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심장연구소’(Copenhagen City Heart Study) 연구원들이 최대 25년간 9천 명의 대상자를 관찰하면서 그들의 신체활동과 사망 시간을 추적한 결과, 이들이 비교한 8개 스포츠 종목 중 테니스가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Copenhagen City Heart Study’, 최대 25년간의 장기 관찰 진행
축구-배드민턴-수영 등 비해 기대수명보다 가장 오래 장수...
스포츠를 좋아하는 호주의 수많은 클럽 가운데 테니스는 젊은이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체 활동이 인간의 기대수명을 얼마나 더 연장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보면 테니스는 가장 좋은 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나일런지도 모른다.
스포츠와 수명을 분석한 연구원들은 지난 25년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그들이 평소 즐겼던 운동 종목을 확인해 보았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은 테니스를 즐겼던 이들이 다른 신체활동으로 축구,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을 했던 이들보다 더 장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드니 이너웨스트 지역의 매릭빌(Marrickville)에 거주하는 고든 번스(Gordon Burns)씨는 올해로 90세이지만 지금도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그는 ‘매릭빌 테니스 클럽’(Marrickville Tennis Club) 창립 멤버로, 19살 때 이 운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왜, 테니스인가
최근 미국의 월간 의학저널 ‘Mayo Clinic Proceedings’에 게재된 이 연구 보고서는 ‘코펜하겐 심장연구소’(Copenhagen City Heart Study) 연구원들이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도출해 낸 것이다.
연구원들은 최대 25년간 9천 명의 대상자를 관찰하면서 그들의 신체활동과 사망 시간을 추적했다. 해당 자료는 동 연구소의 심장 건강에 대한 장기 연구 결과를 활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연구원들은 대부분의 신체활동은 건강에 유익하지만 최소한 기대수명을 늘리는 데 있어서는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피터 슈노르(Peter Schnohr) 박사는 “우리는 관찰 대상자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와 함께 일부는 다른 그룹에 비해 더 먼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나이, 성별, 흡연, 수입, 교육상태 등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테니스는 일반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좀 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즐기는 스포츠였다는 점에서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테니스를 해온 사람들이 더 장수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슈노르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이런 요소들을 통제한 채 운동효과 연구에 집중해 테니스와 함께 배드민턴, 축구, 사이클링, 수영, 조깅, gym 등 8가지 스포츠 종목의 운동효과 차이를 분석했다. 그리고 기대수명에 비해 테니스 9.7년, 배드민턴 6.2년, 축구는 4.7년을 더 장수했음을 알아냈다. 이 스포츠들은 모두 2명 이상이 함께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슈노르 박사는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은 경기 도중이나 후에 마시기 위해 맥주 또는 다름 음료를 준비해 간다. 그리고 경기 후 함께 테니스를 했던 동료와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조깅(3.2년), gym(1.5년)은 혼자서 행하는 운동이다.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유대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운동이 신체활동과 함께 사회적 유대감을 주어 기대수명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슈노르 박사는 “나는 일주일에 두 차례 gym에 가는데,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호주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덴마크에서는 매우 외롭다”면서 “이는 사회적 측면에서 유대관계를 갖지 못한다는 것으로, 우리는 이 부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견고한 사회적 유대가 신체 건강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드니 이너웨스트 매릭빌(Marrickville)에 있는 테니스 클럽 회원들. 이들 중 올해 90세인 고든 번스(Gordon Burns)씨는 19세 당시 이 클럽을 만든 사람으로 지금도 그는 매일 이곳에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신체활동 지속해야
물론 연구팀의 이번 분석을 놓고 테니스가 기대수명을 증가시킨다고 명확하게 결론지을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단지 장기간에 걸친 관찰이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원들이 여러 스포츠 종목을 통해 장수 연관성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 요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이다.
시드니대학교 ‘근골격 건강연구소’(Institute for Musculoskeletal Health) 연구원인 캐시 쉐링턴(Cathie Sherrington) 교수는 “(2명 이상의) 팀 스포츠가 사회적 관계를 갖는 유일한 신체활동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즐기는 달리기 그룹을 언급하면서 “우리 그룹은 청년, 중년, 노년층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함께 달리기를 하는데, 사이클링을 하는 그룹과도 만나고 또 우리 그룹 내에서 채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쉐링턴 교수는 “이런 점에서 어떤 스포츠 활동이든 사회적 결속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라켓 스포츠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건강과 장수를 위해 “가능한 꾸준히,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든 번씨의 사례를 보면 꾸준한 운동이 건강을 지키고 기대수명을 늘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는 지난 70년 동안 테니스코트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그는 “테니스는 온몸을 움직여야 하고 두뇌는 공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며 “내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스포츠”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