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호주의 ‘Central Australia’ 지역에 있는 ‘코딜로 다운스 목장’(Cordillo Downs Station)의 주요 시설물. 황량한 내륙에 목장만이 있는 이곳 생활은 수많은 악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1회 식료품 구입비 1만5천 달러, 빵 구입 위해 경비행기 이용
‘Central Australia’ 7천800스퀘어킬로미터의 호주 최대 양 목장
매 식사에 필요한 빵을 구입하려면 경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힘들 이야기이다. 그러나 호주 내륙의 한 복판, ‘Central Australia’로 불리는 지역의 목장 사람들에게 이는 ‘실제 상황’이다.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주 북동쪽, 약 8만5천 마리의 양을 비롯해 육유용 소를 기르는 목장이자 양 목장으로는 호주 최대 규모로, 그 넓이만 7천800스퀘어킬로미터에 달하는 ‘코딜로 다운스 목장’(Cordillo Downs Station)을 운영하는 자넷과 앤서니 부룩(Janet and Anthony Brook)씨 부부는 바로 그런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이다.
식료품을 구입하고자 경비행기로 날아가야 하고, 남부 호주 주에 자리하면서 SA 주도 애들레이드와 다른 시간대를 살아내며, 중앙 내륙 오지의 극단적인 기후조건에 맞서야 하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 일상의 일부이다. 달리 따로 선택할 길은 없다.
호주 먼 내륙 오지의 이야기를 전하는 ABC 방송의 ‘North and West’ 코너는 최근 코딜로 다운스 목장 사람들의 삶을 다뤄 눈길을 끌었다.
앤서니(Anthony), 자넷(Janet Brook) 부부와 딸 엠마(Emma). 부룩씨 부부는 1980년대부터 이곳에서 목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장 인력 구하기= 브룩씨 부부는 코딜로 다운스에서 거의 20년을 살고 있지만 그의 목장 직원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곳에서 성장하지 않은 이들이다.
이 목장에는 종종 백패커(backpacker)가 일자리를 위해 찾아오기도 하지만 부인인 자넷씨는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넷씨는 “(이곳에 살면서) 라이프스타일, 또는 그런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바뀌었다”며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곳으로,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는 나름의 즐거움을 제공할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은 남부 호주(SA) 주도인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북쪽으로 약 1천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기본적인 식료품은 애들레이드 또는 퀸즐랜드(Queensland. 코딜로 목장에서 동쪽으로 퀸즐랜드 주 경계와 가깝다)의 브리즈번(Brisbane)에 있는 도매업체에 대량(bulk)으로 주문을 한다.
먼 오지의 목장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은 꽤 많은 비용이 소요돼 식료품을 주문할 때 한 숍당 최대 비용은 1만5천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자넷씨는 식료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일도 브룩씨 부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직원들마다 각각의 취향이 있고 또 단기 직원들도 있어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이들의 음식 취향도 파악해야 한다.
7천800스퀘어킬로미터에 달하는 목장의 가축들은 울타리가 없는 곳곳을 다니며 풀을 뜯는다. 이곳의 육우용 가축은 유기농으로 인정받아 인기가 높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의 붉은 황토를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에 있지만 퀸즐랜드 시간대를 적용한다.
▲ 목장에서 일하기= 코딜로 다운스 목장은 행정구역으로는 남부 호주에 위치하지만 시간대는 퀸즐랜드 주 시간을 적용한다. QLD 주와 더 활발한 비즈니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앤서니 브룩씨는 “목장 일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앤서니씨는 평생을 호주 내륙의 먼 오지에서 일하며 살아온 사람으로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 요구되는 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지”라는 그는 “목장 일은 육체노동이며 하루 일과가 아주 길고 지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목장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대략 6주 정도가 소요된다. 목장 일에 흥미를 가진 이들은 훨씬 빨리 적응하기도 한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은 최근 가축들에게 물을 마시도록 하는 새로운 물통을 설치했다. 이 작업은 모든 직원들에게 추가적인 일거리가 됐다.
