    또 사슴을 치었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새벽 2시가 돼서야 서류를 받고 트레일러를 연결했다. 트레일러 번호가 익숙하다 했더니 낮에 내려 놓았던 그 트레일러다. 나는 왜 이리 트레일러 번호가 잘 안 외워질까? (네이슨은 트레일러 번호 외우는덴 명...

    그깟 샤워가 뭐라고
  •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file

    앞 이야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오후에 아이들을 데리러 초등학교에 갔더니 교장 로렌이 내 버스로 다가와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말합니다.   “Chang, We're all set!"   줄리안은 금년부터 내 스쿨버스를 타고 킨더에 다니기 시작...

    실수 할 수 있는 기회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file

    Newsroh=김중산 칼럼니스트       지난 10월 26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추도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살아 생전 님께서는 국민들이 굶주림 없이 모두가 배불리 잘 살아야 한다는 고뇌에 ...

    아직도 박정희 부녀가 그리운 사람들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세상은 항상 정(正). 반(反). 합(合)의 과정을 순환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리고 다시 이런 순환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는 한 발짝씩 앞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우리 시대는 예전에 비해 스피드 또는 민첩성을 강조하는 사회가 되었다. 시대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file

    프라임 본사 반짝 방문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잘 쉬고 출발한다. 본래 여기는 오버 나이트 파킹은 안 된다. 나는 낮에 주차한 것이니 상관 없다. 내가 출발할 무렵에는 한산해서 아무런 활동도 없었다.   Aurora에 트레일러 세척하는 곳이 있다. 처음 ...

    괘씸한 미주리 휴게소
  •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file

    경제시국토론회     Newsroh=이래경 칼럼니스트     평강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마지막인 12월도 일주일이 벌써 지나가고 있습니다. 취위와 함께 걷는 길에 결빙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걸음마다 조심하십시요.   지난 12월5일 민주화기념사업회 후원으로 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어디로 가는가?”
  •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file

    러 김영웅교수 기고문         2018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민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 국가들과 세계 공동체 모두에게 매우 큰 놀라움과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회담은 긍정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주변국이 함께 노력해야
  • 기회의 방학 2018

    이제 2018년을 정리하는 각 과정의 시험이 이미 끝났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1월 말.. 어떤 학생들은 이미 길고 긴 여름 방학에 들어갔을 테고 또 어떤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위해 아직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테지요.   방학. 분명한 정의를 ...

    기회의 방학 2018
  •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2]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12-마지막회)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고리(高麗)와 조선의 1천년을 한 나라로 살아온 우리겨레가 20세기 전반은 일본의 강점, 후반부터는 반도의 남반은 미국에 종속, 북반은 홀로 선 채 분단의 고통 70여년을 살아...

    풍요 자유 평등 자주통일조국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file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미국에 온 때가 1999년입니다. 벌써 이십년 가까운 날들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국에서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세상에서 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미국이, ...

    미국은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