이전에 사용하던 물통을 제거하는 작업은 기계로 했지만 새 물통의 설치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앤서니씨는 “이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온몸이 쑤시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거대한 넓이의 목장 운영을 위해 그는 소형 비행기 조종 면허를 갖고 있다. 이 경비행기는 코딜로 다운스 목장을 둘러보며 가축과 물웅덩이를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가끔은 목장 일을 돕는 경비행기가 긴급하게 빵을 구입하는 이동 수단이 되기도 한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빵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마을은 퀸즐랜드 주 서부 내륙에 자리한, 인구 약 140명의 버즈빌(Birdsville. 브리즈번에서 1천600킬로미터 거리)이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버즈빌까지 빵을 사기 위해 왕복 270킬로미터를 날아야 한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의 식료품 저장실. 이곳에서 일하는 12명 직원들의 매 끼니가 보관된 곳이다.
▲ 도전과 보상=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도널드 스트루더tm(Donald Struthers)와 레이첼 디키(Rachael Dickie)씨는 이 비자를 연장하고자(일손이 부족한 농장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일할 경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1년 연장해 체류할 수 있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3개월을 일하기로 한 영국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호주 생활의 또 다른 방식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로 캠퍼밴(campervan)을 끌고 코딜로 다운스 목장으로 향했다.
스트루더씨는 “우리는 아주 넓은 공간을 좋아한다”며 “(목장 일은) 우리가 해온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목장으로 오기까지 힘든 과정도 덧붙였다. 많은 유럽 배낭여행족(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입국한 이들. 일명 백패커)이 그러하듯, 이들도 호주도 도착한 후 여행 경비(숙박, 교통비 등)를 아끼고자 캠퍼밴을 구입했다. 이 밴을 끌고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 도착하기까지, 바위투성이에 울퉁불퉁한 길을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운전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길 위에서 차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오랜 시간 우리를 발견하는 이들이 없을 것이기에, 그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디키씨는 코딜로 다운스 목장의 요리사로 일하기로 했다. 그녀는 호주 문화의 또 다른 면을 보면서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사회적 경계를 시험하게 됐다는 말로 자신에게 있어 소매우 중한 경험임을 강조했다.
목장에서의 생활에 대해 그녀는 “언제든 종종, 이 드넓은 목장 어딘가에서 우리는 바비큐를 먹을 것”이라며 “어찌 됐든 좋다”고 덧붙였다.
앤서니씨는 소형 비행기 조종 면허를 갖고 있다. 그는 매일 이 비행기를 이용해 가축과 가축이 마시는 물 등을 확인한다. 때론 급한 경우 목장 사람들이 먹을 빵을 구입하고자 왕복 270킬로미터를 날기도 한다.
목장임을 알려주는 표지판. 경고문구(떠돌아다니는 가축을 조심하라)가 말해주듯 이곳의 가축들은 울타리 없이 넓은 목장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로 길러진다.
▲ 자녀 교육은 가정교사가= 브룩씨 부부의 막내딸 엠마(Emma Brook)는 이 목장에서 살고 있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는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다른 아이들처럼 아침마다 학교에 등교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엠마는 정규 학교의 학생들처럼 주 5일 수업을 받고 있다. 엠마에게 가정교사(governess)가 있기 때문이다.
마가렛 슐(Margaret Schull)씨가 바로 엠마의 가정교사로, 그녀는 장규 학교의 수업과 같이 엠마의 학습을 돌보고 있다. 슐씨에게는 엠마가 유일한 학생이다. 그 때문에 엠마의 수업은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가정교사에게서 초등 과정을 마치면 엠마는 기숙사가 있는 도시의 하이스쿨로 진학할 예정이다. 엠마의 두 언니와 오빠 해리(Harry) 또한 코딜로 다운스 목장에서 가정교사로부터 초등 과정을 마친 뒤 대도시의 기숙학교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오지의 어린이를 가르쳐온 슐씨는 거의 40년간 퀸즐랜드 주의 오지에서 가정교사로 일해 왔으며, 수년 전 남편과 함께 코딜로 다운스 목장으로 이주했다.
슐씨는 간호사 또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져 왔고, 간호사는 야간근무를 많이 해야 했기에 교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먼 내륙에서 생활해 왔던 그녀는 자녀들이 성장해 독립한 이후, 남편과 함께 이곳으로 완전히 이주했다.
코딜로 다운스 목장으로 오게 된 것에 대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었다는 슐씨는 “보다 여유 있는 생활을 원했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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